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다시 K리그 복귀. 지난 2013시즌까지 K리그에서 활약한 케빈이 16일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을 확정했다. / 인천 제공
수준급 외인 등장, 새로운 리그 판도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 시장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과거 K리그를 주름잡던 제2의 샤샤(43)-나드손(33)의 재등장은 가능할까. 지난해 데얀(34·베이징 궈안)이 떠난 이후 침체한 외국인 선수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올해 K리그 팀들은 수준급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힘썼다. K리그 통산 30골(68골)을 터뜨린 '벨기에 특급' 케빈 오리스(31)가 16일 인천 유나이티드 복귀를 확정했다. 포항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터키 수페르리가에서 활약한 안드레 모리츠(29), 브라질 출신 티아고 알베스(22), 세르비아 공격수 라자르(28)를 영입했다. 경쟁이라도 하듯 수원은 스위스 1부리그에서 뛰던 레오(26)를, 부산은 수원에서 뛰던 베르손(24)을 데려왔다. 대전은 챌린지 무대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아드리아노(28)를 지켰다. 기존의 산토스(30), 스테보(33)도 건재하다. 어느 때보다 골을 넣을 줄 아는 수준급 외인 공격수들이 넘친다. 새로운 리그 판도다.
토종 공격수 자존심. 이동국은 지난해 13골로 득점 2위에 올랐다. / 전북 제공
최근 구단의 과감한 선택은 '골을 넣어야 이긴다'는 평범한 진리가 작용했다. 축구의 묘미는 바로 골이다. 시원스럽게 골망을 흔드는 장면은 짜릿한 쾌감을 준다. 하지만 최근 K리그는 서로 치고받는 공격 축구보다는 단단히 뒷문을 걸어잠그는 수비 축구에 올인한 인상이 짙었다. 이기기 위한 축구보다는 지지 않는 축구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확실한 외국인 골잡이가 없어 득점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공격하고 싶어도 확률이 떨어지기에 쉽게 앞으로 나갈 여력이 안 됐다. '재미없는 K리그'란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못했다.
K리그 이적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격력 약화' 현상은 더 단단해졌다. 우수한 외국인 선수의 높은 몸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지면서 중국과 중동에 선수를 빼앗겼다. 6시즌 간 두 자릿수 득점을 터뜨린 데얀을 비롯한 케빈, 에닝요(34·전북) 등의 유출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거의 수준급 외국인 선수가 씨가 말랐다는 말이 정확하다. 리그를 주름잡는 선수가 없어지면서 재미도 계속 반감했다. 팬 사이에선 국내 선수보다 떨어지는 무늬만 외국인 선수를 보유했다고 비판받는 구단도 있었다. 이적 시장 자체가 얼어붙어 다시 수준급 외인을 데려오는 것도 버거웠다. 주머니 걱정에 리그 재미는 더 반감됐다. 역효과였다.
이는 공격 지표로도 확실히 확인됐다. 리그 10골을 넘은 9명에 가운데 외국인 선수는 4명으로 리그를 압도하는 선수는 없었다. 득점왕에 오른 산토스는 35경기에서 불과 14골로 타이틀을 따냈다. 스테보와 파그너(27)가 각각 13골(35경기)과 11골(34경기)을 넣었고 미드필더인 드로겟(33)은 10골(36경기)을 기록했다. 경기 수를 생각할 때 높다고 할 수 없는 수치다. 시즌 막판 부상당한 '토종' 이동국(36)이 13골(31경기)로 득점 2위를 차지했다. 단 11경기(9도움)만 뛰고 아랍에미리트(UAE)로 건너간 이명주(25·알 아인)가 시즌 막바지까지 도움 랭킹 1위(최종 3위)에 오른 것만 봐도 국내 선수보다 기량 면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한 외인은 극히 적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새로운 '외국인 킬러'가 온다. 라자르(왼쪽)가 지난해 12월 포항에 입단해 클럽 레전드 라데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포항 제공
그간 토종을 뛰어넘는 확실한 실력파 외인의 등장은 리그 질을 높이고 국내 선수와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1995년 부산 대우(현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해 수원, 성남 등에서 활약한 샤샤는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리그를 주름잡았다. K리그 통산 271경기 104골을 터뜨렸다. 가는 팀마다 우승을 이끌며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나드손도 '원샷원킬'이라는 애칭답게 탁월한 골 결정력으로 팀을 이끌었다. 수원의 우승을 이끌고 2004년 K리그 최초로 외국인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K리그 통산 84경기 43골이다. 득점도 득점이지만 둘은 무엇보다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포스'를 발휘했다. 그들이 뛸 때와 뛰지 않을 때 확연한 차이가 났다. 리그 최고 공격수로 존재 자체가 가치 있었다.
이들처럼 수준급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K리그를 지탱하던 중요한 힘이었다. 화끈한 플레이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축구로 무장한 이들의 선진 축구는 새로운 바람이자 팬의 재미였다. 비싼 몸값만큼 출중한 실력을 확실히 발휘했다. 이제 K리그는 다시 도약대에 섰다. 잠시 잊었던 외국인 선수 도약이 올 시즌 거세질 전망이다. 어느 때보다 확실한 외국인 선수들이 가세해 공격 축구가 기대된다. 과거 K리그를 화려하게 수놓은 샤샤와 나드손 같은 '외국인 우승 청부사'가 2015 K리그 클래식 무대 폭격을 준비하고 있다.
[더팩트|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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