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빗장 수비는 견고했고, 결정력은 으뜸이었다!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 평가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전통 명가' 이탈리아가 특유의 빗장 수비를 앞세워 막강 공격진을 자랑한 '황금 세대' 벨기에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고 죽음의 조 탈출에 청신호를 켰다. 과연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였다.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는 14일(한국 시각) 프랑스 스타드 데 뤼미에르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 조별리그 E조 1차전 벨기에와 경기에서 전반 32분 엠마누엘레 자케리니와 후반 48분 그라치아노 펠레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유럽 최고 FIFA 랭킹(2위)의 벨기에를 비롯해 스웨덴, 아일랜드가 속한 '죽음의 조'에서 선두에 오르며 명가다운 스타트를 보였다.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탈리아. 유로 2008 8강,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유로 2012 8강.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침체기를 걸었다. FIFA 랭킹(12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혹평까지 들었다. 설상가상 24개국으로 늘어난 첫 대회에서 '죽음의 조'에 편성되며 또다시 쓸쓸히 짐을 싸는가 싶었다.
16강 진출을 위해선 최소 승점 1을 챙겨야 했던 벨기에전. 선수 구성부터 최근 A매치 성적까지 객관적인 전력에서 벨기에에 뒤처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로멜루 루카쿠, 에당 아자르, 케빈 데 브루잉, 얀 베르통헨, 티보 쿠르투아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로 무장해 FIFA 랭킹 1위까지 올랐던 벨기에. 지난 유로 2000 이후 16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았으나 '황금 세대'를 앞세워 우승 후보로 부족함이 없었다. 이탈리아로선 버거운 상대였다.
하지만 예상은 예상이었고,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였다. 특유의 이탈리아식 축구로 승점 3을 획득했다. '빗장 수비'는 여전했고, 무한 활동량으로 무장한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은 거침없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네임 벨류에서 떨어졌던 최전방 공격수의 결정력 또한 벨기에보다 한 수 위였다. 말 그대로 이길 수밖에 없는 한판이었다.
이탈리아는 최후방 잔루이지 부폰을 필두로 지오르지오 키엘리니-레오나르도 보누치-안드레아 바르잘리가 버틴 스리백을 구성했고, 마테오 다르미안과 안토니오 칸드레바가 좌우 풀백으로 선발 출장했다. 중원엔 전투적 수비형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 로시를 배치해 벨기에의 파상 공세를 무력화했다. 중앙선부터 최후방까지 이어진 협력 수비는 90분 내내 멈추지 않았고, '거미손' 부폰은 얼마 되지 않았던 벨기에의 유효 슈팅을 안정적으로 막아냈다. 오른쪽 풀백 칸드레바는 탄탄한 수비력은 물론 쉴 새 없이 공격에 가담하며 상대 수비진을 흩트려 놨다.
이탈리아의 '짠물 수비'에 벨기에의 공격은 무디기만 했다. 지난 시즌 리그 18골을 터뜨리며 잠재력을 폭발한 루카루는 고립되기 일쑤였고, 모처럼 공을 잡아도 실수를 남발했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이 장기인 아자르 역시 벗겨도 벗겨도 끝이 없는 '빗장 수비'에 특유의 날카로움을 잃었다. 좀처럼 페널티 박스 안까지 진출하지 못하며 무의미한 중거리 슈팅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승리할 수 있는 종목. 단순히 수비력만 빛났던 건 아니었다. 미드필더 자케리니는 단 한번 찾아온 기회를 살려 선제골을 터뜨렸고, 경기 내내 침묵을 지켰던 펠레는 경기 종료 직전 쐐기골을 작렬했다.
'빗장 수비'는 쉬지 않는 압박으로 상대 진을 빼놓으며 무실점 경기를 펼쳤고, 공격진은 찾아온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누가 이탈리아를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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