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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완벽한 파트너'에서 연희 역을 맡은 배우 윤채이./ 문병희 기자 |
[김가연 기자] 이 여자, 얼굴만 봐서는 묘하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서구형 몸매 때문에 전형적인 서울깍쟁이 같지만 눈웃음 한 방이 거의 핵폭탄이다. 손예진급 순수한 눈웃음 한 방으로 꽤 많은 남정네의 마음을 아리게 했겠다.
대화를 시작하니 더 가관이다. '까르르'한 웃음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입을 크게 벌리고 손뼉까지 치며 호탕하게 웃어댄다. 보통 3초 만에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여자에게만큼은 예외인 듯싶다. 겉부터 속까지 알 수가 없다. 연일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점령한 화제의 인물 신예 윤채이(27)이다.
겨울 냄새가 솔솔 풍기는 11월 중순,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1990년대 분위기를 묘하고 담고 있는 카페와 윤채이는 썩 잘 어울렸다. 배가 살짝 고프다며 우유 거품이 풍성한 카푸치노를 주문한 그는 기자를 보며 "이거(커피)보면 꼭 입술에 거품 묻히고 싶던데"라며 눈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그와 유쾌한 만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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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표정을 짓는 윤채이. |
사실 윤채이는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오히려 '전라 노출'이라는 자극적인 수식어가 더 친근하다. 연일 검색어에 오른 것도 그 때문. 윤채이는 17일 개봉한 영화 '완벽한 파트너'에서 파격적인 노출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지난 10일 있었던 언론 시사회에서도 과감한 노출이 돋보이는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그날 그의 이름은 오후 내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였다.
"(검색어 1위 했는지)사실 잘 몰랐어요. 시사회 끝나고 뒤풀이를 했는데 새벽 5시가 다되서야 끝났죠. 그때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지인들인 많이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가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지 몰랐어요(웃음). 사실 영화 찍으면서 노력 많이 했는데 기분이 아주 좋더라고요.
"의상이요? 관객들에게 처음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예쁘게 입고 싶었어요. 사실 시사회 때 기라성같은 선배님들에게 묻힐까봐 의상 선정에 고민 좀 했죠(웃음). 몸매라인이 완전히 드러나는 것보단 살짝 드러나는 의상이 좋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사진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섹시하게 나와서 놀랐어요"
윤채이는 그의 첫 번째 스크린 주연작 '완벽한 파트너'에서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연희 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작가 준석(김영호)과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불같은 사랑을 한다. 영화는 '19세 섹시 코미디'를 표방한 만큼 적당히 세고 자극적이다. 배우들은 전라 노출도, 과감한 정사신도 서슴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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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웃음이 매력적인 윤채이. |
'전라, 노출, 정사'등 그는 여배우로서는 하기 어려운 3가지를 한꺼번에 했는데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질문들이 익숙한 듯 두 눈을 밝히며 답한다. 윤채이는 "그런 것이 걱정됐으면 출연 결정 못 했죠. 사실 처음에는 고민 많이 했지만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야죠. 몸도 더 예쁘게 만들었어요. 하얗고 두리뭉실하면 더 야하게 보일 것 같아 살도 빼고 태닝도 하면서 덜(?) 선정적으로 보이게 노력했어요"라고 답한다.
그의 말처럼 윤채이는 이번 작품을 위한 나름의 '노출 지론'을 갖고 있었다. 이왕 관객들에게 보일 수밖에 없다면 여성의 몸이 최대한 아름답게 포장되게끔 하고 싶었다. 윤채이는 그것이 영화를 보는, 무엇보다 여성 관객들에 대한 예의라고 여겼다.
"여성 관객들이 보시기에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4명 중에 가장 늦게 캐스팅돼서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자몽과 계란 먹고 다이어트를 했죠. 원래 피부는 하얀 편인데 영호 선배님이 까만 편이셔서 저랑 대비되면 안 될 것 같아 (피부를) 살짝 태웠어요"
영화는 배우들의 노출뿐만 아니라 정사신도 파격적이다. 김영호와의 호흡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을 것 같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제가 남성들과는 사교적이지 못해 처음엔 영화 선배님에게 가까이 가는게 어려웠어요. 하지만 선배님이 편하게 대해 주셔서 점점 친해졌어요. 친하지 못하면 저런 장면 도저히 못 찍어요"라며 얼굴을 붉힌다.
"사실 찍을 때는 야한 줄 몰랐어요. 침대 위에서 변태적인 느낌보다는 아름답게 보이고 싶었죠. 촬영이 계속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고요. 현장에선 모니터를 여러 번 했는데 막상 비디오와 오디오가 같이 있는 큰 화면으로 보니 야하더라고요(웃음). 편집 장면 보고 너무 수위가 센 것 같아 '벗은 내 몸, 벗은 내 몸'이란 생각만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어요"
윤채이의 거침없고 직설적인 답변에 용기를 내 정사신에 대해 과감하게 물었다. 영화 속에서 김영호와 침대 위에서 다양한 행동으로 서로의 몸을 탐하는 장면이 가장 어려웠을 것 같다고 묻자 윤채이는 "딱 맞아요"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변태적인 장면이 아닌데 몸을 타이트하게 잡아서 잘못 그려지면 어떡하나 고민했어요. 꼭 필요한 장면이기에 최대한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영호 선배님과 노력 많이 했어요"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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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도 두려워 하지 않고 밝은 표정을 짓는 윤채이 |
첫 영화에 주연. 게다가 극을 이끌어 가는 톱이다. 영화 전반이 노출이다 보니 '막말로 노출로 뜨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심심찮게 받았다. 윤채이는 이런 의견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그는 "한국 영화계에서 사실 신인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요. 이 영화는 노출도 있었지만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역이라 생각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조용히 답했다.
"이 영화 자체가 에로물은 아니에요. 연희 캐릭터를 많이 보여 주는 영화죠. 캐릭터를 살리고 덤으로 노출을 보여 드리면 좋은데 아무래도 관심은 반대되니깐…, 안타깝긴 하죠. 개봉하고 나면 분명히 알아주시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제 '몸'이 아니라 '연기'를 탐하게 되시는 분이 꼭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윤채이는 어떤 질문을 해도 막힘이 없었다. 답변을 준비한 듯한 느낌에 '혹시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했냐'고 묻자 웃으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한참을 조용하던 그는 "짧은 인생이지만 굴곡을 많이 겪어봐서 그렇지 않을까요"라고 건넨다.
"직장생활(성형외과에서 상담)을 하면서 연기공부를 했어요. 이전에 기획사에서 가수 제의는 받았지만 연기가 하고 싶어 거절했죠. 데뷔하고 나서는 한중수교합작드라마 '내 사랑 제주' 5차 오디션까지 보고 통과해 중국에 갔어요. 드라마 홍보를 하려고 시청률 1위의 중국 버라이어티에 우연 찮게 출연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아요. 그래서 1년 반동안 중국에서 활동 했죠. 그리고 한국으로 왔는데 원치 않는 회사문제로 도태돼 공백 기간이 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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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색조 매력을 가진 윤채이. |
한참을 발랄하던 윤채이는 이 이야기로 다소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잠깐 숨을 돌리는 사이 배우 윤채이가 아닌 인간 윤채이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저 원래 트레이닝복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선머슴같아서 중학교 때는 팬클럽도 있을 정도였어요. 여중을 나왔는데 숏컷 스타일에 하도 남자답다 보니(웃음). 온몸에 흉이 너무 많아서 촬영할 때 메이크업으로 일일이 가리느라 스태프들이 힘드셨을 거예요"
"고등학교 때에는 모델 활동도 잠깐 했어요. 저 재즈댄스도 10년 동안 췄어요. 음악에 대한 조예도 남달라요(웃음). 아는 작곡가분들 가이드도 해 줄 정도예요. 제 노래실력이요? 못 부르는 정도는 아니라고 해요. 이번에도 영화 OST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안타까워요. (김)산호도 뮤지컬 해서 노래 잘하거든요. 우리끼리 OST 만들자고 우스갯소리로 말했죠"
2시간의 긴 인터뷰 말미, 그에게 신인으로서 마지막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물었다. 그는 "요새 긴장돼서 잠이 안 와요. 얼마 전 있었던 VIP 시사회때 엄마한테는 도저히 영화를 못 보여 드리겠더라고요. 놀라실 것 같아서(웃음). 선입견 품지 말아 주시고 영화를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관객 200만 넘으면 동남아, 300만 넘으면 유럽으로 여행가기로 했어요. 도와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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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여운 표정을 짓는 윤채이. |
"다음에 또 노출 연기하라면요? 사실 드라마도 너무 찍고 싶고 다른 캐릭터도 해보고 싶은데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감독님이 좋으면 할 수 있어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영화 찍을 때는 '해피엔드'나 '바람난 가족' 참고했는데 다음에는 다른 작품 참고해서 노련하게 연기할 거예요"
공식적인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윤채이와 쉴새 없이 대화를 이었다. 분명한 것은 그는 확고한 지론과 수많은 고민 끝에 노출을 시도했다는 것. 선택과 후회는 본인의 결정이라는 관념이 보였다. 노출을 마케팅과 꼼수로만 이용하는 것과는 달리 쿨하고 노련했던 이 신예,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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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랗고 큰 눈과 계란형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인 윤채이. |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