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서울 노원구=오승혁 기자] "마트가 문을 닫았는데... 진짜 저도 닫고 싶은데 닫지 못해 열어요. 마트에 장 보러 왔다가 겸사겸사 오는 곳인데 열고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홈플러스 임대 매장 점주)
12일 낮 '오승혁의 '현장''은 10일 잠정 영업 중단에 들어간 홈플러스 매장 중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중계점과 중랑구에 있는 면목점을 찾았다. 슈퍼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추진에 나선 홈플러스는 지난 일요일인 10일 전국 104개 매장 중 37곳의 매장의 문을 닫았다.
서울에서는 중계·신내·면목·잠실점 총 4곳이 해당된다. 먼저 찾은 중계점 앞에는 홈플러스 마트의 영업 중단 안내와 함께 '임대 매장 정상영업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입구에 붙은 '정상 영업' 안내문이 무색하게 입구 앞을 지나던 시민들은 "문 닫았다며?"라고 대화를 주고 받으며 홈플러스의 영업 중단만을 언급하기 일쑤였다. 마트의 잠정 영업 중단 결정이 입점 업체들에게는 사실상 '영업 정지'나 다름없는 선고가 된 모양새다.
현장의 분위기는 삼엄했다. 당장이라도 사람들이 오가고 직원들이 계산대에서 분주하게 움직일 것 같지만, 영업이 정지되어 불이 꺼진 상태로 멈춘 낯선 모습의 마트와 임대 매장 등을 살피던 취재진에게 마트 측 관계자가 다가와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이곳은 사유지이며 홈플러스 내부 지침상 취재가 엄격히 제한된다"며 촬영물 삭제와 퇴거를 요구했다.
기자가 "홈플러스 마트 영업 중단으로 타격을 입은 임대 매장 점주들의 상황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으나, 답변은 차가웠다. "점주들도 우리와 계약 관계에 있는 만큼, 건물 내 취재는 불가하다"는 논리였다.
어렵게 만난 임대 매장 점주들은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매장의 판매 품목과 관계 없이 점주들은 "아시는 것처럼 마트 온 손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인데 마트가 닫으니 매출이 사실상 제로(0)"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평일 낮 시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카페와 다이소에 방문한 지역 주민 십여명을 제외하면 홈플러스 중계점 1층과 지하 1층에 자리한 모든 임대매장에는 손님이 없다시피 했다.
한 점주는 "타격이 크다"며 "계속 '이거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닫을 수도 없어서 일단 열고 있다"고 했다. 취재 중 한 매장에서 목격된 장면은 이곳의 위태로운 '공생'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커피를 주문을 하러 나온 홈플러스 마트 측 직원이 점주에게 익숙한 듯 반말 섞인 말투로 주문하는 모습은 입점 상인들이 이 건물 안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짐작게 했다.
카페에서 음료가 완성됐다고 안내하면 주문한 고객이 직접 받으러 카운터에 가는 것이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한국에서 "언니(점주)가 사무실로 가져다 줄래? 아니다, 내가 가지러 나올게"라고 말하자 점주가 익숙하다는 듯 "가져다 줄게"라고 답하는 모습은 보기에 상당히 낯설고 불편했다.
이어서 방문한 홈플러스 면목점도 영업 중단 상황은 비슷했다. 마트 직원들은 입구에서 시민들을 향해 "고객님, 영업 안 합니다"라는 안내를 반복하고 있었다. '고객'이라 부르면서도 정작 '영업'은 하지 않는 기묘한 외침이다.
다만 홈플러스 면목점 직원들은 임대 매장 점주에게 영업 현황을 묻고 퇴근할 때 인사를 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잠정 영업 중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점주를 위로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은 37개 점포 영업 중단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홈플러스 노조는 유암코 등 3자 관리인이 사태 해결에 개입하지 않으면 오는 14일부터 4차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