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용인=오승혁·이상빈 기자] 한국이 최정예가 아닌 일본을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무너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은 세 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 용인미르스다디움에서 일본과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전반 8분 저메인 료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거센 추격에도 불구하고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지난해 7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도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과의 첫 한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상대 윙어 저메인 료에게 선제골을 내준 채 0-1로 끌려간 한국은 일본의 대인마크와 촘촘한 수비 대형을 뚫지 못한 채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겉도는 플레이를 반복한 채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지난 11일 홍콩과 동아시안컵 2차전 선발 명단에서 나상호와 서민우를 제외한 9명을 교체하며 새로운 스쿼드로 일본에 맞선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앞서고도 골 결정력 부족과 반복된 패스 미스로 좀처럼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다.
전반 7분 나상호가 일본 왼쪽 진영을 파고든 끝에 때린 슈팅이 오른쪽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온 게 가장 득점에 가까웠던 장면이었다. 이후 일본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에 번번이 가로막혀 득점에 어려움을 겪었다.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최전방 스트라이커 주민규를 불러들이고 '홍콩전 선발' 이호재를 투입했다. 193cm 장신인 그를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로 전환하거나, 2선까지 내려와 하는 연계 플레이도 염두에 둔 교체 전략이었다.
후반 19분에는 나상호를 빼고 발이 빠르고 돌파가 좋은 문선민을 투입하며 다시 한번 일본 왼쪽 측면 공략에 나섰다. 일본도 1분 뒤 미야시로 다이세이와 가키타 유키를 각각 사토 류노스케, 호소야 마오로 교체하며 조직력 재정비에 나섰다.
교체 전술을 가동한 한국은 측면에서 이호재 머리를 겨냥한 크로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반복된 포스트 플레이는 일본 수비진이 오히려 대인마크에 집중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한국은 일본이 하프라인을 가급적이면 넘지 못하도록 공을 잡을 때마다 강하게 압박했다. 다시 공격권을 가져와 하프 스페이스에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엿봤지만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후반전 39분에는 김주성을 빼고 정승원을 투입해 최후의 반전을 노렸다. 일본도 곧바로 경기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친 저메인 료를 하라 다이치로 바꾸며 최종장에 대비했다.

추가시간으로 5분이 주어졌고 마지막까지 일본 골문을 열려고 했으나, 전반전부터 이어진 결정력 부족이 번번이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주민규를 이호재로 교체해도 득점력 빈곤은 나아지지 않았다.
일본에 0-1로 패한 한국은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파 중심의 해외파가 없는 일본에 전·후반 내내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 문제를 드러내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끝에 패하면서 앞선 중국전(3-0)과 홍콩전(2-0) 완승이 무색해졌다.
아울러 일본과 최근 치른 A매치에서 3연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2019년 12월 동아시안컵에서 황인범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한 이래 2021년 3월 친선 평가전 0-3 패, 2022년 7월 동아시안컵 0-3 패에 이어 이날 0-1 패로 한일전 연패 수렁에 빠졌다.
한국은 일본과 역대 A매치에서 82전 42승 23무 17패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는 2승 3패로 열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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