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레이싱모델 출신 배우 구지성, "결국 벗네 반응 속상해"(인터뷰)
  • 성지연 기자
  • 입력: 2013.06.17 10:34 / 수정: 2013.06.17 10:34

레이싱 모델에서 영화배우로 변신한 배우 구지성이 섹시라는 이미지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노시훈 기자
레이싱 모델에서 영화배우로 변신한 배우 구지성이 '섹시'라는 이미지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노시훈 기자

[성지연 인턴기자] 레이싱 모델로 먼저 이름을 알렸던 배우 구지성(30)은 자신을 둘러싼 '섹시'라는 이미지가 달갑지 않은 눈치였다. 하지만 그가 첫 주연을 맡은 영화 '꼭두각시' 또한 수위 높은 베드신과 노출연기로 한동안 구설에 시달려야 했다. "배우를 한다더니 결국은 벗는구나"라는 누리꾼의 댓글에 "이 또한 제가 감내해야 하는 숙제"라고 말하는 구지성은 이미 많은 경험을 통해 상처를 견디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성숙한 그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자신을 '장녀'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그는 "노출연기로 가족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했었다"며 조심스럽게 속내를 털어놨다. "노출연기 때문에 영화 촬영을 망설였을 때, 어머니가 저를 나무라셨어요. '네가 노출연기 때문에 캐스팅을 거절한다면 그러고도 여배우라고 할 수 있겠냐'며 오히려 화를 내셨죠. 깜짝 놀랐어요. 제가 지금 영화를 찍고 방송활동을 할 수 있는 건 모두 저를 100% 신뢰하는 가족 때문이에요."

가족에 대한 사랑, 노출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 그리고 자신의 소신과 연기에 대한 열정까지. 13일 <더팩트> 사무실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진지하지만 유쾌하게 풀어놨던 구지성과의 대화를 공개한다.

◆ '부산 촌년' 구지성이 레이싱 모델이 되기까지

배우 구지성은 2005년 아르바이트로 레이싱 모델을 시작해, 대학에서 모델학과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로 활약한 바 있다.
배우 구지성은 2005년 아르바이트로 레이싱 모델을 시작해, 대학에서 모델학과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로 활약한 바 있다.

구지성은 '영화배우'라는 타이틀보다 레이싱 모델로 더 유명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잠시 외국인들이 많이 머무는 호텔에서 아르바이트했었어요.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었는데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한 일이었죠. 이후 잠시 백수생활을 즐기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레이싱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가 '부산 촌년'인 제게 레이싱모델을 제의했어요. 처음에는 친구에게 '너는 겁도 없이 어떻게 그런 아르바이트를 하느냐'며 정색했지만, 월급을 듣고 나니 귀가 솔깃해졌어요(웃음). 한 달만 하고 그 돈으로 학원에 다니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서울에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요(웃음)."

하지만 그는 레이싱 모델을 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2005년,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모델은 그의 첫 번째 직업이 되었다.

구지성은 레이싱 모델을 하면서 많은 팬을 얻었지만, 그만큼 노출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다.
구지성은 레이싱 모델을 하면서 많은 팬을 얻었지만, 그만큼 '노출'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다.

귀여운 외모에 늘씬하고 풍만한 보디라인까지 갖춘 그는 레이싱 모델을 하며 인기를 얻었다. 2008년 아주자동차대학교 레이싱모델학과 교수로 임용돼 레이싱 모델을 꿈꾸는 후배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2010년 서울예술전문학교 방송연예학부 모델학과 교수 자리까지 맡았다.

"레이싱 모델을 하면서 얻은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아요. 얻은 거라면 팬이에요. 부족한 제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사랑을 주시는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여전히 쓴소리도 마다치 않으시고 저를 사랑해주는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반면 저를 '레이싱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로 선입견을 품고 바라보는 분들도 생겼어요. 이번 영화 '꼭두각시'를 촬영하면서도 많은 분이 '드디어 벗는구나!', '결국 벗네' 등의 반응이 나와 속상했어요. 하지만 저를 그렇게 바라보는 분들이 많다면, 그 또한 제가 만든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제가 연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안고 가야 할 또 다른 숙제라고 여기고 있어요. 조바심내지 않고 천천히 보여 드리고 싶어요."

◆ 구지성의 가족, 그가 말하는 엄마, 그리고 엄마!

자신을 장녀라고 소개한 구지성은 엄마를 친구라고 불렀다.
자신을 장녀라고 소개한 구지성은 엄마를 '친구'라고 불렀다.

자신을 장녀라고 소개했던 구지성은 가족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더 활기를 띠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친구'라고 소개했다.

"저는 엄마랑 가장 친해요. 엄마는 제게 친구이자 언니, 혹은 동생 같은 존재예요. 다른 연예인 어머니들을 보면 딸이 돈을 쓰는 게 아까워서 자신이 사고 싶은게 있어도 '괜찮다'고 하신다던데 저희 엄마는 절대 안 그러세요(웃음). '선물 사 줄 테니 하나만 골라봐'라고 하면 두개 고르는 사람이 바로 저희 엄마랍니다(웃음). 엄마한테 가방 사주고 옷 사주고 하는 맛에 돈 버는 거죠. 엄마랑 목욕탕 갈 때가 가장 즐거워요."

구지성은 인터뷰 내내 천생 장녀다운 면모를 보이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구지성은 인터뷰 내내 천생 장녀다운 면모를 보이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의외의 면모였다. 새침하고 깍쟁이(?) 같은 구지성은 천생 장녀였다. 가족을 살뜰히 챙기고 애틋하게 여기는 그는 버스에 '꼭두각시'광고가 붙었을 때, 엄마가 남몰래 울고 있는 것을 처음 보고 더욱더 힘을 얻었다고 했다. 나이답지 않게 속 깊은 구지성의 가족사가 더욱 궁금해졌다.

"사실 저희 엄마가 희귀병을 앓고 계세요. 신경이 점차 마비되는 병인데 말초신경염이란 질병이죠. 후천적인 경우도 있고 유전적인 경우도 있는데 저희 엄마는 유전적인 경우예요. 현재 발가락은 모두 마비된 상태지만 엄마는 무척 밝게 생활하고 계세요. '힘들수록 더욱 밝게'가 엄마가 외치고 다니는 신조어예요. 이런 긍정적인 엄마 밑에서 자란 덕분에 저도 밝고 건강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전자의 힘이죠(웃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물려주신 분이에요. 이러니 제가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 영화 '꼭두각시', '준비된' 구지성에게 찾아온 행운

구지성은 영화 공모자들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전부였지만, 꼭두각시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구지성은 영화 '공모자들'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전부였지만, '꼭두각시'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충무로의 신인 배우가 영화의 주인공을 꿰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구지성은 첫 스크린 데뷔작 '공모자들(2012)'의 단역으로 출연한 뒤, 바로 '꼭두각시'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면서까지 연기공부에 매진했던 구지성에게 찾아온 '준비된 행운'이라고 생각했지만, 구지성의 생각은 달랐다.

"처음에 '꼭두각시'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감독님께 죄송한 말이지만 사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저보다 훌륭한 제 또래 배우들이 많은 걸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신인배우를 찾고 계셨던 감독님이 저를 좋게 보신 것 같아요. 그래도 부담스러워서 처음엔 거절했었어요."

하지만 그는 실물 미팅과 대본 리딩 끝에 결국 '꼭두각시'의 여주인공 현진 역을 하기로 했다. 수위가 높은 장면이 있어 망설여지긴 했지만,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욱 컸던 그였다.

"촬영장에서 정말 많이 혼났어요(웃음). 하지만 정말 행복해요. 혼나는 만큼 배우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리고 언제 제가 이렇게 다양한 삶을 살아보겠어요? 앞으로도 쭉 연기해서 제가 누군지, 어떤 연기를 하는 사람인지,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구지성이 여주인공으로 열연하는 영화 '꼭두각시'는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후 최면을 담은 이야기로 알 수 없는 매혹적인 여인 현진(구지성 분)과 그에게 욕망을 느끼고 위험한 최면을 거는 정신과 의사 지훈(이종수 분)의 치명적인 파국을 그린 '19금' 공포 스릴러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amysung@tf.co.kr
연예팀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