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나면 눈을 들어 경주를 보자" [이우탁의 인사이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 입력: 2025.05.26 00:00 / 수정: 2025.05.26 00:00
10월말 경주APEC 미·중·러·일 정상 모일 듯
‘北 김정은 변수’도 관심...차기 대통령 첫 외교시험대
-'제2의 잼버리 사태' 우려
올 10월말 열리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은 지난 지난 3월 열린 윤성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회의 장면./뉴시스
올 10월말 열리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은 지난 지난 3월 열린 윤성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회의 장면./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며칠 전 경주를 다녀왔습니다. 올 10월말 열리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분위기를 현장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그 즈음 제가 만난 전현직 외교관들은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중요성을 힘주어 강조하면서도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APEC 정상회의 의장을 맡아야할 대통령이 ‘유고상황’이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해 5월부터 관련 부처가 망라된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이 구성됐고, 경북도와 경주시 등도 적극 참여해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행, 그리고 대행의 대행’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정상은 아닐 겁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는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2의 잼버리 사태를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일이 벌어진 이후 네탓 공방을 할까 그것도 걱정입니다.

경주는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이기는 하나 규모 면에서는 서울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경주에서 만난 한 지인은 "경주에는 5성급 호텔이 2곳 뿐이고, 객실도 300실 안팎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번 경주 APEC에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정상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 최고위급 정부 인사와 기업인, 문화예술인, 언론인 등 수만명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방문에는 천여명이 넘는 수행원이 따라붙습니다. 게다가 자존심 경쟁을 벌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수행할 중국 인원은 어쩌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은 내년도 상하이에서 열릴 APEC 의장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경주의 주요 호텔 확보 경쟁은 물론이고 경호 동선 등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물론 제가 만난 APEC 준비위 등 정부 관계자는 물론이고 지자체 담당자들, 그리고 경주의 뜻있는 유력인사들은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어달라"고 말하면서 준비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경주 지역은 물론 부산과 포항, 대구 등의 호텔과 주요 기업들의 시설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의료시설도 첨단설비까지 갖추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위기의 순간에 발휘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을 수밖에요.

6월 3일 대선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은 선거일 다음 날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합니다. APEC 의장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차기 대통령은 경주 APEC에서 그의 글로벌 외교전략과 역량을 보여줘야 합니다.

세계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시 주석의 만남은 격동하는 국제질서의 흐름을 좌우할 변곡점이 될 것으로 주목받습니다. 21개 회원국 정상들은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을 포함해 역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됩니다.

여기에 올 가을까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될 가능성이 큽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시진핑 주석과 함께 우크라 전쟁 이후의 유럽과 세계질서를 다시 점검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기 대통령은 APEC 무대에서 대형 외교이벤트를 주도하면서 한국의 국익을 지킬 외교전략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해야 합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경주 APEC을 맞아 한반도 정세에 대한 논의가 농밀해질 가능성을 거론합니다. 그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주 등장하게 될 겁니다. 경주 APEC에 쏠리는 관심은 더욱 커질 겁니다.

경주에서 느낀 점은 "대선이 끝나면 우리 모두 고개를 들어 경주를 바라보자"는 결의를 다질 때라는 겁니다.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조기 대선 과정에서 분출된 진영 대결의 거친 에너지를 뛰어넘어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만 경주 APEC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21개국 APEC 회원국 정상들은 경주박물관에서 만찬을 한다고 합니다. 각국 정상들이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쳐보는 기회를 갖는다고 하는데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세계 평화와 경제협력의 상서로운 기운이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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