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어드릴까요?" 태극기와 콘서트 뒤엉킨 '두 얼굴' 올림픽공원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6.06.12 22:43 / 수정: 2026.06.12 22:43
12일 집회 8일차 맞은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현장
김준수 공연 인증샷, 부정선거 피켓 인증샷 서로 마주하는 '두 얼굴'
12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에는 두 개의 줄이 생겼다. 콘서트를 즐기려는 인파와 장기 장외 투쟁을 이어가는 시위대가 공연장을 따라 길게 설치된 펜스를 두고 각자의 길을 걸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12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에는 두 개의 줄이 생겼다. 콘서트를 즐기려는 인파와 장기 장외 투쟁을 이어가는 시위대가 공연장을 따라 길게 설치된 펜스를 두고 각자의 길을 걸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사진 찍어드릴까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집회가 일주일째를 넘어 8일 차를 맞이한 12일 늦은 오후 올림픽공원. 콘서트를 즐기려는 인파와 장기 장외 투쟁을 이어가는 시위대가 한 공간에 뒤엉켜 금요일 저녁을 각자의 방식으로 맞이하는 서울 시민들의 이색적인 '두 얼굴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날 '오승혁의 '현장''이 6일 연속으로 찾은 올림픽공원은 평일의 소강 국면을 털어낸 모습이었다. 오후 5시를 기점으로 직장인들의 퇴근길 발걸음과 주말을 맞아 결집한 시민들이 속속 합류해 현장 인파는 2,000명 선을 기록했다.

인적 구성의 변화도 뚜렷했다. 주중 내내 60대 이상 고령층 중심의 강성 보수 성향이 짙었던 대열은, 금요일 저녁이 되자 가족 단위 참가자들과 2030 세대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됐다. 현장은 중장년층 60%, 청년층 40%의 비율을 이루며 집회 초기의 자발적이고 활기찬 기류를 다시금 회복해 갔다.

대열 곳곳에서는 한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든 채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핸드볼경기장 앞 주차장과 게이트 등지에도 전날에 비해 더 많은 성조기와 태극기가 보였다.

집회를 떠받치는 물적 인프라는 이제 완전히 상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주차장을 지키는 냉방 휴식 버스 4대는 여전히 가동 중이었으며, 전날 현장의 허기를 달랬던 밥차는 철수했다. 다만 컵라면 나눔 부스와 상시 운영 중 커피 트럭과 푸드트럭 주변에는 저녁 식사를 해결하려는 참가자들이 길게 줄을 서며 장기전에 최적화된 생활 인프라를 과시했다.

12일 공연을 시작한 김준수의 공연장 앞 포토존에서 대기하며 기념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12일 공연을 시작한 김준수의 공연장 앞 포토존에서 대기하며 기념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이날 현장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올림픽공원을 경계로 갈라진 '두 개의 금요일 밤'이었다. 집회가 열리는 핸드볼경기장 바로 맞은편 KSPO돔(옛 체조경기장)에서는 이날부터 가수 김준수의 대형 콘서트가 개최된다. 김준수의 아시아 투어 공연인 ‘2026 XIA ASIA TOUR CONCERT ‘GRAVITY’ in SEOUL’이 14일까지 열린다. 이날 저녁 7시30분 막을 올린 공연의 티켓박스 오픈을 앞두고 관람객들은 공연장 인근에 설치된 대형 포스터와 각각 XIA, 준수가 적힌 조형물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12일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에는 두 곳의 포토존에서 사진 찍어드릴까요?라는 질문이 오갔다. 서울지하철 9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에서 핸드볼경기장으로 가는 다리에 붙은 피켓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과 김준수 공연장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서로를 근거리에서 마주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12일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에는 두 곳의 포토존에서 "사진 찍어드릴까요?"라는 질문이 오갔다. 서울지하철 9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에서 핸드볼경기장으로 가는 다리에 붙은 피켓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과 김준수 공연장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서로를 근거리에서 마주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포토존 앞에서 공연 관련 직원들이 팬들에게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묻는 가운데, 맞은 편에서도 "사진 찍어드릴게요. 거기 서보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서울지하철 9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에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KSPO돔으로 향하는 다리에 붙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 앞에서 기념 사진을 남기는 집회 참가자들이 서로 촬영해주는 모습이었다.

KSPO돔을 따라 펜스가 길게 설치된 가운데 지하철역에서 내려 집회로 향하는 이들과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분리됐다.

선관위의 부실 행정을 규탄하는 거대한 외침과 주말의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활기찬 에너지가 동시에 요동친 올림픽공원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세 결집의 거대한 분수령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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