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유산' 윤아정, 이렇게 사랑스러운 '악녀' 봤어? (인터뷰)
  • 이다원 기자
  • 입력: 2013.05.25 08:30 / 수정: 2013.05.25 08:30

윤아정이 서울 가산동 <더팩트> 사옥에서 단정한 원피스 차림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최진석 기자
윤아정이 서울 가산동 <더팩트> 사옥에서 단정한 원피스 차림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최진석 기자

[ 이다원 기자] "악~ 저 칭찬에 약해요. 오글거려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신스틸러'라는 한 마디에도 손사래를 치며 수줍게 웃는 그였다. 조금이라도 칭찬하면 금세 얼굴이 빨개지며 어색해했고 부끄러워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자신은 아직 신인이라며 겸손의 미덕을 갖춘 배우 윤아정, '대한민국 대표 악녀'라는 타이틀과 180도 상반된 그만의 '반전 매력'은 블랙홀처럼 모두를 빨아들이기 충분했다.
따뜻한 5월의 어느 날 서울 가산동 <더팩트> 사옥에서 만난 이 여배우는 봄바람보다 더 사랑스러운 미소로 취재진을 처음 맞았다. MBC '백년의 유산' 속에서 문채원(유진 분)을 괴롭히며 이세윤(이정진 분)의 사랑을 갈구하는 표독스러운 김주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귀요미'에 가까웠다. 배우로서, 또 여자로서 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윤아정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윤아정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 '배우' 윤아정에게 '김주리'란? "성장통이죠"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주말 안방극장을 장악한 '백년의 유산' 덕분에 '윤아정' 이름 석자는 시청자의 뇌리 속에 깊이 박힐 수 있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악녀 아이콘', 갑자기 치솟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을까.

"네. 확실히 이번 작품은 시청률이 높아서 그런지 많이 체감하고 있어요. '어머, 주리네~'라고 알아보시고 사인해달라고도 하시고. 드라마가 파급력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치솟은 인기만큼이나 극 중 주리의 못된 행동 때문에 욕을 많이 먹고 배까지 부를 법하다.

"제게 직접 욕하진 않아요. 근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죠. 헤어숍에서 머리를 하고 있는데 뒤에 앉아계신 어르신 한 분이 저를 엄청 노려보시더라고요. 제 머리를 담당하던 디자이너가 그분께 이유를 여쭤보니까 "쟤 '백년의 유산' 그 못된 애 아니냐"면서 욕을 막 하시더래요. 그분이 시골에서 올라오신 분이었는데 드라마에 엄청 빠지셨는지 '그러면 안 된다'며 계속 호통을 치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가만히 있는데 뒤에서 뭔가 찌릿찌릿한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전 '안녕하세요. 너무 미워하진 마세요'라고 인사만 얼른 드리고 자릴 피했어요. 속상하긴 하지만 그만큼 관심 가져주시는 거라서 힘도 얻어요."

윤아정이 <더팩트>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윤아정이 <더팩트>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소위 '대박 드라마' 하나로 단숨에 뜬 신인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는 '대기만성형' 스타다. 연기에 목이 말라 연극영화과 진학 후 배우가 되고자 했지만 데뷔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졸업을 하고도 진로는 여전히 불안정했고 '포기'를 생각하며 방황 속에서 2~3년을 보내기도 했다. 백화점 판매원, 식당 서빙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꿈을 놓지 않던 차에 극적으로 소속사를 만나 마지막으로 힘을 냈던 게 지금의 위치까지 이어왔다. 이처럼 꾸준히 달려온 윤아정에게 지금의 인기를 안겨 준 '김주리'는 어떤 의미일까.

"성장통이요. 전 '김주리'가 비틀린 상황과 잘못된 사랑을 겪으며 결국 현실을 인정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거로 생각해요. 그런 '김주리'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완성해가면서 저 또한 더 나은 발전을 이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나 할까요?"

윤아정이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윤아정이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 '여자' 윤아정, 실제론 어때? '오디션 프로그램 마니아'

드라마 속 '악녀'가 아닌 여자로서 윤아정에 대해 듣고 싶었다. 배우 하나만 바라보며 오랜 시간 묵묵하게 달려온 그에게서 왠지 모르게 묵직한 마력이 느껴졌다. 그를 이토록 감내하게 한 배우의 꿈,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고 2때였어요. 연극반 멤버라 학교 축제 무대에서 연기를 펼쳤는데 박수가 터져 나오는 거예요.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이게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줄곧 연기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전공도 주저 없이 연극영화과를 택했고요. 그리고 지금도 그때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정말 행복하거든요."

학창시절 얘기가 흘러나오자 한가지 질문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드라마에서 국회의원 딸(노란 복수초), 도도하고 화려한 커리어우먼(백년의 유산, 우리집 여자들) 역을 맡아온 그의 진짜 학교 성적표는 어떨지.

"공부요? 아…그냥 중간 정도요. 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밑바닥도 아닌 중간. 제가 정말로 공부를 좋아해서 열심히 했다면 지금쯤 서울대 갔어야죠. 호호."

윤아정이 온화한 표정으로 살짝 미소 지으며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윤아정이 온화한 표정으로 살짝 미소 지으며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털털한 면모가 돋보이는 대답이었다. 실제 성격은 '김주리'와 전혀 다른 것 같았다.

"어머? 실제로 '김주리'같으면 정말 큰일 나죠!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까칠하고 못되진 않아요. 호호. 제 주위 분들은 제가 보는 것과 많이 다르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좀 낯을 가리거든요. 그래도 한번 친해져서 마음이 통하면 정을 많이 주는 스타일이에요. 아,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도 정말 좋아해서 거의 다 섭렵했어요. 꿰뚫고 있을 정도라니까요. 요즘은 Mnet '보이스 코리아2'의 팬이예요."

의외였다. 도도하고 새침할 것만 같았던 이 여배우가 'K팝스타',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보이스 코리아' 등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열성 팬이라니! 그는 이런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로 '꿈을 좇는 사람들의 사연'을 꼽았다. 윤아정이 배우가 되기 위해 묵묵히 견뎌온 인생과 상당 부분 닮아 있었다.

"다른 것보다 이런 오디션 응시자들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힘이 생겨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시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또 심사위원들의 조언을 들으면 왠지 감정이 이입돼서 오히려 제가 교훈을 얻기도 하고요."

'악녀'로만 기억되기엔 윤아정의 그릇은 매우 깊고 컸다.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자신의 바람처럼 액션과 로맨스 모두 소화해내며 확고한 색깔을 지닌 배우로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연기를 하기 위해 꿋꿋이 참아온 오랜 시간만큼 롱런하며 빛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edaone@tf.co.kr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