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대행사’ 된 전강위, 감독 선임보다 월드컵 실패 분석이 먼저다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 이영규 기자
  • 입력: 2026.07.07 00:00 / 수정: 2026.07.07 00:00
홍명보호 참사 지켜본 현영민 위원장…새 감독 찾기 전 책임 있는 설명부터
9월 아시안게임 '3콤보 참사' 예방 점검도 필요
현영민 위원장(맨 오른쪽)이 이끄는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KFA
현영민 위원장(맨 오른쪽)이 이끄는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KFA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든 대한민국 축구. 사태의 책임을 지고 홍명보 감독이 사임하면서 당장 내년 1월 아시아컵 축구대회를 이끌 사령탑이 공석 상태가 됐다.

축구협회는 지난 3일, 월드컵 참사 5일 만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홍 감독 사퇴로 공석이 된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가 그날 회의를 열어 홍 감독 사퇴로 공석이 된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다각도의 방향성을 검토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하며, 국가대표팀이 흔들림 없이 아시안컵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년 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홍명보 감독 '밀실 선임'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정관 규정에 맞춰 전강위원들의 정상 연임 절차를 밟았고 투명한 '공개 채용' 시스템을 따르겠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전강위는 현영민 위원장을 비롯해 김호영, 김도균, 김은중, 이미연, 전가을, 김종진 위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협회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지난 5월 규정에 따라 재위촉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참패한 국가대표팀을 뒤에서 조율하고 지원했던 전강위가 어떠한 철저한 복기나 반성의 과정도 보여주지 않은 채, 마치 자신들은 이 사태와 무관한 제3자인 것처럼 신임 감독을 뽑는 일에만 서둘러 나서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전강위의 역할을 그저 감독이 나가면 다음 사람을 채워 넣는 '채용 대행사' 정도로 안이하게 규정한다면, 한국 축구의 실패는 무한 루프처럼 이어질 게 뻔하다. 잘못되면 감독 한 명 바꾸며 책임을 털어내고 기득권끼리 자리를 돌려막는 악순환. 만약 후임 감독을 찾아주는 것만이 전강위의 일이라면, 세상에 이토록 무책임하고 편안한 직무가 어디 있겠는가.

지난달 25일(한국시간)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남아공전에서 이강인(오른쪽 두번째)이 전방으로 패스를 내주고 있다./몬테레이(멕시코)=KFA
지난달 25일(한국시간)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남아공전에서 이강인(오른쪽 두번째)이 전방으로 패스를 내주고 있다./몬테레이(멕시코)=KFA

◆ 실패의 원인 분석이 먼저다

지금 전강위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채용 공고를 내는 속도전이 아니다. 이번 월드컵 실패의 원인을 뿌리부터 파헤치는 '철저한 분석과 복기'가 우선이다. 이번 월드컵에 나선 대표팀의 전술이나 용병술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글로벌 전술 트렌드에 대한 준비와 대응은 적절했는지, 그리고 애초에 감독 인선 단계부터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래야 과거의 실패로부터 학습하고 새로운 준비를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우리 축구협회에는 이런 당연한 '리뷰(Review)' 프로세스가 없을까. 월드컵이 끝날 때마다 전술 실패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비판은 늘 기자들이나 축구 유튜버들의 몫이었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할 협회가 공식적인 대회 경기 평가 보고서를 내놓았다는 이야기는 최근 들어 들어본 적이 없다.

아예 리뷰 자체를 안 하는 것인지, 해놓고도 치부가 드러날까 감추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언론과 미디어가 분석해 줬으니 그것으로 적당히 갈음하며 넘어가자는 심산인지 묻고 싶다.

현영민 KFA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해 9월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선수 부문 김병지 추천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현영민 KFA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해 9월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선수 부문 김병지 추천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현영민 위원장에게 요구되는 책임 있는 자세

쿠팡플레이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국대: 로드 투 노스아메리카'를 보면, 홍명보호의 전술 미팅 현장에 현영민 전강위원장이 동석한 장면이 포착된다. 현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단순한 관찰자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위치였다. 이번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위원회가 어떤 기술적 의견을 대표팀에 전달했는지, 그리고 당시 대표팀 전술 방향성에 대해 기술적 파트너로서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대중은 궁금해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실패는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도 문제였지만, 대회 직전까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던 스리백 전술의 허점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그동안 수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스리백 전술의 미비점을 지적할 때, 전방위적인 기술 지원과 견제를 맡아야 했던 전강위가 과연 어떤 대안과 조언을 제시했는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실패의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당사자로서, 현 위원장은 단순히 차기 감독 선임을 주도하는 행정가에 그치지 말고 본인의 역할과 당시의 판단에 대해 축구계 앞에 책임 있게 고백하고 설명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전강위원장이라는 자리가 가져야 할 마땅한 무게감이다.

한국의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민성 감독은 24일 베트남과 2026 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승부차기 패배를 당해 4위에 머문 뒤 기자회견에서 상황대처가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베트남전에 나선 이민성 감독./제다=KFA
한국의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민성 감독은 24일 베트남과 2026 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승부차기 패배를 당해 4위에 머문 뒤 기자회견에서 상황대처가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베트남전에 나선 이민성 감독./제다=KFA

◆ 아시안게임 '3콤보 참사'를 막아야 할 때

지금 한국 축구는 당장 해야 할 실무와 장기 과제를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6일 정몽규 축구협회장마저 사임한 마당에, 일선 행정 업무가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위원회의 가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업무의 '정의'와 '우선 순위'는 명확히 재정립되어야 한다.

실무적으로 가장 시급하고 중차대한 현안은 당장 두 달 뒤로 다가온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다. 현재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키르기스스탄전 충격패를 비롯해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졸전을 거듭하며 경기력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전강위는 이민성 감독이 어떤 검증 과정을 통해 선임되었으며, 올해 초 AFC U-23 아시안컵 실패 이후 어떻게 유임 결정이 내려졌는지 단 한 줄짜리 보도자료가 아닌, 납득할 만한 합리적 근거를 이제라도 대중 앞에 제시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한국 축구의 가까운 미래다. 배준호, 양민혁, 김지수 등 다음 10년을 책임질 황금 세대의 유럽 커리어와 군 복무 변수가 걸려 있는 대회다. 파리 올림픽 출전 불발, 북중미 월드컵 참사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3콤보 참사'가 되지 않도록, 협회는 당장 성인 대표팀 사령탑 선임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과연 이민성 감독 체제를 이대로 존속해도 좋은지 그 자격 유무부터 원점에서 엄정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참사를 막기 위한 사령탑의 전면적 교체나 전술적 대수술에 모든 행정력을 쏟아부어야 마땅하다.

수장이 물러난 격변기일수록 짚고 넘어갈 것은 확실히 짚어야 한다. 책임질 일 있으면 명확히 책임을 지고, 한국 축구에 진짜 필요한 실무가 무엇인지 챙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패를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 없이 기존의 관성대로 무작정 속도전만 펼친다면, 한국 축구의 암흑기는 그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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