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리=이선영 기자]
◆ 방송 : 더팩트 유튜브 콘텐츠 'THE 미스터리경제' EP.11
◆ 출연 : 금융증권부 이한림, 이선영 기자
◆ 편집 : 디지털미디어팀 이상빈, 이환호 기자
선영>세상에 당연한 경제는 없다. 팩트 뒤에 숨겨진
한림>기묘하고 오싹한 경제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한림, 선영>더팩트 경제 추리 콘텐츠. '미스터리경제' 시작합니다
선영>네, 여러분. 부처님오신날이 끼어 있는 이 황금 연휴 계획들을 잘 세우고 계신가요? 오늘부터 연휴가 시작되는데 선배는 어떻게 보내실지 궁금하네요.
한림>네, 저는 외가 쪽이 불교여서 부처님오신날이면 어렸을 때 외할머니 손을 잡고 절에 늘 갔던 기억이 있네요. 아마 올해는 연휴가 조금 있으니 오랜만에 절에 가서 경건한 마음을 가져 볼까 합니다.
선영>선배의 경건한 모습이라고 하니까 상상이 잘 안 가긴 하는데요. 그런데 절에 가면 진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부산 사람이다 보니까 부모님이랑 해동용궁사도 자주 갔던 것 같고 또 집 뒤에 있는 절도 가끔 갔었던 것 같고요. 이렇게 불교에서 자연산림에 녹아드는 이 구조의 건축물들을 보면 불상이 주는 오묘한, 신비로운 느낌? 이런 것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미스터리경제' 촬영일인데 불상이랑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또 돈이랑 연결 지으시는 걸까요?
한림>들켰나요? 사실 뭐 저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또 자산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은밀한 투자처 중 하나가 '고미술품'이거든요.
선영>그래도 우리나라 불상들은 국보로 많이 지정돼 있기도 하고 절에 있는 불상은 전시품도 아니니까 돈으로 살 수도 없잖아요?
한림>네, 맞아요. 국보는 당연하거니와 불상이라는 건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품이죠. 고미술품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1967년에는 이 불상을, 그것도 국보로 지정된 불상을 진짜 장물시장에 내다 팔려고 훔친 전대미문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선영>옛날에 뉴스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덕수궁미술관에서 한밤중에 감쪽같이 불상이 사라졌던 그 사건인가요?
한림>네. 1967년 10월 24일 밤. 덕수궁미술관에 전시돼 있던 국보 제119호. 금동연가7년명여래입상이 흔적도 없이 도난당했다고 해요. 삼국시대 불상 중에 제작 연도가 명확하게 적힌 유일한 불상이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초특급 보물, 초특급 불상이었던 거죠. 당시 상황은 어땠을까요? 치안에 비상이 걸리고 난리 나고 전국 경찰이 범인이 누군지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해요. 그런데 불과 도난 사흘 만에 반전이 일어납니다. 문화재관리국장에게 의문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대요.
선영>범인이 전화했나요? 돈 달라고 협박이라도 했을까요?
한림>범인은 맞는데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온 범인의 목소리는 의외였다고 합니다. 약간 흐느끼는 톤으로 '내가 불상을 훔친 범인인데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돌려주려고 하니 한강철교 제3교각으로 가 보라'라고 연락을 했다고 해요.
선영>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기엔 좀 타이밍이 늦는 것 같기도 한데. 목숨을 걸고 국보를 훔쳐놓고는 고스란히 돌려줬다고 하니까 진짜 순수하게 불심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게 맞을까요?
한림>글쎄요. 국보를 훔치려는 시도 자체도 미스터리한데. 이 범인 고백의 전말이 정말 또 미스터리한 부분입니다. 범인은 정말 종교적 참회를 한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철저한 자본적 계산이 숨어 있는지 이번 주는 한강철교 밑에 묻혔던 국보 불상 도난 사건을 중심으로 지하경제학의 비밀을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작합니다.
선영>아무리 생각해도 좀 미스터리한 지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왜 훔쳤는지, 또 왜 돌려줬는지, 한강철교에서 왜 자백을 했는지. 그런데 범인이 목숨을 걸고 국보를 훔쳐놓고는 돈 한 푼 요구도 안 하고 사흘 만에 돌려주고 도망을 쳤다고 하니까 종교적 참회나 양심의 가책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되는 거 아닐까요?
한림>겉보기에는 참회극처럼 보일 수는 있죠.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진짜 그런 거일까요? 이 불상을 돌려받았을 당시에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선영>뭐가 망가져 있었나요?
한림>네, 현재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고 하는데요. 직접 가서 보시거나 온라인에서 검색해서 사진 같은 거 보시면 불상 뒤에 배경, 여기 광배라고 하더라고요. 이 광배가 앞으로 심하게 휘어져 있어요. 여기 금 간 선도 보이고 원래 그 정도로 휘어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범인이 훔치고 숨기는 과정에서 거칠게 다뤘을 가능성도 있다는 거죠. 그리고 이게 또 영구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해서 그냥 그대로 있거든요. 그렇게 훼손돼버렸다고 합니다.
선영>스님들이 들으시면 진짜 노할 사건이 아닌가 합니다. 참회를 했다면 험하게 다루진 않았을 것 같은데 참 씁쓸하네요.
한림>그렇죠. 그래서 이 사건은 관심을 받기 위한 자작극 또는 참회극 이런 거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범인은 어떻게 됐을까요?
선영>어떻게 됐나요?
한림>잡히지도 않았고 사건 발생 10년 후인 1974년에 공소시효도 이미 만료됐어요. 말 그대로 미스터리로 남은 사건입니다. 그래서 여러 추측을 해 볼 수가 있는데. 어떤 이들은 문화재청장이나 박물관장이나 이런 사람들한테 개인적 원한을 품었다. 그래서 그런 도난 사건을 일으켰다고 보는 이유도 있고요. 그런데 장물의 세계를 알면 돈과 연결된 철저한 계산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선영>장물의 세계, 어떤 걸까요?
한림>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만약 내가 수백 억 원 가치의 장물들을 다루는 암시장의 거물이에요. 그런데 어떤 도둑이 신문 1면에 대대적으로 실린 국보 불상을 들고 와서 '이거 살래?' 라고 해요. 어떤가요? 살 건가요?
선영>못 살 것 같은데요. 그걸 사는 순간 경찰이 잡으러 오지 않을까요? 패가망신이 될 수도 있고요.
한림>그렇습니다. 바로 여기에 경제학에서 말하는 개념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200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커로프 교수의 '레몬 마켓' 이론이 있습니다.
선영>'레몬 마켓'이라면 중고차 시장처럼 이렇게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정보가 불균형해서 결국 속은 시고 겉만 번지르르한 레몬만 거래되는 썩은 시장을 말하는 그런 걸까요?
한림>네, 속은 시고. 미국 속어로 겉은 멀쩡하지만 쓰다 보면 문제를 일으키는 불량품을 '레몬(lemon)'이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를 했다고 해요. 주로 이제 말씀하신 것처럼 자동차나 중고차 그런 시장에서 많이 썼다고 하는데 품질이 낮은 상품만 시장에 남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입니다. 당시 문화재 암시장도 전형적인 '레몬 마켓'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불상은 정보 비대칭 수준이 아니라, 전 국민이 다 아는 불상이 돼버렸고 아예 정보가 과포화된 게 문제였어요. 그래서 온 국민과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장물이다 보니 이거를 사들이는 순간 리스크가 너무 크다. 아무리 내가 암시장의 큰손이라고 해도 그래서 거래를 거부했을 수도 있다는.
선영>그러니까 범인 입장에서는 이 불상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위험 비용인데 암시장에서 손에 쥘 수 있는 유동성, 현금화 통로는 완전히 막혀버린 거군요?
한림>그렇습니다. 기대 수익은 이미 제로가 돼버렸는데 위험 비용은 1분 1초가 흐를수록 수사망이 나한테 좁혀오니까 본인이 한 행동은 본인만 알 거 아니에요. 그래서 위험 비용은 계속 우상향 중이라는 거죠.
선영>네.
한림>범인 개인적으로 감당하지 못할 만큼 위험 비용이 초과해버리니까 직접 전화를 해서 거기에 놔뒀으니 물론 자기가 아무도 몰래 가져갔으니까 아무도 몰래 돌려줄 수도 있어요. 훔친 곳에 직접 가서 거기다 그냥 두고 오면 되잖아요. 그때 당시는 CCTV가 그렇게 상엄하지도 않았을 테고. 그런데 어쨌든 한 번 훔쳤고 신문 1면에 실렸고 전 국민이 아는 불상이 돼버렸다 보니까 당연히 훔친 덕수궁미술관 경비도 두 겹, 세 겹으로 강화됐을 테고 그러면 자기가 잡힐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결국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자산이 아니라 들고 있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런 '시한폭탄'이에요. 내가 들고 있으면 터져버리고 누군가를 주자니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래서 결국 범인은 양심의 가책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세워서 출구 전략을 나름 짠 거라고 할 수 있겠죠. 가책은 당연히 느끼겠지만 사실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처참하게 퇴출당한 장물아비의 눈물 겨운 투기 실패작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영>들을 수록 참 기묘한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양심 고백을 해놓고 뒤로는 국보를 훼손해 놓은 건데요. 돌려줬다고 해도 어쨌든 범죄는 범죄니까요. 탐욕과 리스크 사이에서 눈치 게임을 하다가 한강철교 밑을 택한 결말이 씁쓸하기도 하면서 좀 오싹합니다.
한림>네, 맞습니다. 엄연한 중범죄이자 있어서는 안 될 문화재 파괴 사건인데요. 본인이 생전에 한 모든 일들을 우리가 다 기억을 하진 못하겠지만, 아마 그 범인의 인생에서는 가장 자신이 어둡게 빛나고, 가장 유명했던 시기인 만큼 그때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계시겠죠. 아마 이 영상을 보시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 그러셨는지 그리고 왜 죗값을 치르지 않았는지 묻고 싶기도 하네요. 다만, 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무리 가치 있는 자산이라도 유동성 즉, 환금성이 막히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자산의 냉혹한 본질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거래하는 것 자체가 고위험 리스크가 되는 순간 국보조차도 당장 들고 있으면 부채가 돼버리는 거를 증명한 셈이죠.
선영>네, 맞습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내가 안전하게 빠져 나올 수 있는 출구 전략이 핵심일 텐데요. 무작정 오를 거라는 탐욕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는 걸 또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코스피도 최근에 불장을 이어가고 있잖아요. 그래서 신용융자잔고도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고 하는데요. '영끌'로 집을 샀다가 고금리에 갇혀서 허덕이는 출구 없는 리스크를 떠안은 셈이 되겠습니다.
한림>그렇죠. 시드를 불려가지고 투자 자산으로 만들면 물론 수익을 냈을 때 돌아오는 잭팟도 크기가 크겠죠. 크겠지만 돌아오는 리스크도 더 커지는 거니까 영끌이든 빚투든 시장이 영원히 우상향할 거라는 착각에 갇혀버리면 그 자산은 언제나 나를 무너뜨리는 부채가 될 수 있다. 그런 것이거든요. 60년 전 범인의 미스터리한 불상 도난 사건이 정말 순수한 참회였는지 아니면 사방이 막힌 상황에서 도망가기 위한 마지막 궁여지책이었는지 우리 시청자분들이 오늘 방송 보시고 잘 판단해 보시길 바랍니다
선영>네. 혹시 범인이 살아계시다면 선배한테 메일 하나 보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한림>꼭 연락 주시고 메일 남겨주시고. 인터뷰하셔도 되고요. 기다리겠습니다.
선영>이번 주 '미스터리경제'가 여러분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현명한 통찰력을 더해드렸기를 바라면서요. 이번 부처님오신날에 절에 가시게 되면 불상 보면서 '아, 미스터리경제' 한번 떠올려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모든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고요. 저희는 다음 주에 더 기묘한 경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한림, 선영> '미스터리경제'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seonyeo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