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유영림 기자] "반장 선거 떨어진 적 있나요?"
4일 대통령실에 초청된 한 어린이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렇게 질문하자 참석자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에게 손 편지를 보냈던 어린이 3명과 그 가족들을 4일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이번 초청은 아이들의 편지를 직접 읽은 이 대통령이 지시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청된 어린이들은 비상계엄 저지, 대북 방송 중단 등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감사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이들이다.

초대받은 어린이들은 대통령 접견에 앞서 브리핑룸과 국무회의실 등을 방문해 대통령의 일과를 체험했다. 이후 대통령실을 찾았고, 이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함께 집무실 입구에서 어린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여러분의 편지를 꼼꼼하게 읽었다. 꼭 만나고 싶었다"며 편지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나아가 오로라핑(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캐릭터)과 난중일기 등 아이들의 좋아하는 분야의 도서에 "공주님 사랑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등의 문구를 적어 선물하기도 했다.
초청된 어린이 가운데 인천 강화군에 거주하는 문 모(8) 양은 지난 6월 '대북·대남 방송을 꺼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대통령실에 보냈다. 편지 속에는 산 너머 확성기 주변 소음이 아닌 노래를 빗댄 듯한 음표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 도로 차량들은 '멋진 대통령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대남방송 안 들려서 행복', '평화가 찾아왔다' 등의 말을 하며 평화로운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일주일 후인 지난 6월 11일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이에 북한이 화답하며 대남방송을 중단함에 따라 눈물흘 흘리며 방송 중단을 호소해 오던 문모 양과 인근 주민들은 고통을 덜 수 있었다.

함께 초대된 이 모(13) 학생은 비상 계엄 당시의 상황을 담은 편지를 이 대통령에게 전했다. 이 모 학생은 "계엄이 선포되던 날 아빠와 함께 국회의사당으로 가서 계엄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 대통령님이 계엄이 해제되도록 막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을 편지에 담기도 했다.
공 모(7) 군은 지난 6월 광주광역시 타운홀 미팅에서 받은 메모지에 "이재명 대통령 보고 싶어요. 청와대도 다녀왔어요.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내용과 함께 이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진 편지를 보내 4일 초청됐다.
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한 어린이가 "대통령님 반장 선거에서 떨어져 보신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자, 이 대통령은 웃으며 "어른이 돼 선거에서 떨어져 본 적은 있다. 그러나 어릴 때에는 반장 선거에 나가본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으로서 언제가 가장 힘들거나 기쁘냐"는 다른 어린이의 질문에는 "나라를 위해 지켜야 하는 것이 있는데 지킬 힘이 없을 때 가장 힘들다. (그리고) 여러분들을 만나는 지금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인권변호사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팔이 잘리고 강제로 출국장한 외국인 노동자를 도와준 일이다"라고 말했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실을 떠나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아주며 "꿈을 꼭 이루라"는 덕담을 건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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