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기만 한 클락 vs 베커스, 'WNBA 화제의 대결’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 유병철 기자
  • 입력: 2025.06.26 00:00 / 수정: 2025.06.26 06:15
테일러 스위프트에 비견되는 '클락 효과'
스포츠 넘어 사회, 문화 현상까지
흑백구도에 이어 미녀 라이벌 대결까지
아이오와 대학 시절의 케이틀린 클락. 클락은 이미 대학시절부터 큰 인기를 누렸다. 그가 2024년 파리올림픽 미국대표팀에서 제외되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위키백과
아이오와 대학 시절의 케이틀린 클락. 클락은 이미 대학시절부터 큰 인기를 누렸다. 그가 2024년 파리올림픽 미국대표팀에서 제외되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위키백과

[더팩트 | 유병철 전문기자] # 스포츠에서는 스타플레이어 한 명의 출현이 해당 종목의 인기를 높이고, 사회적 파급효과까지 낳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금 미국이 그렇습니다. 2002년 1월 생인 케이틀린 클락(인디애나 피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2년차인 이 선수는 2년 여 전부터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화제의 외신으로 보도될 정도로 이 나이 어린 여자 농구선수는 현재 진행형으로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는 중이죠. 여자농구의 인기가 ‘떡상’하고, 클락은 단순한 농구 선수를 넘어 스포츠를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주며, 여자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이는, 시대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클락 경제학은 이미 미국에서 스위프트노믹스처럼 일반적으로 쓰인다. 이를 다룬 유튜브 영상.
'클락 경제학'은 이미 미국에서 스위프트노믹스처럼 일반적으로 쓰인다. 이를 다룬 유튜브 영상.

# 미모의 백인 가드인 클락은 어려서부터 자신이 뛰는 리그의 역사를 바꿔놓으며 성장했습니다. ‘여자 커리(스테판 커리)’로 불릴 정도로 신기의 3점슛 능력에 어시스트, 경기운영, 열정적인 리액션으로 팬들을 사로잡았죠.

루키 시절인 2024년(신인왕 수상)만 봐도, 그로 인해 WNBA 시청자 수는 전년에 비해 226%나 늘었고, 굿즈 판매는 500% 증가했습니다. 빈자리가 많았던 작은 경기장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보다 넒은 NBA구장으로 바뀌고, 입장권 가격도 치솟았습니다.

클락의 유니폼은 NBA의 살아있는 레전드 르브론 제임스(5위)나 마이클 조던(8위), 루카 돈치치(10위)보다 더 많이 팔렸습니다(전체 2위. 1위는 스테판 커리). ‘케이틀린 클락 효과(Caitlin Clark effect)'는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아예 인기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스위프트노믹스(혹은 테일러노믹스)처럼 ‘클락 경제학(Clarkonomics)’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클락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에 비견되기도 한다. 관련 유튜브 영상의 썸네일.
심지어 클락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에 비견되기도 한다. 관련 유튜브 영상의 썸네일.

# 클락은 지난 시즌 흑인인 앤젤 리스(2002년 5월생, 시카고 스카이)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동기인 둘은 주니어시절부터 라이벌이었고 나란히 WNBA에 입성했습니다(드래프트 클락 1순위, 리스 7순위). 둘의 프로무대 맞대결은 역대 최고 입장권 가격을 경신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여기서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한데요. 과도한 PC주의에 대한 피곤함도 언급되지만, 어쨌든 현재 미국에서는 ‘악한 흑인여성이 선한 백인여성을 괴롭히는’ 구도는 문화콘텐츠로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백설공주도 유색인종으로 캐스팅되는 마당에, 그랬다가는 난리 나겠죠.

뭐 반대의 경우는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농구는 흑인이 주류(WNBA 경우, 백인 비율이 30% 수준)이니, 젊고 예쁜 백인선수인 클락이 흑인들에게 집중견제를 받으며 성장하는 스토리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아주 매력적인 것이죠.

케이틀린 클락과 앤젤 리스의 라이벌 구도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사진은 클러치포인츠가 둘을 집중조명한 기사. l 클러치포인츠
케이틀린 클락과 앤젤 리스의 라이벌 구도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사진은 클러치포인츠가 둘을 집중조명한 기사. l 클러치포인츠

#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알려진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클락 경제학’이 한 번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는 클락만큼 뛰어난 기량에, 만만치 않은 역경 극복스토리를 갖고 있고, 여기에 외모 또한 클락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는 백인 라이벌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페이지 베커스(2001년 10월생)가 올시즌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WNBA에 합류한 것입니다. 소속팀 댈러스 윙스는 전력이 약해 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베커스의 성적은 지난시즌 신인상을 받았던 클락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둘 다 183cm의 포인트가드인데 득점, 어시스트, 수비 등 모든 영역에서 역대급 기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슈팅은 클락이, 패스와 수비는 베커스가 다소 앞선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페이지 베커스는 고난 극복 스토리와 함께 최근 WNBA에서 가장 핫한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l 댈러스 윙스 홈페이지
페이지 베커스는 고난 극복 스토리와 함께 최근 WNBA에서 가장 핫한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l 댈러스 윙스 홈페이지

# 베커스는 지난 4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여자농구 토너먼트에서 명문 코네티컷 대학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클락은 아이오와대학에서 NCAA 역대 최고득점 기록(남자보다 높다)을 세우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우승컵은 없습니다. 반면 베커스는 개인기록은 좀 뒤지지만 최고의 마무리를 한 셈입니다.

사실 베커스는 고교시절까지 클락을 능가했습니다. 전국랭킹 1위로 명문 코네티컷으로 스카우트됐죠. 당시 코네티컷의 감독은 "우리에게는 베커스가 있기 때문에 케이틀린 클락을 뽑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죠. 2021년 광란의 3월에서는 베커스의 코네티컷 대학이 16강에서 92-72로 클락의 아이오와대학을 완파한 적도 있습니다.

베커스는 이후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선수생활을 마감할 위기에 처했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580일 만에 다시 코트에 나설 수 있었죠. 그리고 대학 정상에 오르고, 프로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응 중이니 드라마적 요소를 갖춘 것입니다.

댈러스 윙스 구단의 27일 클락 vs 베커스 맞대결 홍보 배너.
댈러스 윙스 구단의 27일 클락 vs 베커스 맞대결 홍보 배너.

# 클락과 베커스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27일 저녁 6시반(한국시간 28일 오전 8시반) 댈러스에서 프로 첫 맞대결을 펼칩니다. 관심은 엄청납니다. 경기 자체가 ‘댈러스의 밤(A Night In Dallas)’으로 명명됐고, 경기장도 기존의 좁은 알링턴대학의 칼리지파크 대신 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홈구장(어메리칸 에어라인 센터)으로 정해졌습니다.

전국 생중계는 물론이고, 가장 싼 티켓이 255달러, 코트사이드 좌석은 5000달러 이상입니다. 이날 대결을 시작으로 클락과 베커스는 7월 13일(인디애나), 8월 1일(댈러스), 12일(인디애나)까지 총 4차례 맞대결을 펼치는데 모두 흥행대박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상파 방송이 전국 생중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의 WNBA 스타 카메론 브링크는 스포츠와 패션을 결합시킨 플레이어스(PLAYERS) 창간호에 마이클 조던 등 농구계 전설들과 함께 등장했다. l 플레이어스
또 한 명의 WNBA 스타 카메론 브링크는 스포츠와 패션을 결합시킨 '플레이어스(PLAYERS)' 창간호에 마이클 조던 등 농구계 전설들과 함께 등장했다. l 플레이어스

# 어떻습니까? 이쯤이면 ‘현실판 여자농구 미드’ 같지 않습니까? WNBA에는 클락, 리스, 베커스 3명 말고도 젊은 주연급 스타가 또 한 명 있습니다. 최근 화보 사진으로 화제가 된 카메론 브링크(2001년 12월생, LA 스팍스)입니다. 193cm의 큰 키에 외모가 빼어난 백인 포워드입니다.

고교졸업 당시 전국랭킹을 보면 클락은 4위였고, 1~3위는 베커스, 리스, 브링크 순이었습니다. 이러니 정말이지 ‘황금세대’라 할 수 있죠. 이들이 펼치는 ‘칙릿(Chick Lit)’이 기대가 됩니다. 사족으로 한 가지만 추가하죠. 이런 클락의 지난해 데뷔 연봉은 7만 6535달러로 우리돈 약 1억 원 수준입니다.

물론 나이키 게토레이 스테이트팜 등 10여 개 후원사로부터 수백억 원을 받지만 농구 자체로 버는 돈은 생각보다 작은 것입니다. 참고로 한국 WKBL의 경우 최고 연봉은 4억5000만 원이고, 연봉 1억 원이 넘는 선수는 34명입니다(24~25시즌). 경기력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돈을 떠나 스토리텔링과 흥행 파괴력을 갖춘 미국 스포츠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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