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리=이선영 기자]
◆ 방송 : 더팩트 유튜브 콘텐츠 'THE 미스터리경제' EP.12
◆ 출연 : 금융증권부 이한림, 이선영 기자
◆ 편집 : 디지털미디어팀 이상빈, 이환호 기자
선영>세상에 당연한 경제는 없다. 팩트 뒤에 숨겨진.
한림>기묘하고 오싹한 경제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한림, 선영>더펙트 경제 추리 콘텐츠. '미스터리경제' 시작합니다.
선영>드디어 다음 주에 다음 주 수요일 6·3 지방선거가 열리는데요. 요 며칠 동네 곳곳에 유세 차량도 보이고. 선거 열기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한림>아싸 또 쉬는 날.
선영>(웃음) 방금 너무 로봇 리액션 아닌가요?
한림>쉬는 날이고 너무 좋으니까 투표는 꼭 하셔야겠죠? 우리 <더팩트> 기자들도 지금 현장 취재하러 부산 등 격전지에 내려가 있어요. 확실히 선거가 요 몇 주간 전 국민의 관심사가 맞긴 한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눈길을 끄는 게 또 있나요?
선영>지방선거인데도 한동훈이나 조국 같은 뉴스에 맨날 나오는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평소 지방선거보다는 화제성이 높은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림>네, 정확하게 보셨어요. 또 이번 6월 3일은 우리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열리는 날이잖아요? 그런데 또 보면 진짜 링 위에서는 총선에서나 불법한 거물들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미니 총선'이 동시에 열립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같은 날 치러지기 때문이죠.
선영>어쩐지 뉴스에서 국회의원 후보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했는데요. 그런데 선배, 원래 국회의원 뽑는 총선은 주기가 따로 있잖아요? 그런데 왜 지방선거 날에 국회의원 선거까지 열리는 걸까요?
한림>바로 그게 오늘 '미스터리경제'의 키워드입니다. 선거를 쪼개서 치르지 않고 굳이 한날한시에 묶어서 치르는 이유, 그리고 거물들이 이 타이밍을 노리는 이면에는 철저한 자본 논리와 자원 배분의 법칙이 숨어 있다는 점인데요. '미스터리경제' 12번째 에피소드 선거 미스터리. 지금 시작합니다.
선영>그러고 보니까 선거 한 번 치를 때마다 우리가 내는 세금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고 들었는데요. 투표소도 만들어야 되고 종이도 만들고 공무원들 수당도 줘야 되고 개표인원들 수당도 줘야 되잖아요. 다 돈인 거잖아요?
한림>네, 맞습니다. 선거는 그 자체로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는 국가적 프로젝트인데요.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회의원 선거 기준, 총선 기준으로 전국 단위로 한 번 치르는 데 드는 순수 선거 비용만 약 3000억에서 4000억 원 정도 든다고 해요.
선영>생각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요. 그럼 만약에 보궐선거를 지방선거랑 같이 안 하고 몇 달 뒤에 따로 치르면 돈이 또 중복으로 나갈 뻔했다는 얘기네요?
한림>그렇죠. 비록 전국 모든 지역구에서 보궐선거가 열리는 건 아니고 14곳. 10석이 넘어가는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거잖아요? 하지만 어쨌든 선거를 치러야 되기 때문에 인건비, 홍보비, 선거 공보물 제작비 같은 그런 고정 비용이 이중으로 들 수 있다는 거죠. 따로 치르게 되면.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인프라 하나를 깔아놓고 여러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해 비용을 극적으로 낮추는 걸 '범위의 경제'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거래 비용의 최소화'라고 할 수 있죠.
선영>그러면 투표소라는 플랫폼과 인력을 이미 깔아 놨으니까 거기에 투표용지 한 장만 더 얹어서 처리하면 행정 처리에 드는 거래 비용과 국가 재정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가 있겠네요?
한림>네. 일종의 재정 결합 효율성을 극대화한 국가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데 또 여기서 미스터리한 지점이 있습니다. 나랏돈 아끼는 건 알겠는데 정작 몸값이 비싼 거물급 정치인들이나 대권 잠룡들이 왜 총선이 아닌 지선과 같이 열리는 보궐선거 타이밍에 굳이 뛰어드는 걸까요?
선영>정치인들이 선거에 나오는 거는 당연히 당선되려는 게 아닐까요? 보궐선거는 말 그대로 지금의 국회의원 자리가 공석이 된 곳만 치르기 때문에 이 자리를 또 누군가 메워야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보궐선거로 당선됐다고 해서 '특별한 국회의원'은 아닐 텐데. 일반 국회의원들과 같을 것 같은데 여기 무슨 특별한 '경제학'이 있나요?
한림>선거를 치르는 정치인 입장에서 가장 아까운 '자본'이 뭘까요?
선영>인지도를 위해서, 인지도를 알리는 마케팅 비용, 뭐 이런 걸까요? 아무래도 후보 등록비가 있고 또 정치가 하루 하고 마는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선거야말로 자신을 국민들한테 알려야 될 좋은 기회로 잡을 수 있을 것 같고요.
한림>그렇죠.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시간이에요. 정확하게는 정치적 타이밍이라는 시간 자본이라고 표현해야 될까요? 만약 이번 선거에서 등판을 하지 않고 야인으로 몇 년을 보내게 되면 그간 쌓아온 정치적 자산과 대중적 인지도가 대중에게 잊히기 마련이잖아요. 자산 가치가 마치 빌라나 자동차 같은 것처럼 감가상각이 돼버린다는 거죠. 이 매몰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거물급 정치인들은 자산 가치가 가장 높을 때인 '지금'이라는 시간 자본을 투자해 링에 올라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영>그럼 야인으로 잊히느니 리스크를 지더라도 지금 타이밍에 등판해서 본인의 정치적 자산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는 거네요?
한림>아까 보궐선거로 당선됐다고 해서 '특별한 국회의원도 아니고'라고 했는데. 보궐선거로 당선이 돼가지고 대통령이 됐어요. 그 기간을 줄일 수 있었다는 거죠. 인천 계양을에 이재명 현 대통령이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출마해서 당선이 돼 그렇게 된 거고. 이번 같은 경우에도 이제 가장 격전지라고 하면 부산 북구갑을 꼽을 수가 있는데. 거기에는 현재 부산시장 후보로 전재수 전 의원이 출마를 해서 거기가 공석이 돼 거기서 아주 큰 판이 열리게 된 거죠. 정치인 입장에서는 지금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거니까 그런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지선과 동시에 열리기 때문에 엄청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가 있거든요. 원래 총선은 나 혼자서 유세차 돌리고 이름 알리는 데 마케팅 비용을 써야 되잖아요.
선영>듣고 보니까 지방선거는 시장부터 구청장, 시의원들까지 수 많은 지역 후보가 동시에 뛰잖아요. 그래서 보궐선거가 열리는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후보자와 함께 당 차원에서 대대적인 마케팅 판을 깔 수도 있겠는데요. 비용도 아끼고 인지도도 높이고 이런 면에서는 완전히 '윈윈'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한림>네, 맞아요. 이제 당이 구축해놓은 거대한 유세 인프라에 슬쩍 얹어가기만 해도 전국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기라는 거죠. 최소한의 개인 자본을 들여서 최대의 마케팅 효과를 내는 영리한 자원 배분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선영>네, 만 18세 이상 전 국민이 참여하는 이 권리 행사에도 영리한 계산이 깔려 있는 거군요. 국가 입장에서는 선거를 한 데 묶어서 혈세를 아끼고 거물 정치인들은 당이 깔아준 판에 들어가서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효과도 누릴 수 있고요. 그런데 듣다 보니까 의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한림>어떤 의문이죠?
선영>선거를 같이 치르는 게 돈도 아끼고 효율적인 거면 4년에 한 번 날 잡아서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구청장다 뽑아버리면 안 되나요? 왜 굳이 대선 따로, 총선 따로, 지선 따로 이렇게 돈을 이중, 삼중으로 쓰는 걸까요?
한림>그렇게 되면 저희가 하루 밖에 못 쉬잖아요.
선영>아! 그러면 나눠서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한림>그렇죠. 그런데 아주 예리한 지적입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도 선거 비용을 줄이자며 어차피 경제적 논리로 갈 거면 통합선거를 해버리자,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온 것도 아니라고 해요. 하지만 여기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떠오릅니다.
선영>그건 주식에서 나오는 표현 같은데. 선거가 주식은 아닌데 어떤 함정 같은 게 있나요?
한림>첫째는 '묻어가기 리스크'입니다. 제가 만든 건데 모든 선거를 한날한시에 치르면 대선 후보나 중앙정치의 거대 이슈에 모든 포커스가 쏠리겠죠. 아무래도 대통령이 1번이다 보니까 구청장이라든지 시의원, 구의원, 군수 이런 분들의 정책 검증이 되게 어렵다는 거예요. 하루 한 날에 다 치러버리면 대통령 누가 되는 거에 제일 관심이 많으니까. 반면, 또 지선 같은 경우는 우리 동네를 위해 일할 진짜 일꾼을 뽑는 선거잖아요. 이런 것들이 완전히 묻혀버릴 수 있다는 거죠.
선영>그러면 중앙정치 바람에 휩쓸려서 동네 일꾼들이 정당 중심의 '묻지 마 투표'로 뽑힐 수도 있겠네요?
한림>그렇습니다. 둘째는 또 돈 때문에 한날한시에 치르면 안 되냐, 이런 얘기가 있었지만 또 의외로 바로 돈 때문이에요. 바로 '비용의 역설'인데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선거를 합치게 되면 투개표 관리하는 비용은 조금 줄어들지는 몰라도 선거법상 후보자들에게 세금으로 돌려줘야 되는 선거 비용 보전액이 한 번에 폭등을 해서 정작 전체 예산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많이 든다는 분석도 있어요. 이럴 거면 쉬는 날 많게 따로따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선거공영제'라는 게 있는데. 선거공영제에 따라 15% 이상 득표한 후보자라면 당선되지 않더라도 선거 운동 비용을 국가에서 돌려준다고 해요. 세금으로. 당선자는 당연히 포함되는 거고요. 결국 자산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처럼 권력과 리스크를 쪼개고 상호 견제하도록 설계한 일종의 '민주주의식 분산 투자 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영>이렇게 보면 한 번에 묶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또 다른 이면이 있기도 하네요. 선거도 주기를 쪼개놔야 우리가 정치권에 끊임없이 또 피드백을 주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모든 선거 비용은 또 우리가 내는 세금이잖아요.
한림>우리 세금이 들어간 판은 물론 우리 세금을 대신 사용할 분들을 뽑는 건데 눈을 똑바로 뜨고 봐야겠죠. 공약부터 어떤 활동을 했고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아주 잘 봐야 되는 건데.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선거 당일 저녁에 약속을 잡지 않아요.
선영>모범 시민이시네요.
한림>그런가요? 재밌어요. 누가 당선이 되고 그리고 내가 뽑은 후보자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하고. 개표방송을 또 직접 보면서 결과를 봐야 속이 풀리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K-개표방송 너무 재밌게 잘 만들잖아요. 방송사들이 후보님들 데리고 온갖 화려한 그래픽에 춤 시키고 달리기 시키고 노래 시키는 그런 개표방송. 외신에서도 매번 신기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선영>네, 맞아요. 개표 방송에서 요동치는 실시간 집계 숫자와 또 투표 시간이 끝나자마자 당락을 예측하는 출구조사 이런 걸 좀 봐도, 경제학적으로 보면 완벽한 실시간 호가창과 데이터 기반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선물 시장이 연상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후보자들의 득표율이 올라가고 내려갈 때마다 유권자들이 내가 투자한 종목의 실시간 주가창을 보듯이 손에 땀을 쥐게 되더라고요.
한림>맞아요. 또 선거날 밤 방송사들이 깔아놓은 화려한 데이터 축제거든요. 연령대별로, 성별로 아니면 지역별로 이렇게 데이터가 한 곳에 모여서 이 데이터를 보는 재미가 또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던진 한 표가 어떤 후보의 가치를 올리고 어떤 후보의 또 거품을 걷어낼지 영리한 가치 투자자의 눈으로 지켜보시는 것도 선거날 아주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선영>네, 여러분 투표 꼭 하시고요. 다음 주는 전 국민이 TV 앞으로 집결하는 행사가 또 있죠?
한림>네, 뭐가 있죠?
선영>바로 월드컵입니다. 저희가 좋아하는 축구를 주제로 미스터리한 경제적 가치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 많이 해주시고요. 오늘의 '미스터리경제'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한림, 선영>구독과 좋아요. '미스터리경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