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아레스, 걱정을 환호로 바꾼 사나이
바르셀로나의 MSN 라인 리오넬 메시(28)-루이스 수아레스(28)-네이마르(23)가 시즌 막바지에 파괴력을 더해가고 있다. 메시는 여전히 최고다. 시즌 중반 주춤한 시기가 있었지만 항상 그랬듯 다시 '축구신'으로 강림했다. 네이마르도 '2년 차 징크스' 없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수아레스는 자신에 대한 걱정을 환호로 바꾸었다. '신계'를 바로 옆에서 본 수아레스는 한 단계 발전했다. 메시 옆자리가 자연스러워졌다.
'MSN 라인'은 올 시즌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공격진이다. 시즌 중반까지 레알 마드리드의 BBC 라인과 비교가 됐지만 시즌 막바지 수치와 경기력 모두 상대를 압도했다. 3명 모두 뛰어난 득점력과 연계 능력을 갖췄다. 페널티킥까지 서로 양보하며 소름 돋게 상부상조하고 있다. MSN은 서로의 도움을 받으며 더 성장하고 있다.
메시, 네이마르, 수아레스.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가운데 올 시즌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선수는 수아레스다. 수아레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었다. 징계로 지난해 10월 26일 레알전에서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새로운 전학생은 반장과 열심히 어울렸다. 하지만 좀처럼 주인공이 되진 못했다. 초반 리그 7경기에서 골이 없었다.
수아레스의 골 침묵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 코르도바전에서 깨졌다. 프리메라리가 데뷔 577분 만에 터진 첫 골이었다. 수아레스의 골과 함께 바르셀로나는 5-0 대승을 거뒀다. 이후 리그 20경기에서 15골을 쓸어담았다. 돕는 능력도 여전했다. 그는 리그 27경기에서 16골 14도움을 기록했다. 큰 무대에서 수아레스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9경기에서 6골 3도움을 올렸다.
수아레스는 첫 시즌부터 자신의 임무를 120% 수행하고 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파리 생제르맹) 같은 정상급 공격수도 쉽게 녹아들지 못한 바르셀로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적응력이다. 도우미면 도우미, 해결사면 해결사로 나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분위기를 살피는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메시와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왕성한 활동량으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연계 플레이도 물이 올랐다. '퍼스트 터치'의 미학도 여전하다. 메시와 순식간에 이뤄지는 2대1 패스는 완성도를 더하고 있다.
수아레스는 지난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고 공격수로 우뚝 섰다. 리그 33경기에서 31골 12도움을 폭발했다. 특히 초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4경기 연속 멀티 골을 쏟아부었다. 12경기 19골이라는 믿을 수 없는 득점 페이스를 보였다. '신계 입성'을 눈앞에 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조르지오 키엘리니(31·유벤투스)를 깨물면서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정통 9번 스트라이커'의 무덤이라 불리는 바르셀로나에서의 성공을 장담하는 이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수아레스는 보란 듯이 모든 평가를 실력으로 뒤집었다.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메시 옆에서 더 자유로워졌고 패스할 곳은 더 많아졌으며 골 감각은 여전히 매서웠다.
스페인 무대에 자신을 새겨가던 수아레스는 잠시 멈췄다. 지난 15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훈련에서 제외됐다. 유럽 언론에선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에 제동이 걸렸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시즌 초반만 해도 징계로 나서지 못하는 수아레스의 공백을 걱정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오히려 적응과 돌발 행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수아레스는 불과 7개월 사이 걱정을 기대로 바꾸었다.
'신계 입성'에 대기 번호가 있다면 1번은 수아레스의 차지일 것이다. 메시의 옆에서 오히려 발전을 경험하며 신계에 가까워졌다. 온전히 바르셀로나에서 1년을 보낼 다음 시즌 그의 플레이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sporgo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