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유영림 기자] 인천 옹진군 꽃섬 갯벌에서 드론 순찰업체의 신고를 받고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가 실종된 30대 경찰관이 끝내 숨진 사고를 두고 한국과 중국에서 "진정한 영웅"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11일 오전 9시 41분쯤 꽃섬에서 1.4km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실종 6시간여 만에 심정지 상태인 영흥파출소 고(故) 이재석 경사가 발견됐다. 이 경사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12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2시 7분쯤 야간 드론 순찰업체는 밀물 높이가 가장 큰 대조기를 맞아 갯벌을 살펴보던 중 사람이 앉아있는 듯한 모습을 발견해 영흥파출소로 연락했다. 당직 근무 중이었던 고(故) 이재석 경장은 확인 차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 경장은 오전 3시쯤 해루질을 하러 갔다 발을 다친 채 고립된 70대 중국인 A 씨를 발견했다. 그는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오르자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A 씨에게 벗어 건넸으며 상처난 A 씨의 발에 순찰 장갑도 신겨줬다. 이후 함께 헤엄쳐 나오려가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9분 뒤 드론업체는 영흥파출소에 (갯벌) 물이 많이 차 있다며 지원인력을 요청했다. 3시 10분쯤 영흥파출소 직원들이 현장으로 나갔고, 추가 인력 투입 후 약 20분이 지났을 때쯤 이 경장의 연락이 두절됐다. 이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보고돼 항공기 2대와 경비함정 28대 등이 현장에 파견됐다. 약 6시간 후 그는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으며, 물이 차오르자 헤엄을 치다 바닷물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장은 해병대 전역 후 2021년 7월 해경에 입직했다. 해양경찰교육원장을 비롯한 여러 표창을 수상했으며, 지난 달 경장으로 승진했다.
그의 주변인들은 "늘 어려운 사람을 먼저 챙긴 착한 이였다. 추가 인원만 있었어도 살릴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한 의문을 표현했다. 유족들은 "당시 파출소 근무자가 혼자가 아니었는데, 왜 혼자 현장에 출동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진상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12일 오전 8시 기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중국 노인 구조하다 숨진 한국 해경'이라는 검색어가 5위에 올랐다. 중국 누리꾼들은 "국경은 달라도 진정한 영웅이다",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 진정한 영웅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식을 접한 한국 누리꾼들은 "이런 사람이 우리 이웃이었다는 게 자랑스럽다", "잊지 않겠다. 깊이 애도하겠다" 등의 댓글로 그의 용기와 책임감에 감사를 표했다. 일부에서는 "중국인 때문에 우리 젊은이가 희생됐다"며 향후 유사 사고 방지와 철저한 사고 조사, 해경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다.
한편 A 씨는 사고 당시 구조돼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 경장의 장례는 중부해양경찰청장 장(裝)으로 5일간 치러진다. 영결식은 오는 15일 오전 10시 30분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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