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혁 기자] 힘 있는 농구 기술의 대명사인 덩크는 이전까지는 비교적 키가 큰 센터나 포워드만이 가능한 기술로 여겨졌다. 코트 바닥에서부터 3.05m 높이에 있는 골대에 덩크슛을 하려면 최소 190cm 후반의 신장을 가져야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선수들의 신체 조건과 탄력이 좋아지면서 180cm대 심지어 170cm대의 선수들 역시 덩크슛이 가능해졌다. 지난 1월 19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전주 KCC의 경기가 좋은 예다. 이 경기에서 SK 가드 김선형(26)은 4쿼터 2분 10초를 남긴 시점 속공 과정에서 KCC 강병현(30)을 앞에 두고 호쾌한 '인 유어 페이스(In your face)' 덩크슛에 성공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속공에서 그것도 자신보다 신장이 큰 수비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덩크슛을 성공한 경우는 국내에서 그리 많지 않다. 이렇듯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호쾌한 덩크슛을 구사하고 있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명 '덩크하는 포인트가드'들을 살펴봤다.

김선형(187cm/78kgㅣ서울 SK)
중앙대를 졸업한 187cm의 장신 가드로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입단했다. 187cm의 장신 포인트가드로 빠른 움직임과 몸싸움에도 능하다. 타고난 신체 조건에 운동 신경까지 좋아 한 마리 짐승처럼 상대편 코트로 질주한다. 특히 속공 전개 과정에서 원핸드 혹은 투핸드 덩크슛을 즐기는 그는 지난해 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도 중국과 이란의 장신 선수들을 상대로 원맨 속공 덩크슛을 구사한 바 있다. 그의 덩크 가운데 앞서 언급한 19일 경기에서 나온 '인 유어 페이스'는 김선형의 존재감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이었다. 패색이 짙던 경기 막판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덩크슛이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의 주전 가드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덩크슛이었다.
강병현(193cm/87kgㅣ전주 KCC)
193cm로 비교적 장신 가드에 속한다. 고교 시절부터 포인트가드를 맡았고 현재 KCC에 임재현(37)과 박경상(24) 등이 있는 관계로 슈팅가드로 많은 시간 뛰고 있다. 신장이 큰 데다 금상첨화로 운동능력도 좋아 자유자재로 덩크슛을 구사한다. 특히 중앙대 재학 시절에 실전 덩크슛을 시도했는데 속공 전개 과정에서 보여주는 원핸드 덩크슛은 시원시원하기 그지없었다. 원핸드는 물론 투핸드 덩크슛 구사도 가능하며 이외 3점슛 능력도 두루 갖춘 올 어라운드 선수다. 프로 입단 이후에도 간간이 골밑 수비를 하며 공격시 덩크를 구사했지만 시즌 초반 무릎과 발목 부상으로 한동안 나오지 못한 이후 경기 중 덩크슛은 되도록 자제하는 편이다.

이상민(183cm/80kgㅣ서울 삼성 코치)
이상민(42)은 1990년대 후반 '오빠 부대'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선수로 당시로는 비교적 큰 신장을 자랑하는 장신 가드였다. '산소 같은 남자'라는 별명의 곱상한 외모였지만 코트에서는 그 누구보다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점프력도 좋아 많지는 않지만 실전에서 몇 차례 덩크슛을 기록한 경험이 있다. 농구대잔치 시절 한 올스타전 덩크슛 경연에서 앨리웁 패스를 시도해 투핸드 덩크슛을 성공하며 국내 가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농구팬들에게 처음 각인시켰다. 기본적인 플레이에 충실해 실전에서는 되도록 덩크슛을 시도하지 않았으나 프로농구 초창기인 1998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現 KCC) 소속으로 뛰며 속공 과정에서 덩크슛을 성공한 적이 있다. 지금은 선수에서 은퇴해 서울 삼성의 코치로 재직 중이다.
스퍼드 웹(168cm/60kgㅣ은퇴)
스퍼드 웹(50)은 평균 신장이 2m에 가까운 NBA(미국프로농구)에서 170cm도 채 안 되는 신장으로 폭발적인 덩크슛을 선사했던 전설 중 한 명이다. 1986년 NBA 올스타전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그는 단신의 핸디캡을 넘어서 360도 원핸드 덩크를 비롯해 윈드밀(팔을 풍차 모양처럼 돌려서 하는 것), 180도 리버스(몸 뒤쪽으로 점프하며 하는 것), 트위스트 덩크(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서 하는 것) 등을 성공하며 결승전 상대였던 '휴먼하이라이트 필름' 도미니크 윌킨스(53)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현장에서 그의 모습을 보던 마이클 조던(50)과 패트릭 유잉(51) 등 다른 전설들도 그의 덩크슛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기에 정신이 없었다. NBA 역대 최단신 덩크 챔피언의 기록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서전트 점프력이 116.8cm라고 알려지긴 했지만, 공식 기록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런 놀라운 덩크슛 실력을 지녔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덩크를 거의 구사하지 않았다. 덩크슛 콘테스트가 끝난 지 한참 후에 "슬램덩크 대회에 나간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덩크가 내 다른 플레이를 잊게 하는 것 같다"고 밝힌 것을 미뤄 볼 때 일부러 경기 중 덩크를 자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 [영상] 스퍼드 웹, 슬램덩크 콘테스트 믹스(www.youtube.com/v/K1hFK24B0VE)
앨런 아이버슨(183cm/74kgㅣ은퇴)
NBA를 대표하던 악동 선수였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서 데뷔해 활약을 펼쳤고 마지막에는 해외리그까지 전전하다 결국 올 시즌 은퇴했다. 아이버슨(38)의 신장은 183cm로 작은 편이었지만 점프력이 110cm였다. 작은 신장이지만 탄력이 좋아 원핸드와 투핸드 덩크슛은 기본이었고 팁인 덩크와 앨리웁 덩크슛도 구사했다. 초창기 시절에는 자신보다 큰 211cm의 장신센터 마커스 캠비(40)를 앞에 두고 팁인 덩크를 성공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작은 신장이었지만 속공 전개 시 덩크는 물론이고 세트 오펜스에서 수비수를 앞에 두고 하는 인 유어 페이스 덩크도 종종 구사했다. 하지만 고난도 기술인 트위스트 덩크 등은 잘 구사하지 않았고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힘 있는 덩크는 하지 못했다.
◆ [영상] 앨런 아이버슨, 커리어 Top 10 덩크 (www.youtube.com/v/Jaa1n_idHO4)
네이트 로빈슨(175cm/82kgㅣ덴버 너기츠)
네이트 로빈슨(29) 스퍼드 웹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단신 덩커다. 175cm밖에 안 되는 신장이지만 무려 2006, 2009, 2010년 3차례나 NBA 올스타전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역사상 유일한 3관왕이다. 2006년 대회에서는 대선배 웹을 뛰어넘는 덩크로 첫 우승 트로피를 받았고 2009년 대회에서는 드와이트 하워드를 넘으며 성공한 일명 '크립토나이트' 덩크로 우승을 차지했다. 온몸이 근육으로 덮여 있는 몸에서도 알 수 있듯 로빈슨은 경기 중에도 운동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선수다. 장신 숲을 헤집고 들어가 슬램덩크를 터뜨리는가 하면 본인보다 30cm 이상 큰 선수의 슛을 블록슛하는 등 가끔 상상을 초월하는 플레이를 펼친다. 지난 시즌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 홈경기에서는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비하인드-백-드리블을 한 뒤 강력한 원핸드 슬램덩크를 터뜨렸다. 뉴욕 닉스 시절에는 229cm의 장신 야오밍의 슛을 깨끗이 블록하는 명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 [영상] 네이트 로빈슨 2009 NBA 올스타전 덩크슛 영상 (www.youtube.com/v/RjDmyW4RJ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