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중앙지법 "선거인단 대다수가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추첨 절차를 통해 구성됐다"
허정무 전 프로축구 K리그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출마의 변을 밝히고 있다. /장윤석 기자 |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후보가 낸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됨에 따라 8일 실시 예정인 선거가 연기됐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오후 공지를 통해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일이 잠정 연기됨을 알려드리며 추후 일정이 수립되는대로 공지드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임해지)는 "선거인단 대다수가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추첨 절차를 통해 구성됐다"며 허정무 후보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7일 인용했다.
허정무 후보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가 불공정·불투명하게 선거를 관리한다며 지난달 30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8일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으로 관심을 모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급제동이 걸리며 선거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허정무 후보는 지난 3일 축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축구협회와 선거운영위원회가 예상을 뛰어넘는 불공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축구인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허 후보는 "협회 선거운영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명단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름을 공개하지 못하는 위원들에게 공정한 선거 운영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4선에 도전하고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더팩트 DB |
또 선거운영위가 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달 6일에서야 개정된 ‘회장선거관리규정’을 공개했고, 선거 관련 공고를 촉박하게 알려 제대로 선거 준비를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거인단 역시 규정에서 정한 194명보다 21명이나 부족한 173명으로 구성했고, 현장 감독(1명)과 선수(17명)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한 의도가 엿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전지훈련 중인 선거인단을 위한 온라인 투표와 사전 투표 도입을 거부한 점 등도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선거를 입증하는 사례라고 역설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선거의 선거인단 대다수가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추첨 절차를 통해 구성됐다"며 "선거에 3인이 후보로 출마했고 선거인단에서 배제된 21명의 투표수는 적어도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경우 결선투표에 올라갈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절차적 위법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선거의 실시가 임박해 채권자(허 후보)가 본안 소송으로 절차적 위법의 시정을 받기 어렵다. 선거가 실시될 경우 그 효력에 관해 후속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신문선 전 성남FC 대표./더팩트DB |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에는 정몽규 현 회장(기호 1번)과 허정무 전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기호 3번),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기호 2번)가 출마했다. 당초 8일 오전 10시 30분 후보자 정견 발표를 갖고 오전 11시 10분부터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던 축구협회장 선거의 선거인단은 시도협회 대표, 전국 연맹, K리그1 12팀 대표 등으로 이뤄진 대의원을 비롯해 고등 및 대학 선수, K3·K4 및 WK리그 선수, K리그1·2 선수, 축구 동호인 선수, 아마추어 및 프로팀 지도자, 심판 등 173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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