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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형빈(왼쪽)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FC 14' 라이트급 매치에서 다카야 츠쿠다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다. / 올림픽공원=문병희 기자
[유성현 기자] 그야말로 '화끈한 승리'였다. 본업을 잠시 접어 두고 종합격투기 무대에 선 개그맨 윤형빈(34·팀원)이 데뷔전에서 돌주먹을 뽐내며 진정한 파이터로 거듭났다. 윤형빈은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올림픽 홀에서 열린 '로드FC 14' 6경기 라이트급 매치에서 다카야 츠쿠다(23·일본)를 상대로 1라운드 4분19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윤형빈은 데뷔전이 한일간 자존심 맞대결로 번지면서 적잖은 부담을 안고 케이지에 올랐으나 불타는 투지로 승리를 거머쥐며 팬들의 응원에 제대로 보답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윤형빈의 종합격투기 데뷔엔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윤형빈은 '여성 파이터' 임수정이 2011년 일본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자 개그맨 3명에게 무차별 공격을 받자 종합격투기 무대에 나서기로 하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개그맨의 '진지한 도전'에 팬들의 관심은 더없이 뜨거웠다. 일반적인 프로 파이터에게 향하는 수준 이상의 응원이 이어졌다. 최근 들어 경색된 한일 관계도 윤형빈을 향한 응원 열기를 한층 뜨겁게 한 요인이 됐다. 하지만 '격투기 초보'에 가까운 윤형빈이 자신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다카야를 상대하게 되면서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윤형빈은 그저 묵묵히 피나는 훈련으로 결전의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려는 윤형빈의 의지는 결연했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케이지에 오른 윤형빈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이 이어지자 다카야와 승부에 집중했다. 1라운드 초반 다카야에게 안면 공격을 연달아 허용하며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위기는 그때 뿐이었다. 초반 열세에도 끈질기게 달라붙던 그는 매서운 투지와 뚝심으로 다카야를 압박해 갔다. 유효타를 몇 차례 얻어맞고도 오히려 상대를 도발하는 듯한 자신감 넘치는 손짓을 내보이기도 했다. 1라운드 종료를 50여초 남긴 상황에서 승부가 갈렸다. 다카야와 거리를 서서히 좁히며 기회를 노리던 다카야의 짧은 펀치를 순간적으로 피했다. 그리고 곧바로 힘차게 오른 주먹을 뻗어 상대의 턱에 제대로 꽂아 넣었다. 그림 같은 카운터 펀치였다. 윤형빈의 강력한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얻어맞은 다카야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윤형빈은 쓰러진 다카야를 향해 파운딩 세례를 퍼부어 짜릿한 TKO승을 완성했다. 스피드와 정확도에선 앞서지 못했지만 뚝심과 투지가 일군 승리였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용감한 도전에서 승리를 거머쥔 윤형빈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윤형빈의 훈련을 책임진 서두원은 감격의 눈물까지 보였다. 온라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여러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엔 윤형빈이 10일 새벽까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윤형빈의 '결정적 한 방'이 남긴 환희와 감동의 여운은 그 어떤 파이터의 승리보다도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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