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재선거"...구호는 그래로,한 마을 사람들처럼 몸에 익은 동선

[더팩트|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부정선거! 재선거!"
18일 오후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다시 찾았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새 지도부가 선출된 다음 날 여당 지도부 변화 이후 이곳 집회 현장에도 달라진 반응이나 새로운 메시지가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분위기는 집회 초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정선거 의혹 제기, 재선거 요구, 당일 투표와 수개표를 외치는 구호는 그대로였다. 성조기와 태극기도 여전히 집회 현장을 채웠다. 다만 이전보다 더 체계화된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일시적 집회를 넘어 하나의 일상적 공간처럼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현장 방문 때까지만 해도 보지 못했던 구조물도 있었다. 태극기와 구호가 적힌 네모난 박스 형태의 대형 벌룬이 공중에 떠 있었다. 멀리서도 집회 구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상징물이었다. 현장 곳곳에는 참가자들이 머물 수 있는 천막과 안내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한 천막은 작은 사무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책상과 의자가 놓였고, 참가자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천막에는 업무 공간이라고 알리는 글이 적혀 있었다. 단순히 구호를 외치는 집회장을 넘어 장시간 머무르는 이들을 위한 생활 공간으로 변한 셈이다.
한쪽에서는 종교 집회에 가까운 장면도 이어졌다. 친미 성향을 드러내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 등이 붙은 천막 주변에서는 참가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기도했다. 찬송과 기도, 구호가 뒤섞인 소리가 올림픽공원 한편에 울렸다. 참가자들은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었고, 일부는 의자에 앉아 예배를 지켜봤다.

폭염 속 집회 운영 방식도 유지되고 있었다. 지난달 4대가량 보였던 냉방버스는 이날 2대로 줄어 있었다. 하지만 물과 음료 나눔은 계속됐다. 컵라면 등 간단한 식사를 나누는 모습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위와 장기 집회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 체계가 현장 안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이날 올림픽공원 집회는 정치권 상황과도 맞물려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에 이태한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임명했다. 이 특검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태한 특검 임명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관위 특검을 두고 "시민들이 출범시킨 역사적인 '국민특검'"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지난 75일, 올림픽공원의 함성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며 "전국에서 올공과 함께 하는 시민들의 저항 운동이 이어졌고 8월 15일 '올공데이'는 그 정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한 특검은 그 시민들의 함성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속하고도 신중하게 제대로 된 특검팀을 꾸려야 한다"며 "역사 앞에 책임진다는 각오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각오로,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제 시작이다. 참정권 회복, 선관위 개혁, 선거제도 개혁이 특검의 손에 달려 있다"며 "나 역시 국민과 함께 끝까지 '국민특검'을 챙길 것"이라고도 했다.
야당 대표의 메시지는 올림픽공원 집회를 정치적으로 다시 호명하는 발언이었다. 장기간 이어진 현장 집회를 단순한 장외 집회가 아니라 선관위 특검 출범의 배경으로 연결 지었다. 반면 이날 현장에서 여당 새 지도부 선출과 관련한 뚜렷한 언급이나 분위기 변화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참가자들의 구호와 관심은 여전히 선거 의혹 규명과 선관위 개혁 요구에 집중돼 있었다.
올림픽공원 집회는 이제 특정 시간대에만 열리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듯 보였다. 천막과 버스, 나눔 공간, 종교 행사, 상징물까지 갖춘 채 현장 안에서 자체적인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익숙한 동선으로 오갔고, 현장 관계자들은 각자의 역할을 맡아 움직였다. 마치 한 마을에서 오래 거주한 이들의 움직임을 보듯 이 일련의 풍경은 모두 자연스러웠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지도부가 바뀌고, 야당 대표가 선관위 특검을 '국민특검'이라고 부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공원 안 구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태극기와 성조기는 여전히 흔들렸고, 부정선거와 재선거, 당일 투표와 수개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됐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분위기보다 형태였다. 집회는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었다. 냉방버스는 줄었지만 현장 운영은 유지됐고, 대형 벌룬과 사무공간, 예배와 나눔은 집회의 일상화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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