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인천국제공항=이상빈 기자] '노 타이 정장 차림에 백팩, 그리고 공항'.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현장에서 눈에 띈 키워드다. 김 지사는 9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미국 출장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른 시각에다 장소 또한 서울 중심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인천이라 전날(8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때보다 적은 취재진이 모였다. 안 의원은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 수많은 시민의 관심 속에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김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대권 잠룡 중 하나로 꼽혀 왔음에도 이재명 대표를 견제함으로써 당내 지지 기반과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였다.
자신을 향한 비관적 시선에도 김 지사는 이를 오히려 가치관을 드러낼 기회로 활용했다. 이날 스스로 "저는 계파도, 조직도 없다. 정치공학도, 포퓰리즘 사이다 발언도 할 줄 모른다"고 말한 부분에서 그가 기존 정치인과 '결'을 달리 하려는 자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김 지사는 "이번 대선 '3무(無) 3유(有)' 선거운동으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슬로건을 제시했다. '3무'는 '선거 기간 네거티브' '세 과시형 선대위 조직' '조직 동원 선거운동', '3유'는 '비전과 정책 중심 경쟁' '대규모 선대위 아닌 단기필마 자세로 하는 선거운동' '자원봉사자, 청년 등 국민과 함께하는 젊은 선거'다.
관습을 타파하고 간소화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그의 가치관이 엿보인 대목이다. 그가 입고 온 노 타이 정장과 등에 멘 백팩 그리고 공항이라는 장소도 이를 뒷받침한다.
취재진이 공항을 출마 장소로 정한 이유를 묻자 김 지사는 "오늘 떠나면 주말에 돌아올 예정이다. 출마 선언을 미국에서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간소하게나마 이곳 공항에서 국민 여러분 앞에 제 뜻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정치인에게만 허락된 국회도, 넓은 광장도 아닌 공항 출국장 구석에서 진행한 '이색' 대선 출마 선언은 기득권 정치와 선을 그으려는 그의 철학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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