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다원 기자] "드럼 칠 때 가장 섹시한 것 같지 않아요?"
최근 SNS에 '드럼 여신'이란 수식어로 팬몰이를 하고 있는 여성 드러머가 화제다. 긴 머리와 가냘픈 체구로 드럼 치는 영상이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는 신예 걸밴드 비밥의 아연(23)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연은 최근 서울 가산동의 <더팩트> 사옥을 방문해 아이돌 밴드로서 다짐과 여성 드러머에 대한 자부심, 노출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한 얘기를 털어놓으며 솔직한 입담을 보여줬다. 청순한 외모와 달리 호탕하고 화끈한 화법은 걸밴드 답게 속 시원했다.

◆"예쁜 걸밴드? 만들어진 밴드? 다 맞아요!"
'예쁜 걸밴드' '만들어진 밴드'라는 누리꾼의 비아냥도 '쿨'하게 인정한다. 그만큼 팀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저희가 KBS2 '예쁜 남자' 주제곡을 부르면서 '예쁜 밴드'라는 수식어가 붙었어요.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교복을 입었는데 소녀 같은 애들이 록을 하니까 예뻐 보였나 봐요. 만들어진 밴드? 그것도 맞는 말이죠. 저도 실은 아이돌을 준비하려고 연습하다가 밴드에 들어온 거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외모만으로 승부하진 않을 거예요. 진지하게 밴드의 매력을 느끼는 중이거든요."

연약한 체구로 왜 하필 드럼을 택했느냐고 물으니 그저 재밌게 보여서 시작했다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온다.
"원래는 키보디스트였어요. 클래식 피아노를 오랫동안 쳤거든요. 그러다가 팀의 원래 드러머가 탈퇴해서 공석이 됐어요. 그동안 그 친구가 드럼치는 게 재미있어 보여서 눈여겨보다가 유튜브 강좌로 연습하고 있었거든요. 우연히 제가 드럼치는 걸 본 대표님이 진지하게 드러머로 전향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시더라고요. 단박에 OK했죠."

그러나 아직 내세울 만한 실력이 아니라며 겸손하게 자세를 굽힌다.
"본조비나 메탈리카 공연 영상을 보면서 연구도 하고 기본기를 제대로 다지려고 매일 몇 시간씩 연습해요. 다른 팀 공연도 보면서 많이 느끼고 있고요. 신인밴드라 부족한 게 많거든요. 제 드럼 실력에 대해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구나'라는 평가를 보면서 정말 크게 자극받았어요. 여러 지적들을 바탕으로 안 좋은 습관을 고치려고 정말 노력하고 있답니다."

◆"AOA와 다른 점? 저희는 끝까지 밴드만 할 거예요"
걸밴드라는 콘셉트 때문에 트랜스포머형 걸그룹 AOA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AOA의 이름만 꺼냈을 뿐인데 이미 많이 받은 질문인지 그 얘기할 줄 알았다며 웃음부터 까르르 터진다.
"AOA와 차별성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저희는 밴드만 할 거란 점이에요. AOA가 처음 걸밴드로 나왔다가 걸그룹으로 변한 것과 달리 저흰 밴드로만 경쟁할 생각이거든요. 만약 AOA가 다시 밴드로 돌아온다면 그것도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같은 걸밴드로서 좋은 관계를 만들 수도 있잖아요."

밴드라는 콘셉트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었다. 여기에 '드럼 여신'이란 수식어는 그에게 더욱 큰 힘을 실어준 수식어란다.
"'드럼 여신'이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드럼 치는 여자 아이돌이 이슈된 적은 없잖아요? 저밖에 없는 수식어죠. 또 드럼이라는 게 여자가 치면 더욱 이색적으로 보이는데 이런 장점들을 정말 잘 살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수식어에 걸맞게 실력을 늘려야죠."

그럼에도 노출이란 부분은 피해갈 수 없는 '필요악'이었다. 특히 짧은 바지를 입고 드럼을 치면 자연스럽게 다리가 벌어져 그에 대한 지적은 더욱 짙은 상태.
"어쩔 수 없죠. 노출은 남자들의 관심사고 저 역시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일부러 노출을 노린 의상을 선택한 건 아니에요. 드럼을 치기 위해 가장 편한 옷을 찾다가 입은 건데 오히려 이슈가 됐더라고요. 평소엔 청바지에 티셔츠도 많이 입는데. 하하."

여러 우려 속에서도 10년 뒤 아이를 낳은 후에도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팀 자랑을 펼쳐놓는다. 특히 드러머라는 포지션은 남다른 의미를 준다며 살포시 미소 짓는다.
"드러머로서 사명감이 커요. 정말 열심히 연습하면 모든 사람이 인정해주지 않을까요? 여자드러머로서 이슈된 게 놀랍긴 하지만 이제부터는 꼭 저만의 수식어로 살리고 싶어요. '드럼 여신' 제게만 붙은 캐릭터잖아요?"
◆ [영상] '비밥' 아연, "우리 노래 '내가 메인이야' 더 알려지길~" (http://youtu.be/Xb5943NmB1k)
<영상=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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