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리=이선영 기자]
◆ 방송 : 더팩트 유튜브 콘텐츠 'THE 미스터리경제' EP.18
◆ 출연 : 금융증권부 이한림, 이선영 기자
◆ 편집 : 디지털미디어본부 이상빈, 이환호, 유영림 기자
선영>세상에 당연한 경제는 없다. 팩트 뒤에 숨겨진.
한림>기묘하고 오싹한 경제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한림, 선영>더팩트 경제 추리 콘텐츠. '미스터리경제' 시작합니다.
선영>선배, 혹시 지갑 속에 1만 원짜리 지폐나 100원짜리 동전 안 본 지 좀 오래되시지 않았나요?
한림>아예 없죠
선영>저도 동전지갑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지갑에는 지폐만 있는 것 같거든요.
한림>동전지갑은 왜 있나요?
선영>동전지갑, 코인 세탁방 갈 때.
한림>코인 노래방도 가고.
선영>노래방도 가고.
한림>노래를 또 상당히 좋아하신다고.
선영>네, 겸사겸사 동전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카드 한 장이나 스마트폰 페이만 있으면 일주일 내내 현금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는 그야말로 '디지털 결제' 전성시대가 왔는데요.
한림>네, 맞습니다. 경제학적으로도 실물 화폐가 디지털 형태로 완전히 전환되는 것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죠. 무엇보다 편리하고 관리하기도 쉽고 사용하는 방법만 안다면 안 쓸 이유가 없잖아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지폐 대신 컴퓨터 코드로 된 이른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CBDC' 개발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선영>네, 맞습니다. 안 그래도 디지털 달러가 나오네, 디지털 원화가 나오네, 이렇게 하면서 미래의 화폐를 선점하려고 전 세계가 난리였는데요. 그런데 선배. 불과 몇 달 전인 지난 6월 하순에 미국 워싱턴에서 그야말로 금융시장을 뒤흔든 충격적인 급제동 소식이 날아왔다면서요?
한림>네, 그렇습니다. 얼마 전이죠. 지난 6월 22일 미국 상원에서 연방준비제도 즉, 연준이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고 운영하는 것을 2030년 12월 31일까지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찬성 85표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가결이 됐어요. 이제 하원 처리나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는데. 사실상 세계 최대 금융국인 미국이 디지털 화폐 개발에 전격 브레이크를 밟아버린 셈입니다.
선영>2030년까지 전면 금지라고 하면 모든 주도권을 잡으려고 앞장서는 미국이 왜 갑자기 자국 디지털 화폐의 플러그를 뽑아버린 걸까요?
한림>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움직임과 정반대로 가는 나라가 있다는 거예요. 바로 대한민국, 우리 한국은행인데요. 미국이 빗장을 걸어 잠근 지 얼마 후인 7월 1일 한국은행은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 포럼에서 선진국보다 약 2년이나 앞선 디지털 화폐 기술인 '프로젝트 한강'의 실거래 검증에 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선영>맞습니다. 한쪽은 이렇게 법으로 금지를 하고 한쪽은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이렇게 발표를 했는데. 동맹국인 미국과 한국이 디지털 화폐 시장에서 완벽한 '디커플링'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미국은 왜 그렇게 디지털 달러를 무서워하고 한국은행은 뭘 믿고 이렇게 속도를 내는 걸까요?
한림>표면적으로는 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둘러싼 속도 차이. 한국이 미국보다 좀 더 빠르지 않나? 이렇게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환율이 1500원대예요. 한국 돈보다 미국 돈의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높다는 건데 이런 걸 보면 과연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화폐 기술이 앞선다고 단언을 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모든 금융 거래가 감시당할 수 있다는 개인정보 침해 딜레마나 미래 자산 시장을 지배하려는 중앙은행과 민간 가상자산 간의 '소리 없는 영토 전쟁'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이 거대한 화폐 제도의 전환기 속에 이런 게 숨어 있다는 거죠. 흥미롭죠?
선영>흥미롭네요
한림>오늘의 '미스터리 경제'. CBDC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선영>선배.
한림>네.
선영>미국 의회가 디지털 달러 발행과 운영을 반대했는데 이 압도적인 가결표도 놀랍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와 워싱턴이 디지털 화폐 개발을 법으로 묶어버렸다는 게 상식적으로는 선뜻 이해가 안 가는데요. 그 기술 선점을 해도 모자랄 판에 6년이나 금지령을 내린 내막이 뭘까요?
한림>그러게요. 반대가 5표밖에 없었고 압도적인, 찬성 85%니까 그렇게 나왔다고 한 것도 되게 놀랍죠.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지갑 속에 있는 지폐로 예를 들어서 오늘 내가 점심에 커피를 마셨다고 하면 얼마짜리 커피를 마셨는지 누굴 만나서 마셨는지 이런 거를 정부가, 중앙은행이 추적을 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선영>당연히 없겠죠? 불가능하겠죠? 현금은 주인이 누군지 꼬리표가 붙어 있지는 않으니까요.
한림>바로 그 지점이 미국 상원에서 우려했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단순한 전자 화폐가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화폐거든요. 즉, 돈의 이동 경로나 사용 내역이 중앙은행 컴퓨터 원장에 100% 디지털 데이터로 남게 된다는 뜻이죠.
선영>그러니까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소비 성향부터 자금 흐름까지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완벽한 통제 사회가 열릴 수도 있다, 이런 거군요?
한림>네, 정확합니다. 미국 정치권과 금융계가 가장 경계하는 '디스토피아' 이른바 모든 금융을 좌우하는 '빅브라더'의 등장에 대한 공포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만약 정부가 정책적으로 어떤 마음에 안 드는 특정 단체나 개인의, 이 단체나 개인의 CBDC 계좌를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동결을 한다고 하든지, 아니면 이 돈은 이번 달 안에 특정 지역의 소상공인 점포에서만 쓰라고 사용 기한이나 목적을 강제로 제약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화폐가 곧 개인을 통제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선영>편리한 혁신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개인의 금융 자유를 완전히 구속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미국이 2030년까지 브레이크를 밟은 이유가 조금은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선배.
한림>네.
선영>미국이 저렇게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멈춰 서 있는데 우리 한국은행은 어떻게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실거래 테스트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걸까요? 국민적인 반발은 없었나요?
한림>네, 아주 놀랍죠? 그래서 우리 한국은행은 자세히 보면 우회 전략을 택했다고 볼 수 있어요. 중국처럼 중앙은행이 국민 개인의 계좌를 직접 통제하는 소매용 모델로 만약에 전면 도입을 했다고 하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나 국민적 반발에 아주 부딪혔겠죠.
선영>네. 그러니까 한국은행은 미국 같은 거센 반발을 피하려고 다른 방법을 썼다는 얘기네요?
한림>맞습니다. 한국은행은 오직 시중 은행들 사이의 자금 결제용인 기관용 디지털 화폐만 공급하기로 했거든요. 그리고 우리 일반 국민들은 기존의 시중 은행들이 안전하게 발행한 예금 토큰을 받아서 실제 결제에 사용하는 이중 구조를 세계 최초로 설계한 거죠. 이게 바로 지금 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프로젝트 한강'의 핵심입니다.
선영>그러면 중앙은행이 개인의 소비 내역을 직접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기존의 안전한 시중 은행 시스템을 한 단계 거치게 만들어서 '빅브라더'의 감시 리스크 같은 거를 기술적으로 차단해 버리는 그런 거군요?
한림>네, 현답입니다. 어쩌면 또 영리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이런 우회의 전략, 우회의 기술 덕분에 한국은행은 지난 파일럿 테스트에서 큰 반발 없이 무려 8만 명 이상의 시민과 함께 11만 건이 넘는 실거래 검증을 안전하게 끝마칠 수 있었다고 해요.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제도적 논쟁에 갇혀 있는 사이에 한국은행은 기술적 정합성을 먼저 확보하면서 미래 화폐 인프라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선영>또 생각해 보니까 금융 트레이더들이나 우리 재테크 개미들이 한국은행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고민을 할 것 같기도 한데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정부가 공인하는 디지털 원화나 디지털 달러가 세상에 전면 등장하면 우리가 가진 비트코인이나 가상 자산이 경쟁에서 밀려나서 휴지 조각이 되는 건 아닐까요?
한림>자산시장의 역학관계를 뜯어 보면 오히려 정반대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부의 CBDC 추진과 미국의 발행금지령은 오히려 비트코인 같은 그 가상화폐의 몸값을 올리는 강력한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하죠?
선영>네. 국가가 공인하는 디지털 화폐가 나오는데 왜 민간 코인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걸까요?
한림>본질은 '희소성'과 '탈중앙화'에 있어요. 정부가 발행하는 CBDC는 물론 편리하긴 하겠지만 결국 필요에 따라 발행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또 다른 종이 화폐의 디지털 버전에 불과할 수 있거든요. 반면 비트코인 같은 경우는 창시자가 설계한 알고리즘에 따라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돼 있어요. 현재까지 한 1900만 개 정도 채굴이 됐다고는 해요. 정확한 수치는 좀 봐야 되겠지만 국가가 또 디지털 화폐를 통해 개인의 자산을 들여다보고 통제하려 할수록 자산가들은 정부의 규제망에서 완벽히 벗어난 비트코인, 가상화폐, 대체 자산 즉, 이런 '디지털 골드'로서의 오히려 이런 거에 더 열광할 수 있다는 뜻이죠. 실제로 미국의 이번 발행금지령 덕분에 테더 같은 민간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역대급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월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어요.
선영>그렇군요. 국가가 지갑을 통제하려 들수록 오히려 탈중앙화된 민간 자산의 가치가 증명되는 화폐 시장의 모순인 것 같은데요. 편리함과 자유라는 인류의 오랜 숙제가 미래 화폐 위에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한림>네, 맞습니다. 한쪽은 자본의 통제력을 잃을까 봐 2030년까지 법으로 브레이크를 밟았고, 다른 한쪽은 새로운 화폐 질서를 선점하기 위해서 액셀을 밟고 있는 거대한 '패권 경쟁'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한국이 약간 좀 앞서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사실 좀 받을 수가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한국은행이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우선 기관용으로 만들고 시중 은행을 거치는 방화벽을 이중으로 세웠다고 해도, 국가가 국민들의 지갑 속 영수증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라며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입 반대 청원까지 올라온 만큼, 벌써 두 개 정도가 합치면 10만 건이 넘었다고 해요. 국민적인 거부감과 불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거든요.
선영>네, 저도 본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이 대중이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술적으로 아무리 우회 장치를 만들었다고 해도, 종이 지폐와 달리 내 모든 자산의 이동 경로가 정부 전산망에 숫자로 기록되는 순간에 사생활 보호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되겠죠?
한림>편리함은 분명 달콤한 사탕 같은 건데 그게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또 사탕맛 족쇄가 되는 거거든요. 한국은행에서는 거래 정보가 지갑 간 송금 사실만 남을 뿐 소유자 사용처는 드러나지 않고 예금 토큰은 은행이 책임지는 개인 자산이라 정부가 통제할 권한이 없다고는 설명을 하고는 있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강조되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아무리 기술적인 혁신과 CBDC 발행을 한다고 해도 그걸 어떻게 사용을 하고 여론을 만들 수 있을지 그건 또 과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또 공포는 또 있어요. 물론 또 그럴 일 없도록 하겠지만 만약에 먹통 사태가 발생해 버리면 국민의 경제 활동이 한순간에 마비될 수 있는 그런 시스템 리스크를 늘 내재하고 있어야 된다, 스마트폰 결제가 서툰 고령층이 자본의 흐름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금융계급화' 현상도 간과할 수 없고요.
선영>그러면 결국 '프로젝트 한강'이라는 이 거대한 실험이 인간을 이롭게 하는 혁신일지, 아니면 우려했던 디지털 감옥이 될지는 국민이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철저한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를 얼마나 단단히 채우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한림>그렇습니다. 현대 사회는 블록체인 기술 발달로 국가가 돈의 지배권을 쥘 수가 있고 쥐려고 하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내 재산의 자유를 지키려는 인간의 본능과 영원히 부딪혀야 하는 문제인 건 틀림없겠죠. 독자 여러분은 여태껏 국가가 만든 화폐는 모두 써 보셨어요. 그런데 국가가 만든 디지털 화폐는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도 궁금하니까 댓글에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영>네, 댓글 많이 남겨 주시고요. 다음 주에는 또 우리의 경제적 진실을 뒤흔들 어떤 미스터리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 많이 해주시고요. 오늘은 여기까지.
한림, 선영>구독과 좋아요. '미스터리경제'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