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박순규 기자] 2026년 4월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빅버드'에 울려 퍼진 종료 휘슬은 단순한 경기 종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K리그2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며 7연승의 '파죽지세(破竹之勢)'를 달리던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거둔 수원 삼성의 3-2 승리. 이는 올 시즌 '명가 재건'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출발한 수원 삼성과 이정효 감독에게 있어, 단순한 승점 3점 이상의 '성장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한 단순한 상위권 맞대결이 아니라 리그 흐름을 뒤흔들 ‘변곡점’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K리그2 2026' 9라운드를 앞두고 조성환 부산 감독의 "단디(단단히) 준비하라"는 도발 섞인 조언에 이정효 수원 감독은 결과로 응답했다. 그간 수원은 리그 최소 실점(9경기 2실점)이라는 견고한 방패를 가졌음에도, '창'의 날카로움이 무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경기 초반부터 왼쪽의 김도연을 필두로 한 과감한 측면 돌파와 전방 압박은 부산의 빌드업 체계를 완벽히 무력화했다.
전반 33분 김도연의 선제 PK골과 후반 11분 강현묵의 추가골은 이 감독이 공언했던 "성장하는 축구"의 실체를 보여주었다. 특히 리드 상황에서도 라인을 내리지 않고 브루노 실바와 김성주를 투입하며 공세를 유지한 점은, 단순히 승격만을 목표로 하는 팀이 아닌 '1부리그 그 이후'를 설계하는 이정효식 철학의 발현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지점은 수원의 ‘확장성’이다. 시즌 초반 8경기 2실점이라는 수비력은 이미 검증됐다. 문제는 공격이었다. 경기 전까지 평균 득점 1골에도 못 미쳤던 팀이 한 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변화다. 공격 패턴이 살아나고, 전방 자원의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신호다.
전술적으로도 흥미로운 대결이었다. 조성환 감독의 부산이 스트라이커 중심의 직선적 공격을 펼쳤다면, 수원은 조직적 압박과 점유 축구로 맞섰다. 전통적으로 "공격은 팬을 부르고, 수비는 우승을 만든다"는 말처럼 수원의 구조가 장기 레이스에 더 적합한 모습이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감독은 팬들의 기대치와 선수들의 활동량을 수치화된 열정으로 치환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이번 부산전 승리는 그 개선의 과정이 올바른 궤도에 올랐음을 증명하는 지표가 되었다.
물론 옥에 티는 있었다. 후반 중반 이후 집중력 저하로 순식간에 두 골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한 장면은 명가 부활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고종현의 자책골은 불운이었으나, 김희승에게 허용한 추격골 과정에서의 수비 조직력 균열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끝까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추가시간 헤이스의 페널티킥 결승골을 끌어낸 저력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이는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표(馬不停蹄)'의 기세와 같다.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전진하겠다는 의지가 극적인 승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승리로 수원은 부산과 승점 22점 동률을 이루며 선두 탈환의 가시권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7연승을 달리던 1위 팀을 꺾었다는 사실은 선수단에 "우리 방식이 옳다"는 강력한 확신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저서 '나의 자서전'에서 "진정한 챔피언은 패배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술회했다. 수원은 직전의 부진에 실망하는 대신, 이정효 감독의 독려 속에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수비의 견고함에 공격의 세밀함까지 더해가는 지금의 흐름이라면, 수원의 1부리그 복귀는 단순한 희망 고문이 아닌 머지않은 현실이 될 것이다.
'단디' 준비한 이정효의 축구는 이제 막 본궤도에 올랐다. 리그는 늘 균형을 찾은 팀이 마지막에 웃는다. 이번 승리가 일회성이 아니라 흐름의 시작이라면, 수원의 시즌은 이제부터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