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무리한 공격이 화를 불렀다. 구멍난 토트넘의 수비력으로 달아오른 에버튼의 공격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32)은 원톱으로 나서 2경기 연속골을 노렸으나 득점에 실패했다. 18세 초신성 양민혁은 토트넘 입단 두 번째 벤치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은 1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튼과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4-3전형의 원톱으로 나서 전반 24분 데얀 쿨루셉스키의 패스를 받아 결정적 슛을 날리는 등 풀타임 활약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전반 두 차례의 찬스를 살리지 못 하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 하고 2-3 참패에 고개를 떨궜다.
토트넘은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한 뒤 후반 32분 데얀 쿨루셉스키의 지능적인 왼발 칫샷과 후반 추가시간 히샬리송의 만회골로 추격에 나섰으나 더 이상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쿨루셉스키는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흘러나온 볼을 골대 왼쪽 모서리 톱 코너를 노리고 왼발로 가볍게 차서 골망을 흔드는 묘기를 펼쳐보였다. 히샬리송은 마이키 무어의 크로스를 추격골로 연결시켰다.
막판 2골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3연패에 빠진 토트넘은 최근 리그 6경기에서 1무 5패의 부진에 빠지며 우승은커녕 강등권 추락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토트넘은 최근 리그 10경기에서 1승 2무 7패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손흥민은 90분 동안 50차례의 볼 터치를 통해 2회의 슛과 한 차례의 빅 찬스를 놓쳐 축구통계매체 '풋몹'으로부터 6.6점의 평점을 받았다.
승점 3점 획득의 강력한 의지를 보인 에버튼이 먼저 득점에 성공했다. 에버튼은 전반 13분 게에의 도움을 받은 스트라이커 칼버트 르윈의 오른발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게에의 스루패스를 받은 칼버트 르윈은 우왕좌왕하는 토트넘 수비수 3명을 제치며 다득점의 포문을 열었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부임 첫 골이자 에버튼의 3경기 무득점에서 벗어나는 골로 의미를 더했다. 반대로 토트넘은 최근 12번째 선 실점하는 수비의 난맥상을 보였다.
토트넘의 스리백은 달아오른 에버튼의 공격력에 무기력했다. 에버튼은 전반 30분 은디아예의 추가골로 점수 차를 2-0으로 벌렸다. 은디아예는 개인기로 10여m를 드리블한 뒤 스위퍼 라두 드라구신을 제치고 왼발 슛으로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다. 26분 에버튼 망갈라의 슛을 슈퍼 세이브로 선방한 토트넘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로서는 막을 수 없었던 은디아예의 슛이었다. 공격 일변도의 토트넘 수비진 약점을 에버튼은 집요하게 파고들어 전반에만 세 차례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볼을 걷어내려던 토트넘 스토퍼 아치 그레이의 자책골로 점수 차가 세 골로 벌어졌다. 45+7분 고너킥 상황에서 걷어낸 볼이 다시 에버튼의 공격으로 이어지면서 토트넘의 세 번째 실점이 나왔다. 타코우스키와 칼버트 르윈이 헤더로 연결한 볼을 걷어내려던 아치 그레이가 미처 볼 방향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서 토트넘 골망을 흔들고 말았다.
토트넘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63%-37%로 앞섰으나 수비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공격으로 전반에만 3골을 내주는 허점을 보였다. 에버튼은 점유율을 내주면서도 전체 슛에서 8-4, 유효 슛에서 6-2, 빅 찬스에서 4-1로 앞서 전반을 3-0으로 마쳤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 더 펜의 공백을 메워주던 라두 드라구신마저 전반전 경기 도중 눈두덩이 부상으로 하프타임에 교체돼 수비난을 가중시켰다.
강등권 추락을 걱정해야하는 지경까지 추락한 토트넘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부상한 스위퍼 라두 드라구신을 스트라이커 히샬리송을 교체하며 4-3-3전형으로 포메이션을 바꿨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3-4-3 전형으로 스타팅11을 내세워 승리를 노리다 전반에만 3실점의 수모를 겪었다. 제임스 매디슨~손흥민~데얀 쿨루셉스키를 스리톱에 포진시키고 제드 스펜스~파페 사르~루카스 베리발~페드로 포로를 미드필드진에 내세웠다. 벤 데이비스~라두 드라구신~아치 그레이로 스리백을 형성했고 안토닌 킨스키가 골문을 지켰다.
주전 선수들의 대거 부상으로 베스트11을 가동하지 못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매디슨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윙포워드로 올렸고, 부상에서 돌아온 벤 데이비스를 스리백에 포진시켜 수비진을 이끌도록 했다. 윙어 브레넌 존슨이 종아리 통증을 느껴 출전이 어려운 데다가 스트라이커 도미닉 솔란키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손흥민이 중앙 공격수로 나섰다.
하지만 토트넘의 수비진은 전략과 달리 실효성을 보이지 못했다. 공격 시 스리백, 수비 수 파이브 백으로 구사했으나 역습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수비 구멍을 노출했다. 경험이 부족한 스토퍼 아치 그레이가 상대를 막지 못하고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한 스위퍼 라두 드라구신 또한 탄력이 붙은 상대 공격수에게 연달아 슛을 허용했다.
최전방 원톱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손흥민은 지난 16일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 선제골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을 노렸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에버튼과 시즌 첫 맞대결에서 멀티골로 4-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전까지 에버튼과 맞대결에서 7골 3도움을 기록, 강한 면모를 보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득점력을 살리기 위해 최전방 중앙 공격수로 선발 기용했다.
지난해 12월 강원FC를 떠나 토트넘에 입단한 양민혁은 지난 9일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경기에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두 번째 벤치 명단에 포함됐다. 양민혁은 후반 28분 마이키 무어가 교체 투입되면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이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무 4패의 부진을 면치 못한 토트넘은 에버튼과 경기 전까지 리그 21경기에서 7승 3무 11패로 15위까지 떨어졌다. 18위부터 강등권임을 고려하면 '톱4'는커녕 강등권 탈출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로까지 전락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에버튼은 홈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초반 기세를 올렸다. 에버튼은 최근 20경기에서 3승 8무 9패에 그치며 토트넘 바로 밑인 16위에 머문 상태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노렸다. 6경기째 승리가 없던 에버튼은 지난주 션 다이치 감독을 경질하고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선임했다. 모예스 감독과 함께한 첫 경기에서도 아스톤 빌라에 0-1로 패한 뒤 토트넘과 홈경기를 치러 마침내 승리를 따냈다.
에버튼은 수비에 허점이 많은 토트넘을 상대로 3경기 무득점 3연패의 늪에서 벗어나 중위권 진입의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에버튼은 EPL 20개 팀 가운데 득점력 19위의 빈공에 허덕였으나 토트넘을 제물삼아 공격의 물꼬를 텄다. 에버튼은 지난 2021년 2월 5-4 승리 이후 토트넘에 8경기 연속 무승(4무4패)에 시달리다 4년 만에 감격의 승리를 거뒀다. 토트넘은 2012년 이후 무패를 기록하던 구디슨 원정의 무패 기록에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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