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경륜 황제’ 정종진(20기·SS·김포)이 다시 한번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수적 열세라는 전술적 한계를 압도적인 기량으로 정면 돌파하며, 한국 경륜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558승’ 대기록과 함께 상반기 최고 권위의 전초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 ‘일기당천’의 기세로 수성팀 3인 포위망 격파
지난 10일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2026 KCYCLE 스타전’ 특선급 결승전은 단순히 1위 다툼이 아니었다. 경륜계의 양대 산맥인 김포팀과 수성팀의 자존심이 걸린 ‘전술 전쟁’이었다. 결승전 명단이 확정됐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임채빈(25기·SS)이 이끄는 수성팀으로 기울었다. 임채빈을 필두로 정해민, 석혜윤까지 3명이 포진한 수성팀은 정종진과 공태민 2명뿐인 김포팀을 수적으로 압도했기 때문이다.

실제 경주는 수성팀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타종과 함께 정해민이 과감한 선행으로 대열을 끌었고, 임채빈이 그 뒤를 확보하며 완벽한 ‘철옹성’을 쌓았다. 하지만 정종진은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후미에서 기회를 엿보던 정종진은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폭발적인 추입력을 발휘하며, 찰나의 순간 임채빈을 간발의 차로 제압했다. 혼자서 천 명을 당해낸다는 ‘일기당천(一騎當千)’의 기세가 스피돔을 뒤흔든 순간이었다.

◆ ‘558승’ 대기록…홍석한과 어깨 나란히 한 역사의 주인공
이번 우승은 정종진에게 단순한 대상경륜 트로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이날 승리로 통산 558승을 기록하며 ‘경륜의 전설’ 홍석한(8기)이 보유했던 역대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2013년 데뷔 이후 13년 만에 이뤄낸 금자탑이다.
올 시즌 정종진의 페이스는 경이적이다. 스피드온배, 부산광역시장배에 이어 이번 스타전까지 대상경륜 3연속 우승을 휩쓸었다. 특히 숙적 임채빈과의 맞대결에서 3연승을 거두며 ‘절대 강자’의 입지를 굳혔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승리는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임채빈의 강력한 선행 작전에 맞서 마지막까지 전술적 집중력을 유지한 정종진의 ‘끈기’가 만든 역사적 산물이다.

◆ 30기 신예들의 ‘세대교체’ 선언과 왕중왕전의 향방
특선급이 황제의 독무대였다면, 우수급과 선발급은 거센 ‘신풍(新風)’이 몰아쳤다. 30기 수석 졸업생 윤명호는 우수급 결승에서 압도적 선행력을 선보이며 차세대 스타 탄생을 알렸다. 선발급 역시 김도현을 비롯한 30기 동기생들이 1위부터 3위까지 싹쓸이하며 세대교체의 서막을 열었다.
예상지 경륜박사 박진수 팀장은 "수성팀이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경주를 풀었음에도 정종진은 그 흐름 자체를 뒤집어버렸다"며 "현재 정종진은 단순한 체력을 넘어 승부처를 읽는 혜안이 절정에 달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회는 오는 6월 열릴 ‘KCYCLE 경륜 왕중왕전’의 판도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였다. 정종진이 보여준 노련함과 신예들의 패기가 맞물리며 K리그 못지않은 긴장감을 선사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했다. 정종진이라는 전통의 강자가 세운 대기록의 토대 위에 신예들의 도전이 더해지며 경륜은 이제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팬들의 시선은 벌써 6월, 진정한 ‘왕 중의 왕’이 가려질 결전의 날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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