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에 10분 넘게 걸릴 정도로 몰린 인파
정상 운영 이어지길 기대하는 사람들

[더팩트|홈플러스 서울 강서점=오승혁 기자] "이왕 다시 연 것, 제대로 잘돼서 우리도 같이 윈윈했으면 좋겠어요."
13일 오전 '오승혁의 현장'은 약 한 달 만에 정상 영업을 재개한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을 찾았다. 홈플러스 본사가 함께 있는 상징적인 매장이다. 지난달 13일 같은 장소를 찾았을 때 이곳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마트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건물 안에 흘러나왔고, 2층 마트 입구는 카트와 안내물로 막혀 있었다. 생필품 반값 할인 소식을 보고 찾아온 고객들은 "오늘 마트 안 해요?"라고 물었고, 문 앞 직원은 "오늘은 안 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한 달 뒤 다시 찾은 강서점은 달랐다. 매장 곳곳에는 홈플러스의 복귀를 알리는 '홈플 is Back' 문구가 붙어 있었다. 지난달 닫혀 있던 출입구 앞에는 다시 카트가 오갔고, 발길을 돌리던 고객들 대신 장을 보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취재와 촬영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던 지난달의 살벌한 공기와 달리 이날 강서점은 재개장을 알리는 행사장처럼 북적였다.
이날 오전 10시 홈플러스 강서점은 정상 영업을 시작했다. 여러 상품 중 축산 코너로 발걸음이 쏠렸다. 50% 할인에 들어간 소고기 등심을 사려는 고객들이 카트를 끌고 길게 늘어섰다. 준비된 일부 물량은 사실상 오픈과 동시에 빠져나갔다.
소고기가 가득했던 매대는 금방 비었고 '성원에 의해 매진'됐다는 안내가 등장했다.
점심 무렵에도 매장 안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베이커리 코너 앞에는 빵을 사려는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다. 계산대에도 고객들이 몰렸다. 이날 낮 무렵 계산을 마친 한 고객은 "계산하는 데만 10분 넘게 걸렸다"고 했다.

사람이 몰리면서 작은 소동도 있었다. 베이커리 코너 대기 줄에서는 중장년 여성 고객들 사이에 순서를 두고 말다툼이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전동카트가 액세서리 매대를 들이받아 진열대 일부가 쓰러지기도 했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모습들이 그 자체로 매장에 몰린 열기를 보여줬다.
지난달 강서점 2층과 3층 마트 구역은 막혀 있었다. 계산대와 의류, 가전제품, 유아동 장난감 코너로 향하던 동선도 차단됐다. 다만 건물 전체가 멈춘 것은 아니었다. 마트 구역을 제외한 임대매장은 영업을 이어갔다. 안경 매장과 이불 매장, 의류와 생활용품 매장에는 할인 안내문이 걸렸고, 일부 매장에서는 철수 준비를 하는 듯 상품을 한쪽에 모아둔 모습도 보였다.
다만 3층에서 가전, 의류, 장난감 매장 등을 운영하던 홈플러스 강서점은 이날도 '새단장 준비 중'이라는 안내를 걸어두고 카트로 진입로를 막은 채 이곳을 열지 않았다.
이날은 임대 매장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졌다. 식당가와 생활용품, 침구 매장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달 손님을 기다리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던 상인들의 표정에도 조금은 기대가 섞여 있었다.
한 침구 매장 운영자는 "이왕 다시 연 것, 홈플러스가 제대로 잘 운영돼서 우리도 같이 윈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 안 임대 매장은 마트 손님이 있어야 같이 산다"며 "오늘처럼 사람이 들어오면 우리도 기대를 하게 된다"고 했다.
식당가에서 일하는 한 아르바이트 직원도 "어제보다 손님이 2배는 더 온 것 같다"며 "점심시간이 되니까 확실히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 식당 주인이 "홈플러스와 관련 없이 우리는 이 건물에서 계속 영업한다. 열심히 하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하던 것과는 온도 차가 있었다.

홈플러스 강서점은 기업 회생 절차와 운영자금 부족 여파로 지난달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당시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현장 혼란은 커졌다. 인터넷에서 할인 소식을 보고 온 고객들은 닫힌 입구 앞에서 발길을 돌렸고, 임대매장 상인들은 마트 영업 중단 이후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이후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의 연대보증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DIP,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면서 홈플러스는 영업 재개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이날 강서점을 포함해 전국 67개 점포의 영업을 약 한 달 만에 재개했다. 59개 점포는 온라인 영업도 함께 재개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고객들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 대표는 "물건 잘 채워서 잘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예전처럼 다시 줄이 만들어져 뭉클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하겠다. PB 제품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매대도 지난달보다 확실히 채워진 모습이었다. 휴업 직전과 휴업 기간 중 비어 있던 식품 매대에는 상품이 다시 들어왔다. 주류와 스낵, 신선식품 코너에도 물건이 놓였다.
홈플러스는 빠른 매출 회복을 위해 회전율이 높은 식품과 생필품, PB 상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제한된 운영자금 안에서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재개장에 맞춰 육류, 델리, 베이커리, 과일, 수산물, 음료 등 주요 상품 할인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 재개가 곧 회생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정상 영업을 이어가며 매출을 회복하고, 납품업체와의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 회생 절차 속에서 발생한 상거래 채권 문제도 남아 있다. 납품업체들은 조속한 변제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정치권도 이날 강서점을 찾았다. 지난달 강서점 밖에는 '홈플러스를 망가뜨린 MBK를 처벌하라', '이재명 대통령님 약속을 지켜주세요' 등의 팻말을 든 노조원들이 서 있었다. 이날은 마트산업노동조합이 매장 앞에서 '우리동네 홈플러스 우리가 살려요'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장보기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현장을 찾아 장보기를 독려했다.
강서점의 재개장은 홈플러스가 다시 고객 앞에 섰다는 신호다. 이날 현장만 보면 고객 반응은 뜨거웠다. 할인 상품 앞에는 줄이 섰고, 계산대는 붐볐다. 임대 매장 상인들은 다시 기대를 말했다. 지난달 닫힌 입구 앞에서 "오늘은 안 합니다"라는 답을 듣고 발길을 돌리던 풍경과는 분명 달랐다.
하지만 숙제는 이제부터다. 할인 행사에 몰린 첫날의 인파가 꾸준한 매출로 이어질지, 줄어든 매장 규모와 압축 운영 방식이 고객 만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홈플러스가 다시 문을 연 날, 강서점에는 사람도 많았고 기대도 많았다. 그 기대를 회생의 발판으로 바꾸는 일은 이제 홈플러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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