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오세훈 기자] '망한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 걸그룹'. 3개월 만의 강제 소환. 그리고 음원 차트 역주행. 지난여름 발매한 곡 '위아래'로 뒤늦게 뜨거운 연말을 보내고 있는 EXID(이엑스아이디, 엘이 솔지 하니 정화 혜린)는 2014년 가요계에서 가장 극적인 걸그룹이다.
"요즘 온라인에서 우리를 보고 '웃픈 상황의 짠네 나는 걸그룹'이라고 얘기해요.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고 하고요. 요즘은 정말 기쁘고 살 맛 나요. 행복합니다." (모두)
사그라지던 불씨에 '직캠'이라는 기름 한 방울이 떨어졌고 불길은 걷잡을 수 없게 커졌다. '인생은 한 방'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다섯 여자와 같은 곡으로 3개월 만에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더팩트> 사옥에서 다시 만났다. 전보다 밝고 웃음이 많아진, 그래서 더 매력적인 EXID에게 9회 말 투아웃 역전 홈런 같은 인생 역주행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음원 차트 역주행+방송 강제소환 "꿈만 같아"
"지금 회사 장난 아니에요. 분위기 대박 좋아요. 꿈인 듯 행복하고, 멜론 차트 5위할 때는 정말 몰래 카메라 당하는 기분이었어요. 지금도 그때 캡처해놓은 사진을 보면 합성 같은 느낌이에요." (정화 혜린)
말이 술술 나왔다. 한순간도 웃음이 끊기지 않았고 다섯 멤버들은 수다를 떨 듯 연신 행복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EXID는 '위아래' 발표 당시 5주간 지상파 방송 및 케이블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이어 군부대 행사 등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당시에는 음원 차트 70~80위에 잠심 머물다가 이내 사라졌지만 3개월 만에 돌아온 EXID는 지난달 멜론의 실시간 차트에서 5위와 엠넷 실시간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지난 5일 다시 출연한 KBS 2TV '뮤직뱅크'에서는 7위, 6일 MBC '쇼! 음악중심'에선 8위를 차지하며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차트 역주행과 SNS의 힘이 컸어요. 덕분에 방송도 다시 출연하고 대중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됐죠. 우리가 올해 SNS의 가장 큰 수혜를 본 가수가 아닐까요."
멤버들은 지난주 음악 방송에 출연하며 '매일밤' 활동 당시 이후 처음으로 사전 녹화를 진행했다. 화제가 된 섹시 안무는 수위를 낮추는 대신 느낌을 조금 더 살리는 버전으로 준비했다.
"강제 소환돼 사전 녹화를 하는 데 정말 기분 좋았여요. 특히 드라이 리허설 때 가수들 앞에서 연습하는데 묘한 쾌감까지 느껴지더라고요. 동료 가수들이 '고생했다' '그동안 도대체 왜 안 뜬 거니?'라고 물으며 축하해주는데 울컥했어요." (엘이 솔지)
◆ 직캠과 BJ영상이라는 심폐소생술
EXID의 인기 시작은 지난 10월 아프리카방송 BJ(Broadcasting Jacky)의 커버댄스와 군부대·일반 행사 직캠(팬들이 찍어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다. 특히 하니는 늘씬하고 섹시한 몸매로 주목을 받으며 이슈의 중심이 됐다.
솔지는 "BJ 분이 커버해준 영상을 봤다. 굉장히 핫하고 제대로 섹시하더라"라며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하니는 "솔직히 아직 보지 못했는데 꼭 보겠다"고 말했다.
직캠에 대해서 멤버들은 "늘 찍어주시는 분들이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걸그룹도 찍는 것으로 알지만 우리 행사에 늘 와서 찍어 주더라"라며 "회사와 상의해서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ID의 인기에는 노력과 열정이 밑바탕 됐다. 실제로 멤버들은 '위아래' 안무만 5개월간 준비했다. 우리가 듣는 '위아래'는 신사동호랭이와 엘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십 번도 넘게 편곡과 수정을 반복해 만들어진 결과다.
운도 따랐다. 차트 역주행에 감사의 마음으로 대학로 홍대 명동에서 게릴라 공연을 준비했고 이는 더 큰 시너지를 냈다. 직캠 수도 늘었고 동영상 뷰 상승도 가속도가 붙었다.
팬클럽 수도 증가했다. 7000명이던 팬클럽 인원이 몇 주 사이에 1만 명을 돌파했고 방문자 수도 평균 150명에서 1000명대로 유지되고 있다.
◆ EXID를 살린 섹시 코드…어디까지 가봤니?
가요계 큰 이슈로 자리한 만큼 부각된 것이 바로 섹시다. BJ의 커버댄스와 직캠 안무도 모두 섹시에 초점이 맞춰졌다. 혹시 부담스럽진 않을까.
솔지는 "'매일밤' 때부터 계속해서 이어진 게 섹시 코드"라며 "EXID라는 팀 컬러는 섹시다. 다들 키도 크고 그래서 시원시원해 보인다더라. 섹시 코트에 부담감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니는 "섹시를 기본으로 유지하되 건강하고 세련미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일밤'은 슬픈 섹시, '위아래'는 신나고 건강한 섹시다. 과하게 섹시에만 쏠리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화는 "화제는 섹시로 됐지만 음원차트 순위 유지는 섹시 이상의 것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노력과 실력과 음악 자체를 대중이 인정해 준 것 같아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더 엘이는 "각자 다른 매력이 있고 팀으로 우리가 잘하고 잘 어울리는 것을 하고 있다"면서 "청순 섹시 보이시 등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 정상을 향한 EXID의 독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러니 이제 EXID는 앞으로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힘들 게 얻은 인지도와 어렵게 맛본 인기를 쉽게 손에서 놓을 순 없기에 멤버들은 회사와 계속해서 회의하며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EXID는 내년 1월과 2월 사이 신곡으로 컴백할 예정이다.
엘이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좋은 노래'가 존재한다"면서 "이미 10곡도 넘게 녹음을 마쳤고 만들어 놓은 곡은 수십 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보여지는 것들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처음에 차트 재진입했을 때는 한 시간 내내 차트 바뀌는 정각 기다렸어요. 처음에 좋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니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기쁨이 부담감으로 변했기 때문이죠." (하니 혜린 정화)
멤버들은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박차를 가하되 서두르지 않고 계획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좋은 노래 좋은 앨범으로 팬들을 찾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혜린은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빛을 보는구나' '우리끼리 뭉쳐야 정말 잘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3년간 잘되든 못되는 같이 했으니 이런 결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로 모두가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한 번이라도 더 무대에서 더 많은 팬을 만나기 위해 아직 제대로 된 파티도 못 했다는 EXID는 연말에는 꼭 삼겹살 파티를 하며 자축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을 가질 거라고 말하며 각오를 밝혔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면서요? 제대로 저어볼게요." (엘이)
◆ [TF영상] '위 아래' 돌풍! EXID, "커버 영상이 저희보다 핫하던데요?" (http://youtu.be/8wXjomlZp04)
<영상=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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