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상암동=오승혁 기자] "(오전) 8시 40분부터 줄 서기 시작해서 10시 10분에 대리점 바로 앞이니까 지금 1시간 반 지났어요. 처음에 내 앞에 20명 정도 있었고 오늘 유심 150개 있다는데 지금 제 뒤에 서있는 사람들 중에 130명 정도만 받을 수 있는 거죠."
"내가 우리 앞에 사람들 130명 넘는지 확인해보고 올게. 줄 좀 지켜줘" "20명에 1시간 반이면 줄을 도대체 얼마나 오래 서야 되는거야? (한숨)"
28일 오전 10시께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SK텔레콤 대리점 앞에는 150명 넘는 이들이 유심칩 교체를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대리점 안에 있는 직원 3명은 쉴 틈 없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1인당 유심 교체에 10분~15분 가량이 소요돼 긴 줄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마치 백화점 오픈런처럼 오전 8시40분부터 유심칩 교체 대기열에 합류한 이들은 1시간 30분의 기다림 끝에 대리점에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래도 유심칩을 교체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150명 이외의 순번은 아예 교체가 불가능했다.
직원이 중간중간 매장 밖으로 나와 이날 150개의 유심칩이 확보되어 있고 오전 10시10분 기준으로 130개가 남았다고 안내하며 줄에 선 인원들을 체크했다. 다만 직원의 안내 후에도 줄을 서는 이들은 계속 늘어 교체 받을 수 있는 유심이 없는 상태인데도 계속 대기열을 지키는 사람들이 발생했다.
대기열에서는 "개인정보 침해 피해를 입어 유심교체를 하려고 줄을 서 있는 고객들이 뒷사람한테 셀프로 안내하게 할 것이 아니라 대리점에서 제대로 안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SK텔레콤은 이날부터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을 운영한다. 지난 18일 악성코드로 인한 사이버 침해 사고를 인지하고 유심 무료 교체와 '유심보호서비스' 등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또한 유심 무료 교체 예약은 웹페이지 주소, 검색 포털 사이트, T월드 홈페이지 초기 화면 배너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다만 SK텔레콤의 가입자는 2300만명인데 SK텔레콤이 현재 확보한 유심은 100만개에 불과하다. 내달 말까지 약 500만개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날 대기열에 선 사람들 중 일부는 "내일부터는 대리점에 들어오는 유심칩이 100개로 줄어든다"고 들었다며 "유심칩 확보량을 빨리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SK텔레콤은 유심 교체 희망자가 몰려 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해 지난 2023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협력과정에서 개발한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통신사 고객의 유심 정보를 탈취, 복제해도 타 기기에서 고객 명의로 통신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서비스로 SK텔레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도 피해가 발생하면 100%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심보호서비스는 임시조치고 결국 유심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커가 SK텔레콤의 해당 사건 이전에 유출된 개인정보로 서비스를 탈퇴하고 해킹한 유심 정보를 결합해 복제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유심 교체 예약 시스템에서는 매장명 또는 주소 검색을 통해 원하는 매장을 선택할 수 있으며, 현재 예약 가능한 매장을 필터링하는 기능이 제공된다. 또 매장 검색 시 매장 위치, 영업시간, 연락처 등의 정보도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