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오승혁 기자] "시아버지가 남편을 쐈어요. 남편이 총에 맞았어요. 살려주세요." 20일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한 총격 사건에서 경찰서 지휘관이 70분 동안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초동 대처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총격 피해자의 아내는 총성이 울린 직후인 20일 저녁 9시31분부터 41분까지 10분간 경찰에 세 차례 전화를 걸어 출동을 요청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이 과정에서 "시아버지를 설득해 총 맞은 아들을 밖으로 내보내라"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경찰청은 이 의혹에 대해 해명을 거듭하고 있지만, 관할인 연수경찰서 상황관리관 A 경정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신고 접수 후 72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사이 피의자는 도주했고 피해자는 숨졌다.
사건 당시 경찰은 대응 체계 최고 단계인 '코드 제로(0)'를 부여했다. 코드 제로가 발령되면 상황관리관은 초동 대응팀과 현장에 출동해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다가 주무과장이 오면 지휘권을 이양해야 하는데 A 경정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코드 제로 발령에 따라 경찰차 3대가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A 경정의 부재 등의 문제로 현장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사건이 발생하고 45분이 지난 저녁 10시16분에 아파트에 도착한 특공대는 10시40분에야 집 안으로 진입했다.
A 경정은 현장 도착 전까지 무전으로 상황을 지휘했고 매뉴얼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현장에 상황관리관이 출동하지 못한 경우 초동 대응팀 인원 중 선임자가 팀장으로 지정돼 빠르게 대처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해 초동 대응 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는 살인미수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아들을 살해한 피의자가 며느리,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 등도 살해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그가 아들에게 총격을 가한 뒤 이들에게도 총을 쏘려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의자는 "아들만 살해하려 했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