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민낯 연기, 오히려 편하지 않나요?"
-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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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3.22 15:18 / 수정: 2013.03.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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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색 치마를 입고 화사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는 배우 김민희./최진석 기자
[김가연 기자] 배우 김민희(31)의 연기엔 자유스러움이 있다. 거추장스러운 의상도, 화려한 메이크업도 없다. 틀에 박히지 않은 김민희만의 묘한 분위기가 나온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봐도 '김민희스러운' 뭔가가 있다. 그는 영화 '모비딕'과 '여배우들', '뜨거운 것이 좋아', KBS2 '굿바이 솔로', SBS '순수의 시대' 등 수수하고 조용한 느낌의 영화들이 많다.
'연애의 온도'(21일 개봉)로 1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김민희는 멜로도 김민희스럽게 선택했다. 재기 발랄하고 화려한 연애가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잔잔한 생활형 멜로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우리네 생활을 그대로 보여준다. '연애의 온도'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 서울 삼청동에서 김민희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연애의 온도'에 대해 직접 들었다. 답변도 김민희다웠다. 김민희는 아주 뜨겁지도, 아주 차갑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온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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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희가 카메라를 보며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민희는 '연애의 온도'에서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뒤돌아서면 눈물을 흘리고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여자 장영을 연기했다. 평범한 은행원에 사내 비밀 연애를 했던 장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김민희는 그런 장영의 모습을 최대한 평범하게, 그리고 최대한 일상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다.
"'연애의 온도'에는 멜로 영화에 있을법한 판타지들이 거의 없어요. 영화를 보면서 어렵지 않게 공감대를 쌓을 수 있는 것은 '평범한 영화'라서 그럴 거에요. 저 역시도 영화를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연애를 하면서 해야겠다는 것,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 생겼죠.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에요"
장영의 가장 큰 매력은 수수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화려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입는 옷부터 먹는 것, 사소한 아이템 하나하나도 평범하다. 김민희와 그런 점에서 닮았다. 배우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김민희라는 배우가 나는 향기는 화려한 장미보다는 은은한 안개꽃에 가깝다. 그런 면에서 장영과 참 많이 비슷하다.
"장영의 가장 큰 매력은 수수한 모습이죠. 시나리오상에서도 그냥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이기 때문에 더는 화려할 필요가 없었어요. 의상도 간편하게 바지에 티셔츠, 화장은 전혀 하지 않고 운동화나 굽 낮은 구두를 신죠. 김민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장영의 외적인 모습은 평범하지만 내면은 복잡 미묘하다. '연애의 온도'는 감정 기복이 심한 장영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감정선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그래서 김민희는 오히려 연기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외적인 모습보다는 연애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내적인 모습에 더 집중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염두에 뒀어요.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억누르다가 폭발하는 듯한 장면에선 감정을 마음껏 분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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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서울 삼청동에서 영화 '연애의 온도 홍보차 김민희를 만났다.
'연애의 온도'가 다른 멜로 영화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섬세한 표현력이다. 남성과 여성, 어느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은 채 중립을 지키면서 남녀 사이의 묘한 연애 감정을 영화에 제대로 녹였다. 여성 감독이라 좀 더 영화의 섬세한 부분이 살았던 것 같다고 하자 김민희도 맞장구를 쳤다.
"아마 감독님(노덕 감독)이 여자라 좀 더 세세하고 세밀한 감정선이 표현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연애와 헤어짐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의 감정 변화가 심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제대로 짚어주셨어요. 감독님이 여자다 보니 연애 이야기에 있어서 이야기하기 쉬웠던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영화의 시나리오는 감독님의 첫 인상과 비슷했어요. 담백한 느낌이 상당히 강했죠."
김민희는 하는 역할마다 실제 김민희와 잘 어울린다. 실제 자신의 경험과 인생 이야기를 작품에 꼭 맞게 녹이는 것 같다고 하자 오히려 반대의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 삶과 영화 속 캐릭터는 철저히 구분한단다. 그의 말을 곱씹어 보니 실제 김민희 씨의 연애스타일은 영화 속 장영과 비슷하냐고 물었을 때 제 이야기는 크게 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이 떠올랐다.
"배우 중에는 실제 자신과 캐릭터를 100% 완벽하게 꼭 맞게 이입을 해야만 잘하는 배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배우도 있어요. 저는 후자에 속하는 편이죠. 저의 일상 이야기를 일부러 캐릭터에 주입하려고 하진 않아요. 시나리오와 영화가 만들어 내는 상황과 배경에 들어갈 뿐이죠. 저의 이미지를 강요하진 않아요. 그래서 영화 촬영이 끝나면 캐릭터에서 빨리 나오는 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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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희가 노란색 치마를 입고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고 있다.
1982년생인 김민희는 어느덧 30살을 훌쩍 넘겼다. 봄바람이 솔솔 불면서 결혼철이 돌아오고 있다. 결혼적령기에 성큼 다가선 김민희에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배시시 웃었다.
"결혼을 따로 생각해보진 않았어요(웃음). 친구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 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 나도 결혼을 해야 하나?' 이렇게요. 지난주에도 친구 결혼식을 다녀왔는데 기분이 묘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직 결혼에 얽매이거나 억지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한해 한 편씩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김민희는 조급하지 않다. 지난해 '화차' 인터뷰 때문에 만났을 때만 해도 '연애의 온도' 출연은 생각하지 않았다. 천천히 쉬면서 작품을 고르고, 고른 후에는 그 작품에 원 없이 매진하고 싶다는 김민희는 또 역시 차기작은 생각하고 없다고 말했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여행을 가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연애의 온도'도 천천히 생각하면서 고른 작품이에요. 이제 막 홍보 활동을 시작했으니 지금부터는 이 작품에 열중해야죠. 앞으로 할 일이 많거든요(웃음). 여행도 길게 가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좀 휴식을 취한 후에 천천히 차기작을 생각할래요. 어떤 캐릭터, 어떤 역할이라도 좋아요. 이전작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김민희를 보여 드릴 수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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