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오승혁 기자] "충성! 박정택 중장님! 수요일 18시30분 한화 vs SSG 경기 좌석과 가격 정보입니다. 지침 주시면 제가 예매하겠습니다!"
"충성! 박정택 군단장님 사모님! 화단에 황금 측백나무 어떠신가해서 문자 드렸습니다. 365일 초록잎이 피어있고 서늘한 곳에서 잘 자라겠습니다. 높이는 50cm 가량 됩니다!"
박정택 육군 수도군단장 중장(학군사관 30기)과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아쿠아로빅 새벽 오픈런 현장 접수와 자녀 결혼식 운전기사 노릇 외에도 각종 스포츠 경기 대리 예매, 공관 화단 설치, 대리 중고 거래, 대리 야구단 굿즈 구매 등의 갑질을 일삼았다는 제보가 등장했다.
29일 오전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박 중장과 가족들의 갑질에 대한 제보를 접수 받았다며 갑질 내용이 담긴 메시지와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박 중장은 지난 2023년 11월 하반기 장성 인사로 진급해 수도군단장으로 취임한 뒤 현재까지 보임 중이다. 박 중장은 12. 3. 내란 및 친위쿠데타의 주요임무종사자인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상 육사48기)과 기수상 동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장성 인사에서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순천향대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으로 임관해 중장까지 오른 박 중장은 유력한 대장 진급 대상자 중 한 명이다.
박 군단장은 비서실 소속 간부에게 부인 몫의 수영장 이용권 현장 접수를 요청하며 새벽부터 줄을 서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자녀 결혼식 때는 메이크업샵과 예식장 간의 운전기사 역할 수행을 요구했다.
또한 중고거래 대행, 반려동물 밥 챙겨주기, 야구·농구·하키와 같은 프로 스포츠 경기 VIP 티켓 구해오기, 감 따기, 화단 가꾸기, 관사 위 지붕에서 우는 고양이 포획 및 처리 등을 요구하는 등 실상 비서실 근무자들을 '노예'처럼 부린 정황이 드러났다.
박 군단장은 자신의 비서실장이나 전속부관이 아닌 부사관 등의 하급자와 부군단장 등 다른 지휘 장교의 비서 업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을 동원했다. 이들은 본연의 임무와 관계 없는 군단장과 가족의 심부름에 동원됐다.
박 군단장의 이런 행보에 군인권센터는 지난 2017년 공관병들에게 호출용 전자팔찌를 채우고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며 본인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베란다에 가두면서 매일 냉장고 9대에 있는 식자재를 관리하며 주기적으로 가족들의 파티를 치르게 한 박찬주 전 육군 대장과 그의 가족들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군은 박찬주 전 대장과 가족들의 공관병 갑질 논란이 불거졌던 당시 군 내 갑질을 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육군은 이날 갑질 의혹이 제기된 박정택 중장에 대한 감찰에 나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