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에디 게레로의 유가족을 함부로 대하는 WWE?
  • 성민수칼럼 기자
  • 입력: 2012.06.12 16:29 / 수정: 2012.06.12 16:29

2005년 사망한 에디 게레로.출처=wwe.com
2005년 사망한 에디 게레로.
출처=wwe.com

작은 키지만 카리스마와 코믹한 재미로 인기몰이를 하던 프로레슬러 에디 게레로는 2005년 상반기 브록 레스너를 잡고 챔피언에 올랐고 WWE의 간판스타로 자리를 잡았다. 레스너가 WWE를 떠난 이유 중엔 흥행의 중심이 본인에게서 멀어졌다는 이유가 있었을 정도로 에디의 잠재력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인생 최고의 기회였지만 호사다마라고 할까, 내일을 모르고 뛰던 에디에겐 진통제 및 향정신성 약물 남용 전력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었고 2005년 11월 결국 심장마비로 요절하고 만다.

에디의 사망 후 WWE는 약물 검사를 강화한다고 천명했고 유가족에겐 평생 보살피겠다는 약속을 했다. 에디의 아내 비키 게레로는 방송용 캐릭터로 등장했고 WWE는 그녀를 고용하면서 에디의 가족을 책임졌다. 비키는 초기엔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았지만 빼어난 연기력과 야유를 끌어내는 능력 덕분에 빛나는 존재가 되었고 팬들도 ‘야유를 보내고 싶어 하는 악당’ 캐릭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비키를 고용한 이유 중엔 거대한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란 말도 있었다. 오웬 하트가 1999년 낙하사고로 요절하자 엄청난 금액으로 합의 본 전례를 피하기 위해 에디의 유족을 고용하면서 외부적으로 안 좋은 보도도 막고 금전적 지출도 줄인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다.

아이러니컬한 면도 있었다. WWE는 남편을 잃은 여인을 악역으로 나오게 한 것이다. 비키는 사악하면서도 젊은 남성을 선호하는 중년 여성 캐릭터로 나왔고 단체에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뚱뚱함에도 젊은 남자를 탐한다면서 폄하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만한 국가 미국에서 비키는 고도 비만이 아니었고 그녀를 비난하는 해설자 제리 럴러 역시 만만치 않은 체중의 소유자이지만 프로모터가 시키는 대로 몰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비키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드러냈다. 방송 캐릭터와 달리 인성이 좋기로 소문난 그녀는 다른 아름다운 여성들을 보면서 본인도 자극을 받고 노력할 뿐이며, 뚱뚱하다는 ‘돼지(pig)’, 혹은 호색한 중년 여성을 의미하는 '쿠거(cougar)'라 불려도 캐릭터 상 역할이니 불만 없다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남겼던 것이다.

이는 한동안 황당한 역할을 부여받은 마크 헨리와 비슷하다. 미국 역도 대표로 올림픽에 두 차례 나갔던 헨리는 WWE에 진출한 뒤 처음엔 잘 나갔으나 홍보의 약발이 빠지자 이후 할머니들과 열애 스토리로 나오거나 변태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이미지에 먹칠한 적이 있었다. 이런 이유엔 헨리가 분노해서 장기계약을 파기한 뒤 자발적으로 떠나길 바라는 WWE의 술수란 말도 있었다.

그런 굴욕을 ‘엔터테인먼트’의 일환으로 이해할 정도로 낙천적인 성품이었단 말도 있지만 여하튼 헨리는 꾹 참으면서 역할을 수행했고 10년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 오자 오히려 WWE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뒤늦게 잠재력이 터진 헨리는 15년 만에 월드 챔피언에 오르는 등 대기만성 스타일의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비키도 본인에게 주어지는 압박을 모를 리 없지만 표면적으론 불만을 토로하지 않으면서 와신상담하듯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마크 헨리를 방출하길 원하다가 나중엔 요긴한 인재로 여겼던 사례처럼 비키 역시 지금은 참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간 꾸준하게 감량을 시도했고 팬들은 그녀의 변신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이며 뺄 수 없는 인재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서 이들의 교훈을 소급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 일이 힘들더라도 잠시 이들처럼 참는 건 어떨까? 상황은 언제 급변할 수도 있고 사람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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