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있는데도 저 정도면…” '특별 감독' 강남 유명 치과 가보니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5.11.26 00:00 / 수정: 2025.11.26 00:00
25일 고용노동부 조사 중인 서울 강남 대형 치과 현장 분위기
3년간 수백명 해고, 직장 내 괴롭힘, 퇴사자 배상금 청구 등 혐의
25일 오승혁의 현장은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해고, 퇴사 직원에게 부당한 배상금 청구 등으로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의 대형 치과를 찾아 현장 분위기를 취재했다. /서울 강남=오승혁 기자
25일 '오승혁의 '현장''은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해고, 퇴사 직원에게 부당한 배상금 청구 등으로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의 대형 치과를 찾아 현장 분위기를 취재했다. /서울 강남=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강남=오승혁 기자] "아잇, 이거 말고 다른 거. 내가 말했던 거 왜 안 뽑았는데? 안에서 뭐라고 하잖아. 어서 뽑아줘."(치과 직원)

"환자들 있는데도 저 정도면, 자기들끼리만 있을 때는 더하겠구만..."(환자)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치과 대기실에서 들린 직원들 사이의 대화다. 이 말을 옆에서 듣던 한 환자는 혀를 차며 "직원들끼리 있을 때는 더 심하게 괴롭히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한 창구에서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다른 환자는 "인터넷에 후기 올려야지. 뭐 이리 다들 불친절해. 한 번 혼나봐야 정신을 차리지"라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25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이 치과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대형 병원으로, 최근 몇 년간 수백 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일부 퇴사자들에게 수백만 원대 배상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현직 직원들 제보에 따르면 A4 용지에 잘못한 점을 빽빽하게 채워 내게 하는 이른바 ‘반성문 깜지’ 작성, 벽 보고 서 있기, 폭언 등이 직장 내 괴롭힘 형태로 반복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노동당국이 조사에 나선 상태다.

병원 개원 시간인 오전 9시 30분경, 대기실에는 이미 수십 명의 환자들이 의자를 가득 채우고 앉아 있었다. 이 병원이 유튜브 채널·블로그 등을 운영하며 대표 원장이 여러 매체에 나와 치아 관리, 임플란트 수술 등과 관련된 전문 지식을 전해 온 만큼, 현장에는 노년층 환자들이 주를 이뤘다.

25일 오승혁의 현장은 수년간 직원 수백명을 해고하고 반성문 깜지 작성, 벽 보고 서 있기, 폭언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뒤 퇴사자에게 배상금을 청구한 등의 혐의로 노동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대형 치과를 찾았다. /AI 생성 이미지
25일 '오승혁의 '현장''은 수년간 직원 수백명을 해고하고 반성문 깜지 작성, 벽 보고 서 있기, 폭언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뒤 퇴사자에게 배상금을 청구한 등의 혐의로 노동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대형 치과를 찾았다. /AI 생성 이미지

병원의 최근 논란과 달리 치과의 유튜브 채널에는 의료진 회식 장면과 직원 포상 행사 등을 담아 ‘일하기 좋은 직장’임을 강조하는 영상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다만 유튜브 영상의 댓글 기능은 현재 차단된 상태다. "여기가 그 병원 맞죠?"라며 최근 논란을 언급하는 댓글이 달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채널 내 모든 영상에서 댓글 작성이 막힌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내부는 환자들의 안정을 위해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등 미술 작품이 벽에 걸려 있고, 화장실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곳곳에는 의료진 인터뷰 기사와 진료·수술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대기실 공기는 전반적으로 날이 서 있었다.

취재진은 병원 대표원장에게 고용노동부 조사와 관련된 공식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직원들은 "현재 상황상 대표원장이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조사 중인 직장 내 괴롭힘 정황 등을 겪거나 목격한 바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직원들은 "아는 것이 없어 답할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취재진에게 "기사에 나온 내용들은 고용노동부에 물어보면 되는 것을, 왜 여기까지 와서 업무를 방해하느냐", "우리 직원들은 환자들을 돌보라고 월급을 받는다. 약속도 안 잡고 찾아와서 물어보는 것은 경우가 없다. 이게 무슨 경우 없는 행동이냐. 취재를 도대체 왜 하느냐"는 취지로 목소리를 높였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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