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이상빈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대참사’ 이후 한국 축구의 재건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K-축구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국회에서는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 살리는 골든타임: 한국 축구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특히 정치권의 대표적 뉴스메이커인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토론회장을 찾아 위기의 한국 축구 재건 방향에 관심을 보였다.
한동훈 의원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에 참석했다. 정연욱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신성범·김형동·조은희·김대식·이상휘·한지아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대거 자리했다. 정치권 최대 현안의 중심에 서 있는 한 의원이 축구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국회 긴급토론회가 끝난 뒤 현장에 참석해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위기의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사실 한 의원과 축구의 인연이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지난 2024년 초 그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공개 회의에서 남긴 발언이었다. 당시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 이후 불거진 대표팀 내 이른바 ‘탁구 게이트’ 논란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론을 두고, 그는 "축구 국가대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리다. 국민들이 보시기에 국가대표로서의 품격과 공공에 대한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스템의 정상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축구협회의 밀실 카르텔이 초래한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 앞에서 그의 행보가 다시 한번 그라운드로 향한 셈이다. 국민의힘 대표 시절인 2024년 8월 국회에서 열린 여야 의원 친선축구 행사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과 함께하기도 했다. 여야가 정쟁을 잠시 내려놓고 축구로 한자리에 모인 행사였다. 정치권의 화합을 상징하는 무대였다면, 이번에는 국가대표팀의 위기와 축구협회의 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다시 축구와 만났다.
한국 축구를 둘러싼 분위기는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과 감독 선임 과정,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이른바 ‘축구 카르텔’ 논란까지 한꺼번에 폭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마녀사냥식 분노 표출보다 진정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축구협회의 썩은 고름을 제대로 도려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구조 개혁 없이 기존 방식대로 후임자를 선출할 경우 ‘제2의 정몽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문제는 한 사람을 몰아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견제 속에서 한국 축구를 이끌 것인가로 모아진다.

같은 날 정부도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원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K-축구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등도 참여했다. 정부와 국회가 동시에 한국 축구 개혁에 나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한 의원의 토론회 참석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권의 관심은 축구 개혁에 힘을 실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축구가 정치의 무대가 될 위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관심을 보였느냐’보다 ‘무엇을 바꿨느냐’다.
위기 뒤에는 언제나 골든타임이 있다. 병이 깊을수록 명의보다 정확한 진단과 제대로 된 수술이 먼저다. 한국 축구가 지금 필요한 것도 분노의 확대재생산이나 유명 인사의 등장 자체가 아니다. 정부의 혁신위와 국회의 토론회, 그리고 정치권 뉴스메이커의 관심까지 모인 지금, 그 시선을 실제 제도 개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한국 축구 재건의 첫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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