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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 올림픽이 '오심 올림픽'으로 얼룩지고 있다. 수영과 유도에 이어 펜싱, 체조에까지 판정 번복과 판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태환이 대회 첫날인 지난 28일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출발로 실격 판정을 받아 탈락했다가 한국 선수단의 이의 신청과 2차 항소 끝에 올림픽 수영 사상 첫 판정 번복을 이끌어내면서 기적 같은 결승 진출의 기회를 얻었다. 그는 몸과 마음이 지친 속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판정 번복은 29일에도 한국을 괴롭혔다. 유도 남자 66kg급의 조준호는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와 8강전에서 정규시간 5분에 이어 연장전(골든 스코어)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판정을 기다렸다. 3심은 모두 청색기를 들어 조준호의 우세승을 판정했다. 그런데 심판위원장이 주심의 최종 판정 선언을 멈춘 뒤 3심을 불러모아 재심을 요구했다. 3심은 잠시 후 백기를 들어 에비누마의 우세승을 선언했다. 심판의 고유 권한을 무시한 심판위원장의 무리한 판정 개입이었다. 한국 임원들이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준호는 패자부활전으로 밀려났지만 동메달 결정전까지 진출해 한국 유도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31일에는 한국 펜싱이 종료 1초전 멈춰버린 시간과 판정 논란에 눈물을 흘렸다. 신아람이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과 5-5로 맞선채 돌입한 연장전에서 종료 1초전 상대의 공격을 세차례나 막아냈으나 네번째 공격에서 찌르기를 허용해 5-6으로 패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이었다. 한국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아람은 3~4위전에서 중국의 쑨위제에게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관중은 신아람에게 기립박수를 보냈고 심판진에는 야유를 퍼부었다.
판정 번복은 체조에서도 나왔다. 일본은 31일 열린 남자체조 단체 결승에서 간판스타 우치무라 고헤이가 마지막 안마 연기 도중 착지 과정에서 실수를 하면서 13.466점에 그치는 바람에 종합 점수 271.252로, 중국(275.997점)과 영국(271.711), 우크라이나(271.526)에 뒤져 4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일본 코치진이 우치무라의 안마 점수에 대해 이의 신청을 했고 심판진은 비디오판독 재심을 통해 내리기 기술을 인정해 0.7을 더해 14.166로 수정했다. 일본의 종합 점수는 271.952로 올라갔고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남자 체조에서 첫 입상에 성공한 영국의 메달은 은에서 동으로 바뀌었다.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고, 순식간에 동메달을 놓친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정욱기자 jwp94@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