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한 선수의 가치는 결국 그라운드에서 증명된다.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에서 입지가 흔들리던 이강인(25)이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각인시켰다. 리그1 2025~2026 31라운드에서 기록한 1골 1도움은 숫자 이상의 메시지를 담은 활약이었다.
26일 오전(한국시간) 앙제 SCO와의 리그1 31라운드 원정 경기는 왜 이강인이 PSG의 ‘대체 불가 자원’인지를 수치로 증명한 한판이었다. 선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기록한 1골 1도움은 단순한 공격 포인트를 넘어, 자신을 로테이션 멤버로 분류했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계산기를 복잡하게 만든 ‘무력시위’였다.
이강인이 한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것은 올 시즌 처음 나온 ‘멀티 공격 포인트’이자, 2023년 7월 PSG 입단 이후 두 번째다. 첫 사례는 데뷔 시즌이었던 2023~2024시즌 최종전, 2024년 5월 메스전이었다. 당시 1골 1도움으로 2-0 승리를 이끌었고, 이번 활약은 약 2년 만의 재현이다. 이로써 이강인은 올 시즌 리그 3골 5도움, 공식전 4골 6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이날 전반 7분 선제골 장면은 그의 재능이 응축된 순간이었다. 아슈라프 하키미의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이강인은 서두르지 않았다. 수비와 골키퍼를 ‘눈속임’ 하나로 무력화한 뒤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기선을 제압한 그의 발끝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7분에는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루카스 베랄두의 득점을 도왔다. PSG가 기록한 점유율 89%의 중심에는 이강인의 조율이 있었다.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경기의 설계자’였다. 특히 그는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하며 공격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활약이 더 의미 있는 이유는 배경에 있다. 최근 이강인은 교체 출전이 잦았고, 직전 경기에서는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여기에 사우디 알 아흘리의 약 4000만 유로(약 694억 원) 이적 제안까지 겹치며 입지에 물음표가 붙었다. 그러나 ‘낭중지추(囊中之錐)’, 송곳은 주머니 속에 있어도 끝내 드러난다. 그의 재능은 결국 그라운드에서 빛을 발했다.
더욱이 이강인은 앙제전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2024년 11월 리그 11라운드에서도 2골 1도움을 기록한 바 있다. 특정 팀을 상대로 반복되는 강세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자신감과 상성의 결과다.
이번 활약은 대표팀에도 중요한 신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26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공격 전개의 다양성이 절실하다. 손흥민 중심의 단선적인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창의적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하다. 이강인은 그 해답에 가장 가까운 카드다.
요한 크루이프의 말처럼 "축구는 머리로 하는 게임"이다. 이강인의 강점은 바로 그 지점이다. 좁은 공간에서의 탈압박, 순간적인 판단, 결정적인 패스는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더욱 빛난다.
물론 냉정한 과제도 있다. 이번 활약이 일회성에 그친다면 의미는 반감된다. 꾸준한 출전 시간 확보와 영향력 유지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흐름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순간이다.
알렉스 퍼거슨은 "재능은 훈련장에서 만들어지지만, 인격은 경기장에서 증명된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벤치와 이적설이라는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며 프로다운 태도로 응답했다.
현재 PSG는 승점 69점으로 선두를 질주하며 우승에 근접했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감각을 끌어올린 이강인의 존재는 대표팀에도 든든한 자산이다. 앙제에서 완성한 1골 1도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이는 파리의 우승을 향한 발걸음이자, 대한민국 축구가 다시 세계 무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