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러버' 류현경 "휴식 방법 추천? '집순이'"
배우 류현경(32)은 웃으면 예쁘고 찡그리면 귀여운 앳된 외모의 소유자다. 이미지를 떠올리면 '청순한'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작품으로 만나는 그는 주로 털털하고 소탈하다. 스파게티보다 꼼장어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인생 상담을 터놓고 싶은 편안한 언니이자 누나로 다가온다.
류현경은 최근 종영한 케이블 채널 엠넷 '더러버'에서 류두리 역으로 특유의 장기인 '현실적인' 연기를 마음껏 뽐냈다. 오정세와 연애 5년, 동거 2년 차 커플로 호흡을 맞추며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이 아닌 일상 속 여자 이야기를 그려냈다. 동거가 드라마로 다루기엔 파격적인 소재이긴 했지만, 장수 커플의 일상이라는 데 초점을 놓고 본다면 무한공감만을 얻었다.

'더러버'를 마친 후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류현경은 오정세와 너무 친해서 오히려 야릇한 장면도 편안했다고 '허허' 웃었다. 어떻게 보면 류두리-오도시 커플의 맛이 차지게 살아난 건 그 배우가 류현경-오정세라는 덕이 컸다. 실제 커플 같은 편안함, 자연스러운 호흡은 진짜 친분에서 비롯했다.
"오정세 오빠와 서로 너무 잘 아니까 조금 야릇한 신을 촬영해도 아무 감정이 없어서 편했어요. 웃음을 못 참는 성격인데 촬영하다가 '빵빵' 터져서 NG 많이 났어요. 화면을 보면 '현실 웃음'이 터진 장면이 많아요. 즉석에서 애드리브 대결을 하면서 완성된 장면도 많고요.
오빠는 아빠 같기도 하고 말 그대로 오빠 같기도 한 사람이에요. 마음이 넓어서 제가 무슨 짓을 해도 잘 받아줘요. 기본적으로 성향 자체가 착한 사람이에요. 연기적으로도 추구하는 방향도 비슷하고요. 욕심부리는 게 없어요."

류두리와 오도시 사이에 에피소드는 더욱 많았지만 편집된 부분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단다. 예를 들어 류두리가 우연히 다른 남자와 선을 보고 데이트를 했다가 오도시의 소중함을 깨닫는 등 두 사람의 관계를 견고히 다지는 징검다리 장면이 빠졌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도전적'이었던 작품이었기에 뛰어들었고 만족감도 크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땐 '병맛'이나 유머 코드가 많았고 '19금'코드는 많이 없었어요. 방송을 보니 '19금' 요소가 많더라고요. 그래도 동거를 소재로 했다는 게 너무 신선했어요. 동거 개념 자체가 찬성이나 반대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일이지 누구를 해치는 일은 아니니까요. 그 안에서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을 오정세 오빠와 시너지를 발휘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드라마 캐릭터로 따지자면 오히려 류두리보다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속했다. 모든 것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결혼이나 연애에 있어선 '무소유' 경지에 이르렀다. 형식적인 가식이나 내숭이 아니었기에 이러한 사연 속에서 진짜 류현경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촬영할 땐 결혼 생각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연애 몇 년 정도 하고 결혼하라는 말하면 귀담아듣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젠 연애나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추진이 안 되네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곳이 없어요. 작품 활동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반복된 만남을 갖는 연기적 동지고요. 새로운 세상이 열려야죠. 연예계 사람을 만나는 건 조심스럽고,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은 너무 다른 일을 하니까 이해하지 못할 것 같고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됐어, 촬영이나 하자'고 끝을 맺죠."

이전과 다르게 이젠 결혼 독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추천 휴양지로 '집'을 꼽는 그에게 아직 결혼은 급한 이야기가 아니다. 취미로 내세운 등산 동반 멤버도 '대표 총각 스타' 유해진 김제동이다. 이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가끔 따끔한 잔소리를 듣기도 한단다.
"이젠 체력이 안 되니까 잘 놀지도 못하겠어요. 마음이 지쳐서 그런지 땅끝으로 꺼지는 느낌이에요. 20대엔 우울이라고 없는 조증이었거든요. 과거엔 이상형도 같이 재밌게 놀 수 있고 개그코드도 맞는 사람이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제가 까불어서 그런지 오도시 같이 저의 모든 걸 침착하게 받아줄 수 있는 남자가 좋아요. 절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말 예쁘게 잘해서 싸울 수가 없는 남자'를 추천하더라고요."

비록 한약을 챙겨 먹는 게 건강 유지 비법이 됐지만 늘 청춘을 달리는 배우다. 항상 청춘 그 자체인 배우이기도 하다.
"나이에 맞는 청춘물 하고 싶어요. 꼭 나이를 떠나서 청춘이란 정서가 묻은 걸 좋아해요. '더러버'도 제 나이에 맞는 청춘물이었고요. 청춘의 고민이 있다면 행사 때 입을 예쁜 옷들이 많이 있는데 뱃살이 너무 쪄서 안 맞는다는 것? 행사가 있으면 일주일 전부터 닭가슴살 먹고 운동 다이어트 해야죠.(웃음)"
[더팩트 | 김경민 기자 shi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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