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의 희생양"…펜싱 신아람, 오심에 메달 날렸다
  • 김현기 기자
  • 입력: 2012.07.31 11:48 / 수정: 2012.07.31 11:48

신아람이 31일 영국 런던 엑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석연찮은 판정 끝에 패한 뒤 경기장을 떠나지 않으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런던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신아람이 31일 영국 런던 엑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석연찮은 판정 끝에 패한 뒤 경기장을 떠나지 않으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런던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내가 이겼는데 너무 억울하다."

1초가 이렇게 길 수 있을까. 수영, 유도에 이어 이번엔 12년 만의 금메달을 노리는 펜싱에서 석연찮은 판정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비운의 주인공은 여자 에페 개인전에 나선 신아람(26.계룡시청)이었다. 그는 31일(한국시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4강전에서 연장 종료 1초 전 유효타를 허용, 5-6으로 석패했다. 하지만 신아람은 억울한 나머지 피스트 위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심재성 대표팀 코치는 영어와 불어를 섞어가며 강하게 항의했다. 심판진의 명백한 실수가 1초 사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규 3라운드를 5-5로 마친 두 선수는 연장전에 돌입했고 두 선수 모두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연장 1분을 거의 다 쓰고 있었다. 이대로 비긴 채 경기를 마친다면 프리오리테(우선권)를 갖고 있던 신아람의 승리가 확정되는 상황. 그러나 예상 못한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종료 1초를 남기고 다급해진 하이데만의 3차례 공격을 신아람이 막아냈지만 시간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심 코치가 중간 중간 "상대 선수 공격에도 시간이 그대로 1초에 머무르고 있다"며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하이데만의 4번째 공격 때 문제가 발생했다. 하이데만은 이 때 한 번에 공격하지 못했고 신아람의 칼을 쳐낸 뒤 찌르기를 시도해 성공했다. 1초라는 시간 안에 끝나기엔 너무나 긴 공격이었다. 참을 수 없었던 심 코치는 심판진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신아람은 마스크를 벗은 뒤 울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30분에 가까운 토의가 이어졌고 두 선수는 피스트 위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심판진은 그대로 하이데만의 승리를 인정했다.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한 번 내려진 판정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심 코치는 "각각의 테크니컬 디렉터들이 내게 와서 '억울함을 이해한다'고 말하고는 결국 '심판 판정을 인정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분함을 감추지 않았다. 마음을 다스리던 신아람도 다시 한 번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1시간 가까이 피스트 위에 머무른 뒤 라커룸으로 돌아간 신아람은 중국 쑨위제와의 3~4위전을 치렀으나 11-15로 패배, 결국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개인전 일정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 앞에 나선 그는 "펜싱에서 억울한 판정이 많이 나온다고 들었지만 내가 당사자가 될 줄을 생각하지 못했다. 1초가 그리 긴 줄은 몰랐다. 마지막 4번째 공격도 상당히 길었다"면서 "무슨 정신으로 3~4위전을 했는지 모르겠다. 동메달이라도 따고 싶었는데 심적으로 힘들어 제대로 뛰지 못했다"며 다시 울었다.

개최국 영국 신문을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과 통신사들도 신아람의 사진과 함께 이날 판정 논란을 꼬집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런던올림픽에서)지금까지 일어난 사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된 순간을 항의하기 위해 신아람이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통신사 '리아노보스티'는 "한국 선수가 인간이 저지른 실수의 희생양이 됐다"며 국제펜싱연맹(FIE)의 무능력을 지적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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