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3기' 박지성, 챔스 결승 내딛는 '세 번째 발자취'
  • 유성현 기자
  • 입력: 2011.05.11 09:27 / 수정: 2011.05.11 09:59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스포츠서울 DB>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스포츠서울 DB>

[유성현 기자] 리그 우승컵의 향방은 어느 정도 가려졌다. 사실상 남은 건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뿐이다. 그것도 결승전 단 한 경기만이 남았다.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입문 6년차에 접어든 '산소탱크' 박지성(30)이 챔피언스리그 역사의 최정점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또 한 번 찾아왔다.

오는 29일 새벽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2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결승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 두 팀은 지난 2009년 결승에서 격돌한 이후 2년만의 리턴매치인데다 모두 자국 리그 우승을 예약한 상태여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맨유로서는 당시 패배(0-2 패)를 설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박지성은 챔스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박지성에게 챔스는 월드스타로 도약시킨 변곡점이자, 아쉬움과 상처가 공존하는 무대였다. 환호과 탄식이 수없이 교차했던 박지성의 챔스 도전기, 그 결과가 드러날 시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박지성은 과연 '2전3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 PSV 아인트호벤 시절의 박지성 <스포츠서울 DB>
▲ PSV 아인트호벤 시절의 박지성 <스포츠서울 DB>

◆ '亞 최고선수' 박지성 만들어낸 '특별한 인연'

박지성과 챔스의 인연은 지난 200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소속이었던 박지성은 '은사' 히딩크 감독의 조련을 받아 AS모나코(프랑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통해 '꿈의 무대'에 첫 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특히 2004~2005시즌은 박지성에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PSV의 돌풍을 이끌며 4강에 진출, '전통의 강호' AC밀란(이탈리아)과 접전을 펼쳤다. 1차전 원정에서 0-2로 패하며 탈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2차전, 전설적인 수비수 파올로 말디니와 알레산드로 네스타를 무너뜨리며 챔스 본선 데뷔골을 작렬,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비록 팀은 3-1 승리에도 불구하고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박지성의 기량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마침 박지성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눈여겨 본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급기야 박지성 영입을 위해 직접 수화기를 들었다. 믿기조차 힘들었던 한국 선수의 맨유 입단이 현실로 이뤄졌다.

▲ 지난 2005년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 <스포츠서울 DB>
▲ 지난 2005년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 <스포츠서울 DB>

◆ 지나온 두 번의 도전, 교차된 환희와 탄식

지난 2005년 맨유에 입성한 박지성은 폭넓은 전술 수행 능력을 뽐내며 한층 진화된 선수로 거듭났다. 특히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그를 필승 카드로 삼아 리그 강팀과 경기 뿐 아니라 챔스 주요 고비에서 항상 선발로 중용됐다. 그리고 언제나 영리한 플레이로 제 몫을 다하며 '보이지 않는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특히 2008~2009시즌 아스널과 맞붙은 챔스 4강 2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이후 6시즌 간 무려 3번의 챔스 결승 진출에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었다. 2008년 맨유가 첼시를 승부차기 끝에 극적으로 물리치고 챔스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을 때, 박지성은 엔트리조차 들지 못했다. 이전 4강과 8강 총 4경기에서 모두 풀타임 출장하며 제 역할을 다한 박지성에 사뭇 충격적인 결장이었다. 당시 퍼거슨 감독은 공격적인 카드 위주로 엔트리를 편성하며 생애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박지성은 역시 저력의 사나이였다. 이듬해인 2009년, 맨유를 2년 연속 챔스 결승에 진출시켰다. 그리고 공격적인 능력도 한층 업그레이드 돼 아시아 선수 최초로 챔스 결승에 선발로 나서는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전반 2분 위협적인 슈팅을 기록하는 등 66분간 활발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결승에서 맞붙은 바르샤는 막강한 상대였다. 에토와 메시에 연속골을 허용해 0-2로 완패했다. 영광스런 순간을 경험했지만 팀 패배로 빛을 발했다.

▲ 대망의 챔스 결승전을 앞둔 박지성 <스포츠서울 DB>
▲ 대망의 챔스 결승전을 앞둔 박지성 <스포츠서울 DB>

◆ '빅 이어' 향한 2전3기 도전, 이번에는 다를까

어느덧 '빅 이어(챔스 트로피의 애칭)'를 향한 박지성의 세 번째 도전이 눈앞에 다가왔다. 분위기는 좋다. 결승전 장소도 지난 1968년 맨유가 챔스 첫 우승의 영광을 누렸던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이다. 세 번째 맞이한 결승인 만큼 이번에야말로 팀 우승을 직접 이끌길 바라는 팬들의 기대는 더욱 부풀어 있다.

올 시즌도 박지성의 큰 경기 활약은 어김없이 이어졌다. 첼시와 8강 2차전서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해결사 능력'까지 과시했다. 물론 상대는 '현존 최고 클럽', '무결점의 팀'이라 불리는 막강 전력의 바르샤다. 그러나 박지성은 강한 상대를 만날수록 항상 기대를 뛰어넘는 진가를 발휘했다.

다만 아쉬운 건 박지성의 이번 도전이 자칫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강력한 팀 전력과 치열한 주전 확보, 여기에 대진운까지 따라줘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챔스 우승 도전 기회다. 수많은 선수들이 평생의 꿈으로 여기는 이 무대에 세 번째 도전장을 내민 자체도 행운일지 모르는 일이다.

어느덧 박지성의 나이도 서른을 넘어섰다. 선수 경력의 정점을 찍을 '결정적 한 방'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 무대가 다가오는 결승전이라면 가치는 더욱 크다. 박지성의 땀과 노력이 담긴 챔스 2전3기 도전이 눈부신 성공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yshalex@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