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투기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UFC를 비롯해 지금은 종영된 과거 '낭만 주먹'들의 사랑과 의리를 담은 드라마 '감격시대'까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전설의 파이터'들이 떠오르는 요즘, 이들에 대한 기억은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 탓에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있지만, 그들이 남긴 명장면들은 여전히 기억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이따끔씩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할 때면, 어깨가 절로 들썩이고, 삼삼오오 모인 술 자리에선 그들의 명승부가 최고의 안줏거리를 대신 하기도 한다. 파이터의 혼이 실린 펀치와 킥 등이 지금까지 팬들에게 쾌감과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은 누군가의 영웅이자, 꿈이기도 했던 파이터들의 이야기를 '전설의 주먹' 코너를 통해 다시 꺼내본다. <편집자 주>
[박상혁 기자] 그의 복싱은 마치 한 마리의 나비를 보는 듯했다. 신장이 191cm나 됐지만,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몸놀림이 장기였던 그는 상체를 뒤로 젖힌 채 고개만으로도 상대의 주먹을 가볍게 피했다. 보통 이런 타입의 선수들에게는 파워가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유연한 몸놀림으로 상대의 주먹을 피하다가도 한번 공격이 들어갈 때면 한 마리의 벌처럼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힘 있는 펀치를 꽂았다.
자신의 플레이를 링에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고 말하던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72)가 날린 펀치는 단순히 상대 선수만을 향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주먹은 인종 차별을 일삼던 백인들을 향하기도 했고 전쟁을 강요하던 미국 정부를 향하기도 했다. 한때 자신의 챔피언 벨트를 강물에 던지기도 했고 양심적 병역 거부로 징역형을 살기도 했지만, 그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전설의 복서였다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런 알리를 '전설의 주먹' 코너 9번째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 인종 차별의 한가운데서 태어나다
알리는 1942년 1월 17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났다. 그의 원래 이름은 캐시어스 마셀루스 클레이 주니어. 종교를 이슬람교로 개종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다. 그의 고향인 켄터키주는 인종 차별이 지독히도 심하던 곳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남달리 셌던 자존심이 그나마 어린 그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그의 집안은 가난했다. 그와 남동생이 학교에 다니는 데 타고 다닐 버스비가 없을 정도였다. 형제는 매번 달리는 버스를 쫓아가는 내기를 하며 학교에 다녔다. 이때의 습관이 날렵한 몸놀림을 갖게 된 원인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어린 시절 그를 힘들게 했던 가난이 그의 권투 선수로서의 재능을 꽃피워준 셈이다. 그는 12살 때 권투에 입문했다. 당시 차별받고 천대받던 흑인이 성공할 길은 권투밖에 없었다. 타고난 신체 조건에 가난 때문에 단련된 다리 힘은 그를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복서로 만들어주었다. 그는 18살의 나이로 180승을 기록했고,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미국 대표 권투선수로 출전해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금메달리스트도 넘기 힘든 차별의 벽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지만, 그는 여전히 '검둥이 복서'일 뿐이었다. 햄버거 가게에서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쫓겨났고 백인 불량배들에게 금메달을 뺏길 뻔한 위험도 있었다. 이후 인종 차별에 환멸을 느끼는 그는 오하이오 강에 금메달을 던진 뒤 새로운 삶을 살리라 결심했다. "내가 로마에서 가졌던 '미국을 대표한다'는 환상은 그때 사라졌다. 나는 흑인으로서 멸시받고 있는 켄터키의 고향에 와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나중에 지난 시절을 회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때 그는 지금까지 미국인이 되기 위해 쌓아온 모든 성과를 아예 없었던 것으로 생각했다.
◆ 소니 리스턴을 제압하며 챔피언에 등극
국가대표를 미련없이 포기한 그는 같은 해 10월 루이빌 스폰서 그룹과 계약을 맺은 뒤 프로로 전향했다. 이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던 그는 1964년 당시 세계권투협회(WBA) 헤비급 챔피언인 소니 리스턴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당시 리스턴은 무시무시한 완력을 지닌 선수였다. 1962년 그가 챔피언을 거머쥔 뒤 여러 도전자가 명함을 내밀었지만 모두 리스턴의 펀치에 녹다운 당했다. 당시 평가도 알리가 1회전을 버티면 잘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알리는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전부터 특유의 독설 인터뷰로 리스턴을 몰아붙였다. 압권은 경기 전 기자회견이었다. 이때 나온 말이 바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는 유명한 대사였다. 실제로 나비처럼 날아서 리스턴의 주먹을 피한 알리는 승부를 길게 끌어가며 리스턴을 몰아붙였고, 초반에 승부를 끝내 긴 경기 경험이 없는 리스턴은 알리의 경기 운영에 무릎을 꿇었다. 알리의 TKO승이었다.
◆ 무하마드 알리 하이라이트 영상(www.youtube.com/v/jkhpZoPOfZI)
(하)편 '복싱 역사상 최고의 복서'로 계속됩니다.
jump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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