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고했고 고맙고 사랑한다!"
태극낭자의 월드컵 도전이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선수들은 저마다 맡은 임무를 120% 수행하며 새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온전히 선수들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아니다. 코치, 감독은 물론 축구계 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의 헌신이 있었다.
12년 만에 나선 월드컵 무대에서 첫 승과 16강 진출을 동시에 달성하며 한국의 저력을 알렸다. 브라질전에서 긴장한 선수들은 패스 미스 2개로 고개를 숙였지만 이내 부담감을 떨쳐내고 실력 발휘를 시작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선 2-1로 앞서다 1분을 남기고 동점골을 허용해 비겼다. 자신감을 얻었다.
운명의 스페인전, 전반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짜릿한 뒤집기로 목표로 세운 첫 승과 16강 진출을 정복했다.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집념으로 완성한 승리였다. 16강 프랑스전에선 세계의 벽을 실감하며 과제를 안았다. 불과 36일 동안 일어난 이야기다.
기적의 36일을 보낸 윤덕여호는 2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취재진을 비롯해 관계자, 팬들이 공항을 찾았다. 36일 동안 누구보다 가슴 졸인 이들도 이제야 환하게 웃으며 공항을 지켰다. 바로 어머니들이었다.
전가을(27·인천 현대제철)의 어머니 유경옥(51) 씨는 권하늘(27·부산 상무)의 어머니 차일남(53) 씨와 함께 포토라인에 붙어 딸을 기다렸다. 얼굴은 한없이 편안해 보였다. 그는 "딸이 부상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회복도 오래 걸려서 조금 힘들어했다"며 "정말 잘했다. 고맙다"고 활짝 웃었다.
유 씨는 "캐나다 가서는 문자를 주로 했다. 몸 상태에 대해 걱정이 되더라"면서 "1차전 가슴 졸이며 봤는데 찬스를 놓쳤다. 딸 마음이 힘들 생각하니 걱정이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전에서 헤딩골 넣었을 때 마음 아팠던 것이 풀리더라. 빨리 만나고 싶다. 수고했고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꼭 안아주고 싶다"고 밝혔다.
딸을 위한 요리도 잊지 않았다. 유 씨는 "가을이가 삼계탕을 좋아한다. 그거 해서 꼭 먹이고 싶다. 장어도 먹고 싶다고 했다. 함께 먹고 싶다"고 인자한 미소를 보였다.

조금 멀찌감치 떨어진 벤치에서 딸을 기다린 박은선(29·로시얀카)의 어머니 이종순 씨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견한 딸에 대한 걱정과 애정이 느껴졌다. 그는 "은선이가 다리만 안 아팠어도 더 해 볼 만했다. 1, 2차전 나오지 못했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다. 딸이 출전을 못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데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는 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어 "러시아에서 정말 상태가 안 좋게 왔다. 그런 가운데 경기에 나선 것이 대견하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웠다"며 "스페인전은 정말 기적이었다. 마지막 순간, 프리킥이 골대를 맞지 않고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정말 긴장했고 놀랐다"고 추억했다. 이 씨는 캐나다에 있는 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들을 보였다. 딸을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의 휴대전화에 딸은 '효녀은선'으로 저장돼 있었다.

이 씨는 "은선이가 웬만하면 나한테 힘든 소리 안 한다. 러시아에서 다리 아프다고 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며 "돌아오면 수고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은선이가 다 잘 먹는다. 그래도 갈치를 좋아해 집에 해놨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항에는 선수들을 마중 나온 가족이 많았다. 최선을 다한 딸들을 보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밝게 웃는 선수들처럼 가족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더팩트ㅣ인천국제공항 = 이현용 기자 sporgo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