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연 기자] 신인 여배우 조보아(23)는 지난 2012년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 깜짝 등장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민기 성준 인피니트 엘 등 수많은 '꽃미남' 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비명을 질렀을 것 같지만, 조보아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여 힘든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시작한 연예계 생활 그리고 선택한 두 번째 작품인 MBC '마의'. 조보아는 이 드라마로 '발연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다. '마의' 출연 이후로 기사 이외에 인터넷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는 조보아는 댓글도 아예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의' 이후로 누리꾼들의 댓글에 트라우마가 생겨서다.
하지만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가시'로 조보아는 '발연기'라는 오명에선 조금 벗어나 숨 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에서 사랑과 광기에 집착하는 여고생 영은 역을 맡은 조보아는 풋풋하면서도 섹시한 모습으로 남성 관객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연기력도 '마의' 출연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7번의 오디션,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온 조보아의 노력 덕분이다.
조보아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더팩트> 사내에서 만났다. 이 상큼하고 발랄하고 귀여운 소녀는 눈빛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호기심을 가득 담은 큰 눈을 동서남북으로 굴리는 조보아와 함께한 유쾌한 인터뷰를 풀어놓는다.
◆ "'가시' 노출신 큰 걱정, 출연에 영향은 없었다"
조보아는 영화에서 체육 선생님 준기(장혁)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가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점차 광기로 변하게 되는 여고생 영은을 연기했다. 영은은 가슴 속에 외로움을 지닌 인물. 준기가 영은에게 호감을 보이자 영은은 준기에게 깊게 빠져든다. 영은 캐릭터는 복잡 미묘하다. 신인 여배우가 표현하기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조보아 역시 7번의 오디션 끝에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역을 거머쥐게 된다. 조보아는 7번의 오디션을 어떤 마음으로 보았을까.
"7번의 오디션을 봤는데 아마 첫 번째 오디션에서 떨어졌다면 7번까지 가려고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오디션은 7차 오디션입니다. 마지막 오디션에서는 큰 스튜디오에서 카메라까지 모두 세팅된 상태로 진짜 촬영 현장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오디션을 봤어요. 영화 관계자들도 많았어요. 긴장과 떨림의 연속이었죠. 오디션을 어떻게 봤는지 모를 정도로 멍했어요.(웃음) 7번 오디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았어요. (경쟁률이 정말 셌는데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만의 강점은?)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런데 역할에 무조건 캐스팅되려고 했기보다는 오디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7번 모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영은은 복잡한 캐릭터뿐만 아니라 과감한 노출 장면이 있어야 하는 역할이다. 영은의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준기와의 정사 장면은 슬프면서도 스릴감 넘치게 다가온다. 조보아는 정사 장면이 부담됐긴 했지만, 출연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당찬 답변을 내놓는다.
"과감한 노출 장면이 당연히 부담되긴 했죠. 고민했지만 '촬영을 할까 말까'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그럴 필요를 거의 느끼지 못했어요.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이해하겠지만, 준기와 영은의 정사 장면은 영화 속에서 꼭 필요한 장면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영은의 외로움을 드러낼 수 있을까를 걱정했던 것 같아요. 일반적인 정사 장면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이 강했죠. VIP시사회에서 부모님이 영화를 보셨는데 '영화가 매우 잘 나온 것 같다, 꼭 필요한 장면이었던 것 같구나'라면서 격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가시'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조보아는 영은을 어떻게 담고 있을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친구지만, 잊을 수 없는 친구라 말한다.
"사실 저도 영은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요. 사랑하지만, 집착에 가까운 광기를 보여주잖아요. 외로워서 그렇다고 하죠. 영은이라는 아이는 영화 속에서 잘 표현은 안 됐지만, 첩의 자식이에요. 아버지와 따로 엄마와 둘이 살았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게된 것이죠. 그러면서 아버지에겐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아요.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만, 마음은 절대 풍족하지 않은 아이죠. 내적으로 궁핍한 만큼 그것을 외적으로 더 가지려고 하는 친구였어요. 사랑을 받지 못해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죠. 그래서 전체적인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한 장면 한 장면 '그때 영은이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마 다시는 잊을 수 없는 친구일 것 같아요."
◆ "'마의'로 마음고생, 그 이후로 댓글 안 봐요"
조보아는 '가시'로 숨을 돌렸지만, 전작인 두 편 모두 쓰디쓴 혹평을 받았다. '마의' 이후로는 댓글도 보지 않는다는 그는 힘들었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털어놓는다.
"'마의'를 할 때에는 정신과 육체가 다 따로 놀았어요. 막막하고 힘들었고 상처도 많이 받았죠. 이렇게 많은 욕을 받아본 적도 없었고요. 사실 저도 현장에서 정말 힘들었어요. 대선배들과 많은 스태프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 지 배웠어요. 당시에는 그런 것들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마의'를 하고 정말 연기자로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정말 힘들고 막막했지만 조보아라는 연기자에겐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좋은 기회였다고 말하지만, 당시엔 굉장히 힘든 나날을 보냈을 것으로 보인다. 조보아는 '마의' 출연 당시 누리꾼들에게 끊임없는 질타를 받았다. 그러던 시기에 '가시'를 만났고 그래서 더 '가시'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후로 댓글은 거의 보지 않아요.(웃음) 기사는 보지만 댓글은 보지 않죠. 당시에 매우 안 좋은 내용을 받아서요. 하지만 그래서 '가시'에 더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이 주눅도 들었고 상처도 받은 상태였어요. 원래도 처음이었지만 그 이후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을 했죠. 만약 '마의'를 하기 전에 '가시' 시나리오를 받았다면 7번의 오디션을 거칠 생각도 안 했을 것 같아요. '꼭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컸고, 그런 욕심이 연기에 드러난 것 같아요."
◆ "앞으로 조보아, 저도 기대돼요~"
1991년생인 조보아는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재학 중이다. 아직 2학년인 조보아는 남들보다 뒤늦게 연기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연달아 두 편의 작품을 하느라 학교생활이 조금 늦었다. 현재 휴학하지 않고 계속 다니고 있어서 촬영이 없는 날에는 학교를 찾아 친구들과 함께한다.
조보아의 꿈은 연기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연기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도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대학에서 연기예술학과를 전공해 너의 가능성을 증명해보이어라 했고 결국 조보아는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몇 작품 끝에 결국 '가시'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사실 어릴 때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많잖아요. 연기자가 꼭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악기도 관심 있었고 승무원도 해 보고 싶었어요. 그중에서 연기자가 있었죠. 연기자는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더 매력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부모님이 처음에는 반대하시기도 했지만 '가시' 보시고 '많이 노력했다, 수고 많이 한 것 같다'고 칭찬해 주셔서 인정받은 것 같아요."
23살, 꿈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그런 평범한 20대 소녀이기도 한 조보아는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을까. 큰 눈을 더욱 크게 반짝거린다.
"평소에는 운동 다니고 영화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최근에 본 작품 중에서는 '우아한 거짓말'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해 주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영화 정말 많아요. 아직 차기작은 정하지 않았는데 저의 마음을 자극하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가시'를 통해서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이어져서 새로운 조보아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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