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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 연기자 박지수가 '마이 라띠마' 홍보차 <더팩트>과 가진 인터뷰에서 유지태 감독을 만나게 된 계기와 영화 촬영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했다./최진석 기자 |
[김가연 기자] 지난 5일 신인 연기자 박지수(24)를 마주하고 두 번 놀랐다. 한 번은 전형적인 한국 여자의 얼굴이라는 것과 낮은 음성과 차분한 말투 때문이다. 스크린 데뷔작 '마이 라띠마'의 영향이 컸을까. 영화 속에서 태국에서 이주한 이주노동자 마이 라띠마를 연기한 박지수는 스크린에선 태국여자 그 자체였다. 하지만 실제 박지수는 전형적인 한국형 얼굴을 갖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영화 속보다 라띠마보다 훨씬 성숙하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박지수에게 선입견을 품고 봐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관객과의 대화(GV)시간에 가졌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영화 상영 후 유지태 감독님, 배수빈 선배 다음으로 자기소개하는데, 저는 당연히 한국말로 하잖아요? 그런데 관객들이 '한국 사람이다' 하면서 매우 놀라셔서 한바탕 웃었어요. 그만큼 오해를 많이 받았죠. 저는 좋아요. 영화 속 캐릭터에 아주 몰입했다는 뜻이니까요."
또래 20대 여배우는 사뭇 다르게 한 박자 천천히, 그리고 나지막히 자기의 소신과 철학,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한 박지수와의 진지하고 알찼던 대화를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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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를 향해 다양한 표정을 지은 박지수는 낮은 음성과 차분한 말투가 돋보였다. |
◆ '마이 라띠마' 오디션 500대 1, 운명이다"
'마이 라띠마'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박지수는 20살 때부터 모델 일을 했다.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헤치고 영화에 캐스팅됐을 것 같다고 하자 박지수는 미소를 지으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500대 1은 됐을 것 같다고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냈다.
"유지태 감독님께 여쭤보지 않아서 사실은 잘 몰라요(웃음). 하지만 그 정도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요. 오디션을 한번 봐야지 하고 봤는데 덜컥 붙었어요. 하지만 오디션에 붙었다고 다 된 것은 아니었죠. 2,3차 미팅을 했는데 그때까지도 '지수야, 네가 여주인공이야'라는 말을 못 들었어요. 저는 유 감독님을 만날 때마다 항상 긴장하는 마음으로 갔어요. 3차 미팅이 끝나고 나서야 '같이 일하자'는 말을 들었어요.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 제가 해도 되나 싶기도 하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죠."
박지수가 어렵게 따낸 마이 라띠마는 태국에서 이주한 이주노동자다. 무관심한 시부모와 남편,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한국의 열악한 상황에 힘들어하는 이주 여성의 생활을 내·외적으로 폭발력 있게 표현하며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돼 이미 관객에게 눈도장을 받은바. 그리고 지난 3월 열린 도빌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신인 연기자에겐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좋은 일이 몰린 경우다. 하지만 박지수는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이런 것이 아직 꿈같다고 이야기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는데 관객들이 정말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유지태 감독님이나 배수빈 선배때문에 호응을 해주시는 지 알았는데 제가 인사를 하니 박수 치셨어요. 게다가 제가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놀라셨던 것 같아요.(웃음) 유 감독님 역시 배우 생활 초반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분이라 그런 점에 대해서 항상 조언을 해주셨어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하셨는데 '마이 라띠마'가 그런 작품이 된 것 같아서 정말 기분 좋아요. 만약 제가 오디션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쯤 다른 삶을 살고 있겠죠. 그리고 유 감독님이 인기 많은 기존 여배우나 진짜 태국 여배우를 캐스팅하셨다면 저는 또 다른 길을 걷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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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태국에서 이민온 이주 여성 마이 라띠마를 연기한 박지수는 영화 관계자가에게 호평을 받았다. |
◆ "영화 '은교' 오디션서 낙방…계속된 도전"
첫 단추를 잘 낀 박지수는 사실 어릴 적 꿈은 배우가 아니었다. 미술과 음악 등 예체능 분야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배우를 해야겠다는 꿈을 꾼 것은 최근이다.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박지수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홍익대학교 디자인과 입학을 꿈꿨다. 하지만 무대미술이 재미있을 것 같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들어갔다. 무대미술을 공부하고 있었던 중 연기할 기회는 정말 우연하게 찾아왔다.
"무대미술과 영화미술을 공부하는데 연극과 선생이 연극에 한번 출연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제가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제가 원래 이것저것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웃음)…. 학교에서 연극을 하게 됐는데 그게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연기에 매력을 느꼈어요. 20살 넘어서 찾아온 생각이었죠. 그러면서 스스로 '나를 캐릭터 코디네이터'하는 것 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의 캐릭터를 내가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도전한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마이 라띠마'로 잘 된 것 같지만, 박지수도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신 적 있다. 바로 지난해 최고 화제작으로 꼽혔던 '은교'다. '은교' 여주인공 김고은은 이 작품으로 지난해 열린 영화제에서 신인 여우상을 죄다 휩쓸었다. 영화 속에서 은교를 매력적으로 소화한 김고은은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괴물 신인'이라는 평을 들었다. 박지수 역시 '은교' 오디션을 봤지만 안타깝게도 떨어졌다. 그리고 본 오디션이 '마이 라띠마'. 두 번 만에 성공한 셈이다.
"사실 저도 '은교' 오디션을 봤어요(웃음). 아마 그 오디션 파일을 유지태 감독님이 보신 것 같아요. 저는 '은교'보다는 '마이 라띠마'에 더 맞았던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읽고 저도 많이 공감했어요. 물론 똑같은 삶을 살진 않았지만, 어려웠던 경험, 나쁜 남자에게 상처받았던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연기한 것 같아요. 특히 이전의 연애가 많은 도움을 주었죠."

'마이 라띠마' 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베드신과 겁탈장면이 있는데 박지수는 어려웠지만 열심히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 "걱정 많았던 베드신, 오히려 편하게 촬영"
박지수는 첫 작품에서 어려운 신체연기를 소화했다. 배수빈과의 애정 장면은 물론이고, 팔려갈뻔한 곳에서 겁탈당하는 장면, 시집온 한국에서 당하는 성폭력에 가까운 베드신은 영화 현장에 처음 나온 24살의 신인 여배우가 감당하기엔 어려웠을 것이다. 유지태 감독도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았고, 중요한 장면을 촬영하기 전 박지수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지수도 촬영 전 겁부터 났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캐릭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과감한 장면이 몇 장면 있었는데 우선 부모가 나쁘지 않게 봐 주신것 같아 감사해요. 베드신이나 겁탈을 당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아 하루 잘 버티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촬영장에 갔는데 유 감독님과 배수빈 선배가 오히려 걱정말라고 많이 격려 해 주셨죠. 저에게 주문하기 나름이었던 것 같아요. 견딜 수 있는 정도였어요. 살면서 안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한 번 해보자고 악착같이 했고, 그래서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지수는 인터뷰 내내 유지태 감독과 배수빈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특히 이번 작품에 캐스팅하고 연기지도를 해주며, 배우로 성장하게끔 도와준 유지태 감독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영화 현장에선 주로 배우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마련인데, 감독님이 굉장히 유명해서 현장에서 유지태 감독의 팬이 많았다는 설명과 더불어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배수빈의 의외의 면모를 이야기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유 감독님은 순수하고 소년같은 이미지도 있어요. 촬영 때는 재밌기도 하고 엄하기도 하신데…(웃음). 주로 배우를 많이 이해해주시는 편이죠. 유 감독님이 워낙 유명하시니 현장엔 감독님 팬이 많았어요. 보통은 배우가 많은 편인데, 이런 것도 재미있었죠. 배수빈 선배는 제가 신인이다 보니 최대한 감정을 끌어올 수 있게끔 정말 많은 시간을 기다려 주셨어요. 감사했죠. 첫 현장에서 정말 좋은 분들은 만나서 걱정돼요. 촬영 현장은 저마다 색깔이 있잖아요? 어려운 곳도 있을텐데 말이죠. 앞으로 제가 할일이니 잘 헤쳐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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