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다. '캡틴' 손흥민(33)이 20대에서 30대로 성장한 삶을 함께한 토트넘 홋스퍼에서의 10년 생활을 마감하는 고별전을 6만 5000여 한국팬들 앞에서 가졌다. 한 시대를 마감하는 고별전이자 새로운 만남의 출발선에서 손흥민은 그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한 동료들과 성원을 아끼지 않은 고국팬들 앞에서 기념비적 경기를 펼치고 눈물을 흘렸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손흥민은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매치로 치러진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에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 4-2-3-1전형의 왼쪽 윙포워드로 65분 동안 활약하며 토트넘에서의 10년 생활을 마무리하는 역사적 '라스트 댄스'를 마쳤다. 후반 20분 모하메드 쿠두스와 교체된 손흥민은 6만 5000여 관중들의 환호 속에 동료들과 일일이 포옹을 한 뒤 뉴캐슬 선수들까지 나서서 퇴장 세리머니에 동참하는 감동적 순간을 연출했다.


손흥민은 벤치에서도 동료 제임스 매디슨과 한국인 후배 양민혁 등과 포옹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경기는 전반 4분 브레넌 존슨의 선제골을 앞세운 토트넘이 전반 38분 하비 반스의 동점골로 맞선 뉴캐슬과 1-1로 비겼다. 새 시즌을 앞두고 뉴캐슬에 입단한 18세 유망주 박승수는 후반 22분 제이콥 머피와 교체돼 왼쪽 윙어로 두 번째 경기를 치렀다. 19살의 토트넘 양민혁은 후반 41분 교체 투입돼 박승수와 서울에서 '코리안 더비'를 펼쳤다.
이날 손흥민의 고별전에는 아버지 손웅정 감독을 비롯해 한국 대표팀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 등이 경기장에 나와 역사적 경기를 지켜보면 아름다운 작별과 새 출발을 응원했다. 시축은 손흥민의 '절친'인 배우 박서준이 맡았다. 킥오프 후 7분에는 손흥민의 응원가인 '나이스 원 쏘니'가 트럼펫으로 울려퍼져 6만 4773명의 팬들을 즐겁게 했다. 전반 4분 선제골을 기록한 브레넌 존슨은 손흥민의 시그니처 골 세리머니인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며 고별전의 의미를 더했다.

토트넘은 뉴캐슬전 뒤 유럽으로 돌아가 8일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친선경기를 치르지만, 이 경기에선 손흥민은 뛰지 않는다. 손흥민은 뉴캐슬전 후 선수단과 떨어져 이동했으며 영국으로 복귀하지 않는다. 토트넘의 토마스 프랑크 토트넘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해 한국팬들 앞에서 고별전을 치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프랑크 감독은 손흥민을 4-2-3-1 전형의 왼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시켰으며 원톱에는 마티스 텔, 오른쪽 윙포워드로는 브레넌 존슨을 포진시켰다.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파페 사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으며 벤 데이비스~케빈 단소~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가 포백을 형성했다. 안토닌 킨스키가 골문을 지켰다.
에디 하우 감독이 이끄는 뉴캐슬은 지난달 30일 팀 K리그와 경기에서와 달리 키어런 트리피어, 조엘린통, 하비 반스, 제이컵 머피, 브루노 기마랑이스, 댄 번 등 주전 선수들을 내세워 승리를 노렸다. 뉴캐슬은 팀 K리그에 0-1로 패한 것을 포함해 프리시즌 3연패을 당한 터라 토트넘전에서는 반전을 노렸다.

토트넘 홋스퍼와 결별을 선언한 손흥민은 차기 행선지로 유력하게 꼽히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LA FC에서 리그 전체 ‘톱3’에 해당하는 고액 연봉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손흥민은 2일 서울 영등포구 IFC 더포럼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에서 "올 여름을 끝으로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토트넘과의 결별을 직접 발표했다.
차기 행선지에 대해서는 "향후 거취는 좀 더 결정이 나면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LA FC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3일 "토트넘과 LA FC가 손흥민 이적에 대한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다. LA FC와 손흥민은 개인 조건에 대한 합의가 거의 완료됐다. 손흥민은 MLS 전체 연봉 순위 3위인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인터 마이애미)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인터 마이애미에서 활약 중인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부스케츠의 연봉은 870만 달러(약 120억 원)로 리오넬 메시(마이애미·2040만 달러), 로렌초 인시녜(토론토·1540만 달러)에 이어 리그 전체에서 세 번째로 높다. 기브미스포츠는 "토트넘은 손흥민 이적료로 2700만 달러(약 375억 원)를 원하고 LA FC는 2000만 달러(약 277억 원)로 책정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결별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될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LAFC 이적 가능성을 시사했다.

손흥민의 지난 10년은 위대했다. 토트넘 소속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총 6개 대회에서 모두 453경기에 출전해 173골 95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토트넘 구단 역사상 득점 5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이며 도움은 구단 역사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그가 해리 케인과 함께 선보였던 '손케 듀오'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합작한 듀오로 기록되며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2021-2022 시즌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토트넘 팬들은 물론,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열광시켰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역대 최다 득점자로 기록되어 있으며, 토트넘 홋스퍼 FC 구단 역사상 최다 도움 기록 보유자란 타이틀은 그를 더욱 빛나게 한다. 발롱도르 후보와 국제 축구 선수 협회 FIFPro 월드 XI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득점왕은 물론 FA컵에서도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다. 또한, 아시아 선수 최초로 PFA 올해의 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 프리미어 리그 통산 100호 골과 개인 통산 200호 골을 달성하였고, 한국인 최초로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다. 또한, EPL에서 해리 케인과 함께 최다 콤비네이션 득점을 기록했고, UEFA 주관 클럽 대항전에서 주장으로서 2024~2025 UEL(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22년엔 구단 팬들이 뽑은 ‘토트넘 올해의 선수’로 세 번째 선정되며, 명실상부한 토트넘의 심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