자리 선점 돗자리 금지 안내에도 '횡행'
호텔·식당은 최고 600만원…법적 제재 사각지대

[더팩트|여의도 한강공원=오승혁 기자] "주인 있음!"
"자리 선점 돗자리 수거합니다."
불꽃축제가 잘 보이는 잔디밭에 돗자리만 펼쳐놓은 뒤 사라지고 심지어 이렇게 맡은 자리를 주인인 것처럼 돈을 받고 판매하는 일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4일 오전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 본행사를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원효대교 아래 계단형 공간과 한강이 잘 보이는 잔디밭 곳곳에는 사람 대신 돗자리만 놓여 있었다.
돗자리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벽돌과 돌, 음료수, 간식 등을 올려둔 모습도 보였다. 일부 돗자리에는 테이프로 "주인 있음"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행사 준비로 인해 관계자들이 여의도 한강공원 길을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주요 관람 지점에는 빈 돗자리와 캠핑 의자 등이 더러 보였다. 축제를 함께 즐기기 위한 공공장소가 행사 전날부터 사실상 개인 공간처럼 점유된 것이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이틀간 진행된다. 본행사인 불꽃쇼는 5일 오후 8시 시작된다.
주최 측인 한화가 무료 관람 공간과 공식 유료 좌석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한강공원 자리를 대신 잡아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거래 가격은 10만원대부터 수십만원대까지 형성됐다. 4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는 25만원, 돗자리 3~4개 규모의 공간은 60만원을 요구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판매자들은 행사 전날부터 자리를 확보한 뒤 예약금을 먼저 받고, 현장에서 나머지 금액을 받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도 "수년간 자리를 잡아온 노하우가 있다"는 등의 홍보 문구와 함께 유사한 게시물이 여러 건 올라온 바 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한강공원 곳곳에 ‘자리 선점 금지’ 현수막을 설치하고 주인 없이 방치된 돗자리에 수거 안내문을 부착했다.
안내문과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고 관리 직원 등의 현장 안내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늘막 텐트 설치 불가 구역과 진입 금지 공간에 텐트나 돗자리를 들고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다.
본부는 4일 오전 9시 30분부터 사람이 없는 돗자리와 방치 물품을 수거해 여의도안내센터에 보관하기로 했다. 직원들은 주인 없이 방치된 돗자리에 이를 안내하는 종이를 두며 바삐 움직였다.
그러나 빈 돗자리를 이용한 자리 선점과 개인 간 자리 거래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원에 사람이 밤새 앉아 있는 행위를 규제하기 어려운 것처럼, 고정 시설물이 아닌 돗자리를 펼쳐놓는 행위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입장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자리 판매 게시물을 발견하면 삭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거래 당사자들이 현장에서 개별적으로 돈을 주고받는 행위까지 적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무료 공간뿐 아니라 불꽃을 볼 수 있는 호텔 객실과 레스토랑, 카페, 유람선, 주차권까지 거래 대상이 됐다.
여의도의 한 5성급 호텔은 한강 조망 스위트룸 1박 상품을 600만원대에 내놓았다. 사전 결제 가격도 500만원대에 달했지만 해당 상품은 매진됐다.
한강변의 한 레스토랑은 최고 600만원에 이르는 불꽃축제 바비큐 패키지를 판매했다.
한화는 올해 노들섬 전체를 유료 관람 구역인 ‘오렌지플레이존’으로 운영하며 구역별 입장권을 11만원에서 22만원에 판매했다. 행사일이 가까워지면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입장권을 정가의 2~3배에 되팔겠다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스타벅스 여의도한강공원점도 한강 조망 정도에 따라 2인용 관람 패키지를 20만원과 30만원에 판매했다. 해당 좌석은 판매 시작 약 30초 만에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종료 후 중고거래 시장에는 스타벅스 관람 패키지를 50만원에 구매하겠다는 글과 65만원에 판매하겠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주차권도 2만~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행사 기간 외부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입주민들에게도 지인 차량을 등록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불꽃축제를 앞두고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차 문제가 발생해 이날 점심 무렵 단지 내에서 차량 경적 소리가 계속 울렸다.
불꽃축제 자체는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지만, 한강이 잘 보이는 장소에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공식적으로 판매되는 호텔·식당 상품과 달리 시민 모두의 공간인 한강공원에 빈 돗자리를 깔아놓고 돈을 받는 행위는 매년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와 주최 측이 수거와 게시물 삭제에 나섰지만, 단속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명당 알박기’와 암거래가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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