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나가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노출드레스로 주목 받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야한 이미지에 대한 속내를 조심스럽게 털어놓고 있다./임영무 기자 |
[ 이다원 기자] 지난해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한 건 신의 한수였다. 등이 훤히 보이다 못해 엉덩이골까지 보이는 파격 시스루 드레스 하나로 그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신인이지만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오르며 이름 알리기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반면 '야하다'는 꼬리표를 오래도록 달고 다녀야했다. 비록 자신의 성격과 전혀 다를 지라도 그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강한나가 지난해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당시 엉덩이골이 훤히 보이는 드레스로 주목받자 야한 이미지 때문에 고충이 심해졌다고 고백하고 있다./임영무 남윤호 기자 |
24일 서울 가산동의 <더팩트> 사옥을 방문한 강한나는 '엉덩이골녀'라는 수식어가 더 친숙한 배우였다. 대표작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노출드레스로 섹시 이미지에 갇힌 느낌이 가득했다. 그 역시 주위의 시선을 느낄 터였다.
"노출드레스로 화제가 된 이후 절 야한 여자일 거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한동안 오디션 볼 때 깜짝깜짝 놀랐다니까요. 그런 이미지를 기대하는 분들이 은근히 있어서요. 근데 이게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해요. 한번은 영화 오디션에서 여동생 역으로 참여했는데 감독님이 '그때 이미지가 세고 독한데 여동생 역이 어울릴까'하고 반신반의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제 연기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이런 순수한 역도 잘 어울리네'라고 하셨죠. 어떻게 보면 노출드레스 사건이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강한나는 얘기를 나눌 수록 차분한 느낌을 더해갔다. 기존에 있던 섹시 이미지와 전혀 다르게 지적인 매력이 묻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임영무 기자 |
그의 말처럼 알면 알수록 '야한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차분한 목소리와 논리적인 말솜씨는 오히려 이지적인 느낌도 빚어냈다. '이 사람이 그때 엉덩이골까지 깊이 패인 그 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저에게는 큰 용기였죠. 그렇게 취재진이 많은 자리도 처음이었지만 그 드레스를 입고 당당하게 레드카펫까지 걸어가는 건 쉽지 않았거든요. 또 그 드레스를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그 작품을 잘 표현해냈는지도 걱정이었고요. 평소에는 치마도 잘 입지 않고 대학원에서 연극 공부만 하는 평범한 사람인데, 사진이 공개되고 주위 사람들도 많이들 놀라더라고요."
평범한 연극학도에서 1년 만에 연예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강한나가 일과 사랑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임영무 기자 |
어릴 적엔 발레리나를 꿈꿨고, 이후 연극학으로 진로를 바꿨지만 연예인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없었다고 했다. 곳곳에서 묻어나는 참한 느낌이 조용히 공부만 했다는 말에 설득력을 실었다.
이제 막 배우로서 발걸음을 뗀 그는 일과 사랑에서도 모범적인 욕심을 보였다.
"연기자로서 많은 배역을 거쳤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 그리고 제 후배에게 귀감이 될 만큼 좋은 인간이자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게 좋은 사람이냐고요? 함께 어루만지고 가면서 주변도 둘러볼 줄 아는 사람이요. 이상형도 이런 분이에요. 어른들에게 잘하고 도덕적이며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 자상한 남자요. 또 웃는 얼굴이 예쁜 사람에게 끌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조금 독특할 수 있겠지만, 전 이상하게 이공계 쪽에 종사하는 분들이 매력적으로 보이더라고요! 수학 잘하고 과학 잘하는 분을 보면 정말 멋있어요. 헤헤."
'야한' 사진으로만 만났던 강한나는 전혀 야하지 않은 배우였다. 오히려 스스로를 청학동에서 온 듯한 '옛날 여자'라고 지칭한 것처럼 고지식한 면도 많았다. 180도 다른 반전 매력이 빛났던 강한나가 앞으로 어떤 배우로 거듭날지 궁금증을 자극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