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서울중앙지법=오승혁 기자] "지금 여기에 손흥민 아이 임신했다고 협박한 여자 있다며?" "그러게, 예쁘겠지?"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을 지나던 행인들은 손흥민에게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거액을 요구한 일당들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잉글랜드 프로 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32)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3억 원을 요구해 받은 20대 여성 양모 씨와 그녀와 교제하면서 해당 사실을 알게 된 후 7000만원을 요구한 40대 남성 윤모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여러 행인들과 스포츠 팬들이 해당 사건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사전에 취재 허가서를 받은 취재진과 법원 관계자만 서울중앙지법에 출입이 가능하게 운영함으로써 일반인 입장은 불가했다.
양모 씨는 이날 오후 1시45분께 포승줄에 묶인 상태의 어두운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긴 머리와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윤모 씨는 모자로 얼굴을 가린 뒤 위아래 검정색의 옷을 입은 상태로 법원에 출석했다.
이들 일당은 '공갈 혐의를 인정하는가', '아직도 손씨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는가', '손씨에게 할 말이 있느냐'와 '추가로 7000만원을 요구한 이유가 무엇인지' '협박을 두 사람이 공모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 상태를 유지하며 법원에 들어섰다.
손흥민과 교제했던 양모 씨는 지난해 6월 손흥민 측에게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내고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폭로하면, 손흥민과 소속 팀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느냐'고 협박해 3억원을 갈취했다. 3억원을 받은 양모 씨는 해당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손흥민과 헤어진 양모 씨와 교제하게 된 윤모 씨는 해당 사실을 알고 난 뒤 지난 3월 손흥민 측에 7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손흥민의 매니저는 윤모 씨의 협박에 시달리다가 손흥민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손흥민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손흥민 소속사 손앤풋볼리미티드는 "명백한 허위 사실로 공갈 협박을 한 일당에게 선처 없이 처벌될 수 있도록 강력히 법적 대응할 것"이라며 "손흥민 선수는 이 사건의 명백한 피해자"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손흥민의 고소장을 접수한 강남경찰서는 14일 저녁 이들을 체포하고 이튿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체포 직후 압수한 이들 휴대전화 등을 바탕으로 초음파 사진의 진위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3억여원을 갈취한 양씨는 공갈, 7000만원을 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윤씨는 공갈미수 혐의를 받고 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EPL 7골 9도움에 그쳐 9시즌 연속 두자릿수 리그 득점이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2016~2017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꾸준하게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으나 이번 시즌에서는 부상 등을 이유로 부진, 에이징 커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지난해부터 임신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이날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아스톤빌라 원정 경기에서 0-2로 완패했다. 손흥민은 선발 74분을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