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아닌 증명’ 이영표의 무게 vs ‘모르니까 용감한’ 전현무의 승부수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6.06.02 20:29 / 수정: 2026.06.02 20:29
2일 서울 여의도 'KBS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제작발표회
말의 무게 다시 강조한 이영표, 무식한 용감한 무기로 세운 전현무
2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KBS 아트홀을 찾았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JTBC와 함께 중계를 맡은 KBS가 이영표 해설위원(오른쪽), 전현무·남현종 캐스터를 내세운 KBS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제작발표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오승혁 기자
2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KBS 아트홀을 찾았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JTBC와 함께 중계를 맡은 KBS가 이영표 해설위원(오른쪽), 전현무·남현종 캐스터를 내세운 'KBS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제작발표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오승혁 기자

[더팩트|KBS 아트홀=오승혁 기자] "12년 전 그 멘트가 오늘날까지 상당히 많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서 말의 무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말에 대한 책임을 느끼면서 중계하겠다." (이영표 해설위원)

2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KBS 아트홀을 찾았다. 4년마다 돌아오는 지구촌의 축제 '월드컵'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JTBC와 함께 중계를 맡은 KBS가 이영표 해설위원, 전현무·남현종 캐스터를 내세워 'KBS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제작발표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축구팬들을 설레게 할 월드컵이지만 한국에서는 역대 가장 조용한 월드컵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민적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어떤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을까. 실제로 KBS 본관과 아트홀 인근 곳곳에 놓인 중계진들의 등신대 입간판과 월드컵 관련 홍보는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전혀 끌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이 언제, 어떤 나라와 경기를 하는지 아예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온 국민이 붉은 악마였던 2002 월드컵과 이어진 경기마다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등장했던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기업 마케팅도 거의 사라진 듯 조용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제작발표회 현장 만큼은 달랐다. 이영표는 이영표였고, 전현무는 전현무였다. 등장부터 어설픈 킥을 선보이며 활기차게 자리를 빛낸 전현무 뒤로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축구 레전드다운 킥 포즈를 취한 이영표는 제작발표회 내내 상반된 모습으로 월드컵 경기 중계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영표 위원의 깊어진 고찰이었다. 축구팬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명언이 있다. 과거 그가 남긴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는 날카로운 한마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이영표 해설위원이 대표팀의 조별리그 탈락 후 남긴 어록으로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명언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발언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형 국제 대회가 열릴 때마다 축구계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곤 한다. 축구 외에도 수많은 종목의 국제 대회에서 한국 팀의 성적이 좋지 못할 때면 여지 없이 소환되는 말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내 과거 발언이 여전히 회자되는 것을 보며 '말의 무게'에 대해 깊이 깨달았다"라며 운을 뗐다. 자신이 뱉은 한마디가 가지는 책임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경기를 분석하는 그의 시선은 더욱 치밀하고 신중해진 듯 보였다.

이영표 위원은 '주목 할 선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이 월드컵에서 토너먼트에 진출했던 2002, 2010, 2022 대회를 보면 특정 한 선수뿐 아니라 모두가 잘했다. 이번에도 모든 선수가 좋은 컨디션으로 자기 역할을 다해야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며 팀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어 "그래도 꼭 1~2명을 꼽아야 한다면, 최근 컨디션이 좋은 오현규나 조규성 같은 선수가 득점해 줬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득점을 꼭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득점했을 때, 팀은 좋은 성적이 났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진일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전현무는 철저하게 대중의 눈높이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대한민국에 이른바 '축잘알(축구를 잘 아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현시점에서, 그는 '용감한 무식함'을 전략으로 택했다.

전현무는 "축구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많은 이 세계에서, 나는 오히려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용감한 질문과 해설로 재미를 안기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전문가들의 시선에 갇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중계에, 시청자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는 영리한 전략이다. 축구에 정통한 이들이 가득한 중계석에서 그가 던질 날 것 그대로의 질문들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대중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진 외로운 월드컵이라지만, '진짜 킥'을 보여준 레전드와 '예능 킥'으로 문을 연 베테랑 방송인의 만남은 지상파 중계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두 남자의 뜨거운 티키타카가 이번 월드컵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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