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경, 소녀에서 숙녀가 되다. 배우 임은경이 지난달 하순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남윤호 기자 |
'신비 소녀' 임은경 "신인의 마음으로 '치외법권' 찍었어요"
한 모바일 CF에 혜성같이 등장해 'TTL소녀'로 이름을 알린 배우 임은경(31). 판타지물에서나 볼 법한 신비스러운 외모가 주목을 받는가 싶더니 역시 그 광고를 통해 2000년대 아이콘이 됐다. 반면 독특하고 신선한 매력만큼 대중에겐 거리감도 있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덧 서른하나의 성숙한 여인이 돼 돌아왔다. 영화 '치외법권'으로 1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그는 차가웠던 '냉미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10여 년 전보다 훨씬 다정다감한 면모로 팬들 곁에 다가왔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은경은 '치외법권' 개봉을 앞두고 설레는 표정으로 취재진을 반겼다. 그는 다양한 질문세례에도 천사 같은 미소로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치외법권'으로 돌아온 배우 임은경. 오랜 공백의 시간을 가졌던 임은경은 영화 '치외법권'으로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판씨네마 제공 |
'치외법권'(감독 신동엽, 제작 휴메니테라 픽처스, 배급 판씨네마)은 프로파일러와 강력계 형사 콤비가 법 위에 군림하는 범죄 조직 보스를 잡기 위해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액션 영화다. 극에서 임은경은 연쇄 실종 사건에서 실종된 동생을 구하려는 언니 은정 역을 맡았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그는 오랜만에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에 만족한 눈치였다.
"조금이나마 저를 보여줄 수 있어 기쁜걸요. 오랜만에 대중의 시선을 받으려니 부담도 있었지만 찍고 나니 오히려 편하고 행복해요(웃음)"
하지만 그간 많은 이들은 임은경 본연의 매력을 찾으려 하기보단 그가 가졌던 '신비 소녀' 이미지를 기억하는 데 힘썼다. 어렸던 그에겐 그 시절이 감당하기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치외법권'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는 꽤 오랫동안 '내적인 방황'을 앓았다고 털어놨다.
"제 과거는 너무 불안했어요" 임은경은 2000년대 '신비 소녀' 'TTL 소녀'로 각인돼 나름대로 부담감을 안았다고 털어놨다. /남윤호 기자 |
"그때 이미지를 좋아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보니 힘들었어요. 일부러 메이크업도 진하게 하고 의상도 과감히 바꿔보기도 했죠. 오히려 역효과가 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놔뒀어야 하는데 왜 그런 부자연스러운 콘셉트를 고집했는지 모르겠어요"
임은경은 세월과 내공이 쌓이길 기다렸다. 그는 중국 활동과 취미 생활 등으로 불안했던 시기들을 극복했다. 사람들에게 깊게 각인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먹기로 했고 어느 순간 편안해짐을 느꼈다.
"지난 2005년에 중국에서 드라마 촬영을 4~5개월 정도 했어요. 나머지 3~4년은 말 그대로 인생공부였어요. 발레도 배우고 등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했죠. 너무 힘들어서 사람도 만나기 싫고 고슴도치 같았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걸 극복하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서른이 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 봐요. 새롭게 마음을 먹은 후부터는 과거에 연연하기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신인의 마음으로 이번 작품에 임했어요"
"서른이 되니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임은경은 불안한 시기를 거쳐 나이가 드니 자연스레 편안한 마음이 들게 됐다고 고백했다. /남윤호 기자 |
임은경은 내면적으로는 많이 성숙해졌지만 데뷔 초와 똑같은 외모를 지녀 기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여전히 날씬한 몸매에 10대 시절 미모를 그대로 간직한 그는 망설임 없이 외모 유지 비결을 털어놓는 털털한 면모를 보였다.
"주기적으로 피부과에 가고 있어요.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니깐요. 몸매 유지 비결이요? 살짝 스트레스에요. 워낙 살이 안 찌다 보니까 제 입장에선 스트레스죠. 그런데 저 진짜 많이 먹어요. 남자들 2배로 먹는걸요. 헬스도 6개월 넘게 했었어요. 요새는 잘 못 해요. 더워서 게을러 졌나봐요(웃음)"
"악역·푼수·엄마 역도 모두 OK" 변신을 꿈꾸는 배우 임은경은 "악역 푼수 엄마 등 다양한 배역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
임은경은 자신을 가둬놨던 알을 스스로 깨고 나왔다. 과거와 달리 이젠 누구보다 열린 마음을 지니게 됐으니 이전보다 팬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을 기회도 열린 셈이다. 그는 긴 공백을 보상받기 위함인 듯 남다른 연기 욕심을 보였다. 30대 여배우 임은경은 변신을 꿈꿨다.
"요새 연기 욕심이 많아요. 못해봤던 다양한 배역을 해보고 싶어요. 악역이나 푼수 같은 역도 다해보고 싶어요. 가족 드라마나 연속극에서 누구의 딸로 나온다든지 대학생으로 나오는 걸 진짜 해보고 싶었거든요. 엄마로 등장해도 소화할 수만 있다면 괜찮아요(웃음)"
[더팩트ㅣ서다은 기자 wom9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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